소설 시점에 대해서

시점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글을 보면 '자격미달'이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더군요.
가장 기본적인 건데 이 정도도 못하나 이런 느낌...

재미가 보장된 작가라면 어쩔 수 없이 어느 정도 인내하고 보지만,
신인작가가 그러면 저는 예외없이 하차해버립니다.

시점혼동이 '트렌드'라고 할 만큼 유행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의도적으로 채용해야 할 만큼 뚜렷한 장점이 있는 것도 아닌 만큼,
피할 수 있다면 당연히 피하는 게 좋다고 보네요.

1인칭 소설은 정말 잘 쓰거나, 아주 못 쓰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1인칭 서술은 현장감과 감정묘사가 좋은 장점이 있지만,
사건의 전체흐름을 보여주는 것이 제한되지요.
그래서 1인칭은 정말 꼼꼼하게 시나리오를 짜지 않은 이상 시도해서 안 됩니다.

그런데 웹소설 장르판은 "나도 한번 써볼까?" 식으로 시작한 아마추어 작가가 대부분이라,
아무 생각없이 1인칭으로 시작합니다.
그러다보니 사건이 쌓일 수록 전달이 어려워지고,
결국 1인칭도 아니고 3인칭도 아니고 전지적 시점도 아니고 왔다갔다하게 되지요.

그냥 글 못 쓰는 아마추어가 대부분이라 생기는 막장 서술방법입니다.
그런건 기법도 아니고, 트렌드도 아니에요.

시점 제대로 쓰는 작가가 장르에 별로 없죠.
시점이 왔다갔다 하는 장르 소설이 많은 데...
그건 유행이 아니라 그냥 장르 소설 작가 대부분이 기본적인 바탕이 없이 단순히 장르  소설 많이 읽은 독자가 곧바로 장르 작가가 되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잘못된 것이죠.
.
무협이나 판타지 유명 작가들 중에도 시점 개판인 작가들 상당수임.
이게 시점에 대해서 배우지 않으면 시점이 개판일 수밖에 없어요.

소설 중에 제일 쓰기 힘든 시점이
1인칭 시점과 3인칭 관찰자 시점이라고 봅니다.
전자는 필력 떨어지면 바로 티가 나고
3인칭 관찰자는 작가개입이 없어야 하기에
정말 묘사가 좋아야 하죠.

주변 인물 별로 설명 없고 주인공의 행보가 집중적으로 나오는 소설이면 1인칭이 좋고
어느 정도 주변 인물 캐릭터가 조금이라도 살아 있으면 대부분 3인칭으로 진행하는 거 같아요.

기본 베이스는 3인칭이 범용적으로 걍 좋은 거 같은데
진짜 자신 있고 주인공 매력있으면 소설 몰입감은 1인칭이 압도적으로 좋은 거 같아요.

그리고 3인칭이라고 무조건 고집해서 3인칭 쓰는 것도 아닌 거 같더군요.
라노벨처럼 캐릭터가 많아서 시점 바뀌는 경우가 많은 소설처럼 기본 3인칭 진행하다가
사건의 도입부나 끝 부분에서 1인칭으로 바꾸기도 하는 거 같아요.

중요한 건 시점 하나 정하고 썼으면 그 시점으로 끝까지 쓰고
구분을 확실하게 하고 다른 시점으로 넘어가면 시점이 가끔 바뀌는 건 괜찮은 거 같더군요.

아.. 그리고 주인공 1인칭 나머지 3인칭 같은 경우
보통 기본 베이스는 3인칭으로 쓰고 1인칭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작은 따옴표로 표시해서
주인공의 마음 속으로 하는 혼잣말을 표현하고 나머지는 철저하게 3인칭으로 쓰면
주인공 1인칭 나머지 3인칭 느낌으로 시점 잡힌 소설을 몇몇 본 거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