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자 끄적여봤는데 혹시 평가받을 수 있을까요?

산꼭대기에 있는 파헬름 요새는 주변 지리를 전부 파악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다 . 국경과 맞닿아있는 요새이기 때문에 유사시 야욕을 품은 연합국의 침공을 재빨리 파악해 제국의 심장까지 최대한 빠르게 적군의 침공 소식을 알려 대비를 할 수 있게끔 만들어진 요새다 .

그러나 파헬름 요새는 그 중요성만큼 그렇게 큰 규모의 병력이 배치되어 있지 않았고 , 적국의 군대가 침공했을 때 바람 한 번 불면 쓰러질 정도의 작은 규모만이 요새를 지키고 있었다 . 물론 요새의 크기도 그에 비할 만큼 작았다 .  

파헬름 요새는 연합국의 침공에 대비해 제국이 정신을 차릴 동안 시간을 끄는 목적의 요새가 아니라 , 제국이 공격받았다는 사실을 제일 빨리 알려주는 전령 목적의 요새이다 .

…… 거기다 워낙 산골짜기에 처박혀 있는데다가 , 근처에는 아무 것도 없는 말 그대로 첩첩산중이라서 장교 및 병사들이 가장 기피하는 근무지 중 하나였다 .

여가는 물론이고 , 오락 거리 하나 없는 따분한 근무지 . 파헬름 요새에서 할 수 있는 건 여자와 몸을 섞는 상상을 하며 자위를 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검술 훈련 , 혹은 울퉁불퉁하게 생긴 나무판에 제국 전통의 보드 게임을 하는 것 말곤 아무 것도 없었다 .

…… 그것마저도 따분하다면 주변 정찰을 한다거나 .

“ 으아아 , 씨발 ! 심심해 미치겠네 ! 차라리 뭐라도 좀 나와라 . 하아 …… .”

활을 초소 한 구석에 버려둔 병사 하나가 발작을 일으켰다 . 화살을 채운 통도 구석에 가지런히 버려져 있었다 . 부사수의 활과 화살통도 마찬가지 .

부사수는 사수의 이런 발작이 익숙한지 눈길 하나 주지 않고 풍경만 바라보며 멍을 때리고 있었다 .

‘ 아주 개판이구만 ?’

엘빈은 조소를 지었다 . 도심에서도 한참 떨어진 이 버려진 요새까지 오는데 무척 고생을 했다 . 팔자에도 없는 등산을 했다고나 할까 . 등에는 땀이 흥건했지만 상관없었다 . 의뢰만 끝내고 나면 당분간은 걱정 없이 편하게 놀 테니까 . 양 옆구리에는 언제나 여자를 낄 준비가 돼있었다 .

높은 초소에 있는 궁수들의 눈길을 피하는 건 옆구리에 들어온 여자의 가슴 만지는 일보다 쉬웠다 . 그러나 , 언제나 만약이라는 건 있는 법이다 . 만에 하나 , 혹시라도 녀석들이 내가 탈출할 때 내 모가지에 화살을 꽂을 지도 모를 일 아닌가 ?

난 이곳을 다녀왔노라는 징표를 녀석들에게 새겼다 .

군기가 잔뜩 빠져 있는 궁수 둘은 짧은 단말마와 함께 피를 쏟으며 초소에서 쓰러졌다 .

녀석들을 죽였다고 죄책감 같은 건 생기지 않았다 . 그럴 정도의 정신력이었다면 애초에 이 일은 하지도 못했겠지 .

엘빈은 이곳에 처음 왔지만 , 마치 모든 걸 꿰뚫어보는 듯 재빨리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움직였다 . 무엇보다 이렇게 텁텁하고 남자들 가득한 우울한 곳에는 일 초 라도 더 있고 싶지 않았다 .

가장 중요한 목표 . 이름 모를 은빛 보석 . 그것이 어디에 보관되어 있는지 우선 알아야 한다 . 엘빈의 발걸음은 거침이 없었다 . 약간의 주저함이나 망설임도 없었다 . 이 비슷한 일은 무수히 겪었다는 듯 자신이 어디로 가야할지 정확히 아는 듯한 당당한 발걸음으로 그 누구도 모르게 , 하지만 빠르게 움직였다 .

초승달은 구름에 가려져 조금도 비치지 않았다 . 움직이기에 너무나 적합한 환경이다 .

엘빈이 도착한 목적지는 요새 정중앙에 위치한 건물 . 한 눈에 봐도 중요한 직책의 누군가가 곤히 잠들어 있을 법한 건물이었다 . 아마도 요새의 책임자가 저 건물 안에 있겠지 . 엘빈의 직감이 그렇게 말해주고 있었다 .

기척을 완전히 숨긴 채 안으로 잠입했다 . 건물은 2 층 건물로 , 곳곳에는 횃불 때문에 환할 정도는 아니지만 꽤나 밝았다 . 덕분에 어둠에 적응한 눈이 갑작스레 빛을 만나 아픈 건 덤이었다 .

“ 크르릉 !”

늑대의 울음소리가 2 층에서 들렸다 . 요새의 책임자는 코골이마저 수컷 향기가 잔뜩 났다 . 소리 없이 피식 웃은 엘빈은 삐걱거리는 계단을 올라갔다 . 계단 소리 탓에 잠에 깬 중년 남자가 눈을 비비며 나를 바라봤다 .

“ 으음 …… 무슨 일이지 ?”

피곤에 쩔은 듯한 표정 .  근래에 잠을 통 못잔 얼굴이었다 . 안색이 무척 어두웠다 . 그와 다르게 배는 뱃살이 터질 듯이 부풀어 올라 있었다 . 이 배가 정말 군인의 배가 맞나 , 싶을 정도로 깜짝 놀랄 만큼 살이 쪄 있었다 .

“ 당신이 이 요새에 책임자가 맞겠지 ? 그렇다면 이름은 아마 …… 기워드 경이었던가 .”

뚱뚱한 남자는 화들짝 놀라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 그래봤자 작은 눈이지만 . 그는 이제야 잠에서 깬 듯이 나를 유심히 쳐다봤다 .

“ 누 , 누구시오 ?”

“ 요새를 시찰 나온 높으신 분이라고만 알아뒀으면 좋겠군 .”

“ 시 , 시찰 ? 하지만 시찰단은 반 년 후에나 오는 걸로 아는데 …… .”

뚱뚱한 남자가 우물쭈물하며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 어떻게 된 거냐고 묻는 표정이었다 .

“ 그 일정이 조금 앞당겨졌거든 . 그러니 협조 좀 해줘야겠다 .”

그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

“ 아무래도 뭔가 이상해 . 시찰단이 이렇게 한 명만 오는 것도 그렇고 , 모두가 잠들어있는 새벽에 갑작스럽게 온다는 것도 …… !”

“ 이제 깨달았나 ? 자네가 왜 이런 변방의 한심한 요새에 박혀있는지 대충 감이 오는군 .”

엘빈이 말을 끊었다 .

“ 뭐 , 뭐라 ? 당신의 직책과 성명을 말 …… !”

- 스릉 !

엘빈이 칼을 꺼내 기워드에게 겨누었다 . 그답지 않게 매우 차가운 얼굴이었다 .

“ 눈치가 없어도 너무 없군 . 내가 아직도 제국군의 시찰관으로 보이나 ? 미안하지만 번짓수를 잘못 찾아도 한참 잘못 찾았어 . 난 강도거든 .”

녀석은 할 말을 잃었다는 듯 입을 벌린 채 침묵했다 . 이 이해 가지 않는 상황에 꿈이라도 꾸는 것처럼 표정이 멍해졌다 .

“ 어떤 멍청한 강도가 군부대를 턴단 말이오 ?”

“ 난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시종잡배들과는 차원이 다른 강도거든 . 뭐 , 그렇게만 알아둬 . 이제 그럼 네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겠지 ?”

기워드는 다행히 눈치는 빨랐다 .

“ 무엇을 …… 무엇을 원하는 거지 ?”

“ 그래 , 좋아 . 그런 협조적인 자세 . 그러면 내가 굳이 다 쉬어버린 늙은 남자의 허벅지를 칼로 찌르지 않아도 되잖아 ? 너도 안 다쳐서 좋고 , 나는 시간을 절약해서 좋고 . 여하튼 …… .”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 이 낡아빠진 요새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보석 . 은빛으로 빛나는 보석을 가지러 왔다 . 그 녀석은 지금도 제 주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겠지 . 그 보석이 있기에는 이곳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부정을 탄다고 .”

“ …… 은빛 보석 ? 무슨 말을 하는 거지 ? 여기는 제국의 최전방 요새다 . 그런 귀중품이 이 위험한 곳에 있을 리가 없잖나 .”

기워드 경은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 엘빈은 기워드의 반응에 고개를 절레 저으며 녀석의 발가락을 칼로 찔렀다 .

“ 끄 , 끄아아압 …… !”

엘빈의 손짓 하나에 기워드의 비명이 목구멍에서 막혀버렸다 .

“ 다 알고 왔어 , 기워드 . 아무 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면 내가 아 , 그렇구나 . 하고 갈 거라고 생각했나 ? 말을 할 땐 생각을 좀 하고 하라고 .”

“ 흐으읍 ! 흐읍 !”

기워드의 눈이 충혈 되더니 이윽고 눈물이 터졌다 . 기워드는 분노 가득한 표정으로 엘빈을 노려보았다 .

“ 네 군기 빠진 부하들은 결코 여기까지 오지 못해 . 온다고 해도 네게 전혀 도움 되지도 못하겠지만 . 자 , 그럼 처음부터 다시 해보자 . 그래서 은빛 보석은 어디 있다고 ?”

엘빈이 다시 한 번 손짓하자 기워드의 목이 뚫렸다 . 그리고 기워드는 목이 터져라 외쳤다 .

“ 경비병 ! 경비 …… !”

“ 정말 귀찮게 하는군 .”

진절머리가 났다 . 서로 좋게 좋게 가자고 해도 , 꼭 이렇게 말 안 듣는 독불장군이 있다 . 그럼 어떻게 해야겠는가 ? 정신을 차리도록 매타작을 해야지 .

엘빈은 두 주먹에 마나가 넘실대는 건틀렛을 만들어냈다 . 그리고 기워드의 배를 마치 샌드백 때리듯 후려 팼다 .

“ 으읍 ! 으으으으읍 !”

녀석은 아무 소리도 뱉지 못했다 . 한 번 배를 칠 때마다 녀석의 배는 파도치듯 요동쳤고 , 침대는 부서질 듯 삐걱거렸다 .

“ 흐흐 . 바깥에서 들으면 여자랑 한 바탕 하는 줄 알겠군 .”

기워드의 얼굴은 눈물과 콧물 , 그리고 침 범벅이 되었다 .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연신 흔들어댔지만 , 엘빈은 그만두지 않았다 .

“ 제국의 귀족들은 괘씸죄라는 걸 붙여서 시민들을 괴롭히더군 . 솔직히 개 같은 법이라고 생각하는데 , 지금은 널 위해 특별히 나도 사용해보겠어 .”

한참을 두들겨 팼다 . 이러다 내장파열로 사망하는 건 아닐까 하는 정도로 두들겨 팼다 . 하지만 걱정하지 않는다 . 나름의 강약조절을 했으니까 .

“ 이제 알겠지 ? 강도가 괜히 강도가 아니야 . 개기면 개길수록 더 끔찍한 고통이 널 기다리고 있을 거다 . 그러니 바른대로 말해 ! 은빛 보석은 어디 있지 ?”

기워드는 말할 상태가 아니었다 . 녀석은 끔찍한 고통에 혼절하고 말았다 .

“ 여러모로 사람 정말 귀찮게 만드는 자식이네 .”

엘빈의 왼손에서 동그란 물주머니가 만들어지더니 기워드의 얼굴에 그것을 떨어트렸다 .

“ 어허억 !”

“ 자 .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지 . 은빛 보석은 어디 있나 ? 이번에도 비협조적으로 나온다면 , 그냥 널 죽이겠다 .”

“ 왼 , 왼쪽 서랍 . 맨 밑 …… .”

“ 뭐야 ?”

눈길을 돌리자 낡은 서랍장이 있었다 . 기워드의 말대로 맨 밑에 있는 서랍장을 열자 은빛 보석이 가져가달라는 듯 찬란히 자신을 빛낸 채 기다리고 있었다 .

“ 허 참 …… .”

엘빈은 그것을 품에 넣고 , 간단한 마법으로 기워드를 수면에 빠지게 했다 . 의뢰 자체보다 , 이곳까지 오는 게 더 힘들 정도로 맥 빠진 과정이었다 .

더 쓸까하다가 글이 너무 길어지는 것 같아서 짤랐습니다. 문제점이 있으면 지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