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보전 + 이능물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필력이 받쳐주는데다 묘사되는 이능이 슈퍼맨급 초사기 먼치킨도 아니라서 어느 정도 현실적인 밸런스를 갖추고 있죠.
하지만 하나의 챕터에 지나치게 많은 것을 담아내려 하다 보니 전개가 늘어지면서 스토리 진행이 매우 더딘 것이 흠입니다.
두번째 미션인 완 구출 작전 때도 그랬지만, 이번 베네수엘라 학회에 참석한 여성인권학자 경호 미션도 불필요한 부분까지 너무 세세하게 묘사하더군요.
미션 서두에 언급된 작전 기간은 1주일인데, 가장 최신화인 22화까지 전개되는 동안 작중에서는 겨우 2일이 흘렀습니다. 언뜻 보면 디테일에 많이 신경 썼다고 하지만, 달리 보면 지나치게 디테일하게 나가는 탓에 읽는 입장에서 매우 지칩니다. 좀 빠르게 사건이 진행되어서 해결되는 걸 보고 싶은데, 언제까지 이 답답하기 그지없는 인물간의 대립이나 세세한 상황 묘사를 읽어야 하냐는 생각이 들죠.
현재까지 진행된 상황은 1일차에 입국 - 베네수엘라 장관과의 1차 미팅 - 2일차 오전 베네수엘라 연방정부 청사에서 장관과 2차 미팅을 하고 나오던 중 저격 + 폭탄 테러 발생 - 저격 이후 신경이 날카로워진 박사가 상황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경호 인력들에게 까칠하게 굴다가 한 차례 망신 - 저녁에 기자를 하나 불러 인터뷰 약속 잡음
+ 회상으로 이 미션 시작 전 국정원장과 주인공의 대립이, 그리고 장면 전환으로 cia에서 주인공의 능력을 확인하고자 수작을 부리는, cia 요원이 이전 미션에서 구출한 완이라는 타국 여자 요원을 만나는 등의 소소한 상황이 있습니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22화 중에 절반 정도는 짧고 간결하게 묘사해서 쳐낼 수도 있을텐데 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격 이후 박사가 까칠하게 굴고 정치인이 입지를 다지기 위해 으스대며 나대는 부분을 굳이 6화씩이나 세세하게 할애할 필요가 있었을지, 당장 중심 스토리와 전혀 관련이 없는 cia 요원과 완이라는 타국 여자 요원의 만남이나 국정원장과의 대립을 회상하는 부분도 2화씩이나 넣을 이유가 있는지...그런 부분이 아쉽더군요. cia 요원과 타국 여자 요원의 만남은 메인 미션이 아니라 인터미션 쪽으로 빼도 될만한 스토리인데 말이죠.
물론 구상하신 작가님께서는 이것저것 넣고 싶은 이야기가 많으시겠지만, 지나치게 많고 디테일하면서도 막상 전개에 불필요한 장면들은 오히려 빼버리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 제작이 엎어지는 바람에 데뷔하지는 못했지만 영상 시나리오 작업을 1년 반 정도 해본 경험으로는, 소설이든 시나리오든 지나치게 디테일을 강조하면 스토리가 거기에 묶여 통 나가질 못하더군요. 게다가 그 디테일 작업에 모든 힘을 소모한 탓에 정작 힘을 주어야 할 메인 스토리에 집중하지 못하는 결과가 나오구요.
이미 필력은 충분하시니 스토리 전개에 있어 불필요한 디테일을 줄이고 메인 스토리 진행을 더 빠르게 하면 그만큼 시원시원한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서양연예인)
안젤리나 졸리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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