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주절 판타지 1편

우리는 엘프와 함께 일을 하고 있단다 .

물론 드물게 드워프도 볼 수 있지 .

하지만 드워프들은 연구 자원 구역에 주로 머물기 때문에 우리 같은 하급 개척 요원들은

드워프를 볼 기회가 많이 없단다 .

너도 알다시피 엘프는 꽤 .... 멋있게 생겼지 .

마치 모델이나 연예인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

그래서 엘프가 개척팀에 소속되어 있다고 이야기하면 일반인들은 신기하게 생각할거야 .

뭐랄까 , 개척팀은 우락부락한 아저씨들 모여서 으싸 - 으싸 - 일하는 그런 이미지잖아 .

그래도 이곳 개척지에선 종종 엘프를 볼 수 있단다 ( 뻥이 아님 !!)

우리들의 선입관과는 달리 엘프 중에서도 모험을 동경하고 험한 일을 두려워하지 않는 멋진 존재들이 많단다 .

그들은 개척지 이곳저곳에서 많은 활약을 하고 있지 .

아마 네가 있는 곳보다 이곳에서 엘프를 더 보기 쉬울 거라고 생각한다 .

그리고 더 놀라운 사실은 우리 팀에서 함께하는 엘프는 여자란다 !! 신기하지 ??

나도 처음에 우리 팀에 들어온 여성 엘프를 봤을 때 깜짝 놀랐지 뭐야 !

물론 인간의 기준으로 여성과 남성을 나누는 기준이 엘프에게는 조금 맞지 않을 수 있지만 ,

어쨌든 그녀 (?) 는 너무 아름다운 여성이야 . 아마 너도 보면 한 눈에 반해 버릴걸 ?

보내는 메시지의 한계 때문에 사진을 첨부할 수 없어서 안타깝구나 .

열심히 일해서 보너스 수당을 받으면 데이터를 더 구매해서 그녀의 사진도 보내볼게 .

물론 그녀가 동의하면 말이야 .

- 메시지 작성 완료 -

- 데이터 송신 . 잔여 데이터 확인 ( 9.24 ExaByte / 12 ExaByte ) -

- 계좌 확인 -

01. 존

엘프도 발 냄새가 난다 .

인간은 포유류이기 때문에 땀샘이 있고 , 땀샘에서는 땀이 난다 .

그리고 그 땀이 마르면 냄새가 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

하지만 , 엘프는 아니지 않은가 ? 엘프는 땀샘도 땀구멍도 없다 . 그러니 땀이 나는 일도 없는 것이다 .

인간과 달리 식물에서 진화한 엘프는 몸에서 꽃향기만 나는 줄 알았다 .

길고 찰랑스런 금발 , 백옥 같은 피부와 깨끗한 얼굴 . 나긋나긋한 몸짓과 신비한 분위기 .

누가 그런 엘프에게 발냄새가 난다고 상상할 수 있겠는가 ?

그러나 개척팀이 되어 맞이한 비참한 현실에선 엘프도 발냄새가 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

그리고 며칠 씩 바깥에서 구르며 일하다보면 몸에서도 냄새가 난다 .

고상하고 귀족 같은 모습에서는 상상할 수 없던 부조화이다 .

물론 인간처럼 코리코리하고 뭔가 발효된 듯 한 .... 뭐 하여간 그런 아저씨 땀냄새 같은 냄새는 아니다 .

굳이 표현하자면 식물 특유의 풋풋한 생즙이 약간 오래 된 듯 달짝지근하면서도 과일 썩는 냄새 비슷한 것이 난다 . 식물이니 땀이 날리는 없고 신발을 신는 특성상 식물 본연의 냄새가 변해서 나는 듯 하다 .

알고 보니 엘프는 원래 신발을 신지 않았단다 . 신발을 신지 않았을 때는 아마도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

인간의 무좀처럼 엘프도 신발을 신기 시작하면서 발냄새가 생기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

어쨌든 나에게 엘프의 발냄새라는 특이하고 강렬한 경험을 안겨준 놈은 ,

사실 인간이 보는 성별 상으로는 여자지만 하는 행동으로는 동네 양아치나 다름없어 종종 " 그놈 " 또는 “ 그 새끼 ” 로 불리는 " 존 " 이었다 .

아 , 그러고 보니 이름도 어디 뒷골목에서 흔히 있을 것 같은 남자 이름 같다 . 역시나 존은 남자답지 . 암 , 그럼 .

남자다운 (?) 여자답게 존의 특기는 몽둥이 세례다 .

항상 들고 다니는 흑요석 주물 지팡이로 자신의 심기를 거슬리는 모든 상대를 두들겨 팬다 .

그런 한바탕 난리와 더불어 시원하게 욕을 날려주는 것이 존의 특기이다 .

자주 볼 때면 하루에 한번 정도 , 조금 뜸하다 싶으면 2-3 일에 한번정도는 꼭 보게 되는 진기한 광경이다 .

우리는 존의 그런 행동을 " 존의 생리 “ 라고 부른다 .

다들 알다시피 여자들은 생리 전에 좀 예민하지 않은가 .

물론 존은 식물이라서 생리는 안하겠지만 , 그런 세세한 설정은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자 .

누가 당신보고 ' 이런 닭 같은 겁쟁이 ' 라며 사실을 지적했다고 해서 당신이 닭이란 소리는 아니지 않은가 .

그저 닭이랑 비슷한 그 무언가 라는 소리다 . 내말 알겠지 ?

어쨌든 그날도 존이 생리를 시작했다 .

존이 우리와 함께 아침 식사를 하던 중에 옆 테이블에 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자칭 " 무시무시한 정의의 용사 ' 무리들이 심기를 건드린 것이다 .

굳이 따지자면 그쪽에서 무슨 짓을 한 것은 아니지만 ,

우리에게는 그들의 소란스러움에 심기가 불편해졌다는 소리다 .

정의의 용사 무리들 중 한명은 마침 클래스 레벨을 올린 참이었고 ,

먹고 사느냐 바쁜 우리는 그의 승급을 약간 착잡한 마음으로 부러워하고 있었다 .

클래스 레벨이 올라가면 위원회에서 지급되는 일의 보상 금액이 올라간다 .

쉽게 이야기하자 .

저 놈은 나보다 돈을 더 잘 벌고 있다는 소리다 . 아이고 , 배 아파 .

안 넘어가는 아침밥을 목구멍에 쑤셔 넣는 기분으로 먹고 있었는데 ,

이러한 옆 테이블의 좋은 소식은 식사를 더욱 더 모래처럼 느끼게 만들었다 .

도대체 넘어가지가 않는다 . 서걱 ! 서걱 !

" 아이씨 -! 드럽게 안 넘어가네 .“

존이 수저를 탁 ! 놓으며 조금 큰 음성으로 말했다 .

아침이면 다들 전날의 숙취나 피곤으로 조금 예민해져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옆 테이블에 대한 시비로 보기엔 애매했다 . 하지만 충분히 옆 테이블의 관심을 끌 정도로 소리는 컸다 .

이건 보는 관점에 따라 명백한 시비가 될 수 있다 .

그래서 나는 늘 주장한다 . 아침은 건너뛰자 !

가장 이상적인 식사는 아침을 건너뛰고 점심 전에 먹는 아점이다 .

아점에는 보너스로 늦잠이라는 꿀 같은 시간도 허락된다 .

그런데 왜 우리는 아점을 하지 않는 것인가 !! 라는 나의 강렬한 주장에도 불구하고

새벽잠이 없는 꼬장꼬장한 마법사 노인네 때문에 우리는 늘 아침을 먹는다 .

그리고 아침마다 식당에 앉아 밥을 억지로 쑤셔 넣는 우리를 마법사 노인네는 흐뭇한 미소로 바라본다 .

자기만족이다 .

결혼을 하지 않는 마법사의 특성 상 , 저 삐뚤어진 노인네는 우리 파티를 마치 자기 자식처럼 여기는 것이 분명했다 . 자식처럼 여기는 것은 괜찮은데 , 자식처럼 관리하진 말아주세요 !!! 다들 그렇게 생각하지만 감히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다 .

클래스 8.

저 빌어먹을 영감탱이의 마법 클래스이다 .

이건 아무나 얻을 수 있는 레벨이 아니다 .

소문에 의하면 최소 20 년 이상 여자랑 잠자리는 커녕 남자들의 은밀한 취미인 딸딸이도 금지하며 수련해야 얻을 수 있는 경지란다 . 설혹 딸딸이를 안치더라도 므훗한 꿈을 꾸고 몽정이라도 한번 시원하게 뿌직 ~! 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도 있다 .

어디까지나 소문이다 . 심각하게 생각하진말자 .

중요한 사실은 아무리 막 되먹은 용사라도 클래스 8 의 마법사에게는 대들지 못한다는 거다 .

심지어 생리 중인 존이라도 마법사 영감탱이가 뭐라고 하면 한 수 접고 들어간다 .

마법이란 참 대단한 것이다 . 여자와 함께하는 기쁨을 버리고 얻은 힘이라면 저 정도는 되어야지 .

하지만 나는 아무리 대단하고 엄청난 힘이 주어진다고 해도 금욕은 사양이다 .

인생의 기쁨에 술과 여자를 빼면 뭐가 남을까 ? 음 ..... 아마도 , 맛난 음식 ?

아 , 쓸데없는 이야기가 길어졌다 . 다시 존의 생리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

아주 아주 불행하게도 저쪽 ' 무시무시한 정의의 용사들 ' 파티에는 조금 예민한 성격의 파티원이 있었다 .

굉장히 세련된 스타일의 수염을 기른 거구의 남자가 우리 쪽을 거북한 눈초리로 쳐다보더니

벌떡 일어나 천천히 걸어왔다 .

뚜벅 - 뚜벅 - 뚜벅 -

그놈이 가까워질수록 우리들 사이에선 기쁨의 몸짓이 슬며시 보였다 .

아 , 이 지겨운 아침 식사가 드디어 끝나는 구나 !!! 존 만세 !!! 이따위 모래 밥을 먹느니

대신 한바탕 신나는 주먹질이 정신 건강에 더 이로울 거야 !!!

다들 내색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 모두의 표정은 점차 밝아지고 있었다 .

딱 한명 , 우리의 꼬장꼬장한 마법사님만이 심기 불편한 표정을 짓고 있다 .

우리의 존 . 그녀의 입가에도 희미한 미소가 깃들어있다 .

이 기집애 , 너도 아침밥이 깔깔했나보구나 . 일부러 시비건 게 분명하다 .

기특한 기집애 같으니라구 . 이제 당찬 걸음걸이로 오는 저 덩치나 잘 해결하렴 .

여차하면 우리도 알밤같은 주먹으로 같이 어울려 지원해 줄테니 . 그럼 백점짜리 아침이다 , 존 파이팅 !

모두 존을 바라보며 응원의 눈빛을 보냈다 .

" 지금 뭐라고 했어 ?“

굵은 저음의 위협적인 목소리로 사내가 이야기했다 .

존은 오른손에는 숟가락을 들고 왼손에는 흑요석 지팡이를 쥔 채 , 천천히 사내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

그리곤 사내는 눈을 바라보며 또박또박 …… . 아니 띄엄띄엄 대답했다 .

" 아 , 아침 .. 이라 밥이 깔깔 … 해서 잘 넘어가지 않는다구요 … 아이참 , 이곳 밥은 왜 이리 형편없는지 모르겠어여 . 혹시 제 말에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해요 . 갑자기 식사 때문에 짜증이 났네요 .“

사내와 우리는 멍한 표정으로 다 같이 존을 쳐다보았다 . 왠지 모르게 기분이 나빠졌다 .

존은 우리들의 눈빛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말을 이었다 .

" 어머 ! 파티원 누군가 승급한 모양이네요 . 축하드려요 . 우와 , 부러워라 .

저희도 어서 노력해서 레벨을 올려야 되는데 , 부러워요 . 까르르 ~~“

옥구슬 굴러가는 듯 한 목소리로 존이 상큼하게 웃으며 말했다 .

' 무시무시한 정의의 용사들 ' 파티의 사내는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

" 고 .. 고맙소 . 내가 잠깐 오해했던 것 같습니다 . 그럼 아침 식사 맛있게 하십시오 . 죄송했습니다 .“

사내는 쭈빗거리며 물러났다 .

사내가 자기 무리로 돌아가자 존의 상큼하고 여성스런 표정은 다시 차갑고 무표정하게 바뀌었다 .

다들 ' 뭐야 존 ?' 이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

" 저 새끼 , 잘생겼어 . 특히 가슴털이 내 취향이야 .“

존이 무표정하게 식사를 씹으며 말했다 . 서걱 - 서걱 -

아 , 그래 . 존도 여자구나 . 나름대로의 취향도 있겠지 . 다들 왠지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식사를 마저 했다 .

가슴털 … .. 가슴털이라 . 여자들의 취향이란 참 .

근데 , 이야기했던가 ? 존이 엘프 중에서도 상위권에 속할 정도로 한 미모 하는 놈이라는 걸 ?

그 이후로 우리 파티원 대부분의 남자들이 셔츠의 단추를 두 서너 개씩 풀고

가슴 근육과 수줍은 가슴털을 내보이게 된 것은 우연이겠지 ?

" 저 , 이모 .“

모처럼 쉬는 날이라 플랜트 구역으로 쇼핑을 나왔다 .

" 네 , 손님 무엇을 찾으시나요 ?“

" 여기 가슴근육을 돋보이게 보여줄 수 있도록 넥이 깊게 파인 셔츠 있나요 ?“

나의 개인적인 옷 취향에 따른 쇼핑을 오해하지 말도록 . 당신이 생각하는 이유가 절대 절대 아니야 .

내참 , 여자들의 취향이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