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5회: 백제성(白帝城)에 해는 지다
동오의 육손이 의도(宜都: 夷道)에서 촉군을 크게 무찌르자 유비는 패해 백제성으로 쫓겨 돌아간다.
유비는 일찌감치 제갈량의 말을 들었으면 오늘과 같은 패배는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제 무슨 낯으로 성도로 돌아가 여러 신하들을 대하겠느냐고 말한다.
유비는 성도로 돌아가지 않고 백제성에 머물러 있기로 하는데 근신이, 황권이 강북의 군사를 이끌고 위로 가서 항복했으니 그의 가족을 문죄하라고 말하자 황권은 강 북쪽 기슭에 명을 받들고 가 있다가 오군에게 퇴로를 끊겨 돌아오고 싶어도 돌아올 수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항복한 것이라고 말한다.
유비는 자신이 황권을 배신한 것이지 황권이 자신을 배신한 게 아니므로 그의 가족에게 죄를 물을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한편 조비는 가후와 유엽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어림군을 이끌고 직접 조인, 조휴, 조진의 삼로 병사를 지원하러 가지만 삼로의 병사는 모두 오의 충성스럽고 용감한 군사들에게 패하게 되고 또한 때는 마침 여름이라 전염병이 돌아서 군사 열 명 중 예닐곱 사람이 죽게 된다.
그래서 조비는 군사를 이끌고 낙양으로 돌아오고 오와 위는 이때부터 불화하게 된다.
유비는 백제성으로 들어간 다음해에 병이 나서 죽게 되자 성도로 사자를 보내 제갈량을 부른다.
유비는 제갈량에게 마량의 아우 마속은 말은 잘하지만 실상은 그에 못 미치니 크게 써서는 안 된다고 당부한다.
유비는 성인께서 말씀하시기를 "새가 죽을 때는 그 울음소리가 애처롭고 사람이 죽을 때는 그 말이 착하다.(鳥之將死其鳴也哀 人之將死言也善)"(공자(孔子)의 제자인 증자(曾子)의 말. 논어(論語) 태백편(泰伯篇)에 실려 있다.)고 했는데 제갈량에게 만일 유선이 도울 만하면 돕고 그렇지 못하면 제갈량이 성도의 주인이 되어 큰일을 이루라고 당부한다.
그리고 조자룡에게 매일 자신의 아들을 만나 승상 제갈량을 아버지처럼 섬기라는 자신의 유언을 어기지 말도록 깨우쳐 주라고 당부하고 63세의 나이로 죽는다.
후세에 두공부(杜甫)가 시를 지어 한탄했다.
촉주가 오를 엿보며 삼협으로 향하더니(蜀主窺吳向三峽)
붕어하던 해에도 역시 영안궁에 있었네(崩年亦在永安宮)
취화(푸른 새의 깃으로 보를 만들어 꽂은 천자의 깃발)는 공산 밖에 펄럭이는 것 같고(翠華想在空山外)
옥전은 텅 빈 절간 속에 있었지 싶네(玉殿虛無野寺中)
옛 사당의 솔숲에는 왜가리가 둥지 틀고(古廟杉松巢水鶴)
해마다 복랍(제사 날을 말함. 복은 여름 복날에 지내는 제사 이름이고 납은 음력 섣달에 지내는 제사의 이름임.)에는 촌 늙은이 찾아오네(歲時伏臘走村翁)
무후 사당 언제나 가까이 붙어 있어(武候祠屋長隣近)
임금 신하 구별 없이 제사도 똑같네(一體君臣祭祠同)
조비는 유비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이 기회에 촉을 치려고 하는데 가후가 유비는 비록 죽었지만 제갈량이 유선을 위해 충성할 것이고 상란(喪亂)에 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간한다.
그러나 사마의는 지금이 좋은 기회라고 중원의 군사들만 일으켜서는 단시일내에 승리하기는 어려우니 반드시 오로(五路)의 대군으로 협공하여 제갈량이 수미(首尾)에서 서로 구원할 수 없게 만든 후에나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며 말했다. "편지 한 통을 써서 요동(遼東) 선비국왕 가비능에게 사신을 보내 금백(金帛)을 뇌물로 주면서 요서(遼西)의 강병(羌兵) 10만 명을 일으켜 먼저 육로를 따라가 서평관(西平關)을 공격하게 하는 것이 일로(一路)이고 또 편지 한 통을 써서 사자에게 사령장과 상품을 갖고 곧장 남만(南蠻)으로 가서 만왕 맹획을 뵙고 군사 10만 명을 일으켜 익주, 영창, 장가, 월준의 네 군(郡)을 치게 하는 것인데 서천의 남쪽을 치는 이것이 이로(二路)이고 다시 사자를 오로 보내어 수호조약을 맺고 땅을 베어 주는 조건으로 손권에게 10만 대군을 일으켜 양천의 협구(峽口)로 쳐들어와 곧장 부성을 공격하게 하는 것인데 이것이 삼로(三路)이고 또 항복한 장수 맹달에게 사자를 보내 상용의 군사 10만 명을 일으켜 서쪽에 있는 한중을 치게 하는 것인데 이것이 사로(四路)이옵니다. 그런 다음 대장군 조진을 대도독으로 삼아 10만 병사를 이끌고 장안을 경유하여 곧장 양평관(陽平關)으로 나가 서천을 공격하게 하는 것이 오로(五路)이옵니다. 모두 합해 50만 대군이 일제히 쳐들어가면 제갈량이 여망(呂望)의 재주를 가졌다 해도 어떻게 이 많은 군사를 당해내겠사옵니까?"
조비는 크게 기뻐하며 즉시 말 잘하는 관리 네 사람을 비밀리에 파견하고 조진을 대도독으로 삼아 10만 명의 군사를 거느리고 양평관을 공격하게 한다.
한편 후주 유선(後主 劉禪)은 조정의 인사(人事), 재정(財政), 소송(訴訟) 등 일체의 일을 모두 제갈량에게 맡긴다.
유선은 장비의 딸을 황후로 맞아들인다.
위가 오로의 대군 50만 명을 출동시켜 촉으로 쳐들어오고 있다는 보고를 받은 유선은 크게 놀라는데 3일이 지나도록 제갈량이 병을 핑계로 입조(入朝)하지 않자 직접 승상부로 찾아간다.
제갈량은 한가하게 조그만 연못가에서 물고기를 보고 있다가 유선이 찾아오자 사로의 군마는 자신이 이미 모두 물리쳤는데 다만 손권 쪽의 군마가 남아 있는데 이 곳에는 능변가(能辯家) 한 사람을 보내 손권을 설득해야 하는데 적당한 사람을 구하지 못해 생각 중이었다며 말했다. "선제께서 신에게 폐하를 부탁하셨사옵니다. 신이 어찌 감히 잠시인들 소홀히 하겠사옵니까? 성도의 관료들은 모두 병법의 깊은 뜻을 모르옵니다. 남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니 어떻게 남들에게 누설할 수 있겠사옵니까? 노신은 서쪽 번국(番國: 선비족의 나라)의 왕 가비능이 군사를 이끌고 서평관을 침범해 온다는 사실을 먼저 들어 알고 있었사옵니다. 신은 마초가 조상 대대로 서주(西州)에서 살아와서 원래부터 강인들의 인심을 얻고 있고 강인들이 마초를 신위대장군(神威大將軍)이라고 하는 것을 고려하여 이미 먼저 사람을 보냈사옵니다. 밤을 도와 달려가서 마초에게 격문을 전하고 서평관을 단단히 지키라고 했으며 사방에 기병(奇兵)을 매복하고 날마다 교대로 지키면서 적을 막으라고 했으니 그 쪽은 걱정할 필요가 없사옵니다. 또 남만 맹획의 군사가 남부 4개 군을 침범한다는 보고를 받고 신은 이곳에도 역시 격문을 보내 위연에게 한 무리의 군사를 거느리고 막으라고 했사옵니다. 왼쪽의 군사가 나가면 오른쪽의 군사는 들어오고 오른쪽의 군사가 나가면 왼쪽의 군사가 들어오면서 의병(疑兵) 전술을 쓰면 만병들은 사납기만 할 뿐 의심이 많으니 이런 의병을 보게 되면 반드시 쳐들어올 생각을 하지 못할 것이옵니다. 또 맹달이 군사를 이끌고 한중으로 들어오는 것도 알고 있었사옵니다. 맹달은 이엄(李嚴)과 생사를 같이 하기로 맹세한 사이이옵니다. 신은 성도로 들어올 때 이엄에게 영안궁을 지키라고 남겨 두었고 이엄이 손수 쓴 것처럼 편지 한 통을 써서 사람을 시켜 맹달에게 보냈사옵니다. 맹달은 반드시 병이 났다는 핑계를 대며 나오지 않을 것이고 군사들의 사기도 풀어질 테니 이쪽 또한 걱정할 것이 없사옵니다. 또 조진이 군사를 이끌고 양평관을 넘본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사옵니다. 신은 이미 조운에게 한 무리의 군사를 이끌고 출동하여 관애를 지키면서 일절 나가 싸우지 말라고 하였사옵니다. 만일 우리 군사가 싸우러 나가지 않으면 조진은 오래 버티지 못하고 제풀에 물러갈 것이옵니다. 이 네 곳의 군사는 모두 걱정할 것이 없사옵니다. 신은 그래도 잘못되는 일이 있을까 봐 또 다시 관흥과 장포를 몰래 파견하여 각각 3만 명의 군사를 이끌고 요지에 둔치고 있다가 각 곳을 지원하게 했사옵니다. 이 몇 곳으로 군사를 파견하여 배치하는 일은 모두 성도에서 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아는 사람이 없었던 것이옵니다. 다만 동오 쪽은 군사를 즉시 출동시키지 않을 것이 분명하지만 만일 다른 네 곳의 군사가 승리를 거두어 서천이 위급해지면 반드시 침공할 것이고 만일 다른 네 곳의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어찌 움직이려 하겠사옵니까? 신의 생각에 손권은 조비가 삼로로 동오를 침공했었으니 반드시 원한을 품고 그 말을 들으려 하지 않을 것이옵니다. 비록 그렇기는 하지만 능변가 한 사람을 골라 빨리 동오로 보내 어떻게 하는 것이 이롭고 해로운지 달래도록 하여 먼저 동오를 물리치면 나머지 사로의 군사를 무엇하러 걱정하겠사옵니까? 그러나 동오를 설득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신은 주저하고 있었사옵니다. 무엇하러 폐하께서 수고롭게 왕림하셨사옵니까?"
제갈량은 유선을 따라온 관료 중에 호부상서(戶部尙書) 등지에게 한나라를 중흥시키려면 위와 오 중 어느 나라를 먼저 쳐야겠느냐고 물으니 등지가 말했다. "제 생각을 말씀드리면 위는 비록 한나라의 역적이지만 세력이 너무 커 단시일 안에 흔들어 놓기는 어려우니 천천히 도모해야 할 것이옵니다. 지금은 주상께서 갓 보위에 오르시어 민심이 안정되지 않았으니 동오와 연합하여 순치의 관계를 맺고 선제 때의 원한을 깨끗이 씻어버리는 것이 바로 장래를 위한 계책이라 여겨지옵니다. 승상의 뜻은 어떠신지 모르겠사옵니다."
제갈량은 자신의 생각과 같다면서 등지에게 오로 가서 친선관계를 회복하는 설득사(說得使)의 임무를 맡긴다.
제 86회: 오와 촉은 다시 손잡고
조비가 보낸 사자가 동오의 손권을 찾아가 말했다. "촉이 전에 위로 사람을 보내 구원을 요청했사옵니다. 위는 한때 생각을 잘못하고 군사를 출동시켜 지원했으나 지금은 크게 뉘우치고 있사옵니다. 사로(四路)의 군사를 일으켜 서천을 치려 하니 동오에서 지원해 주시기 바라옵니다. 만일 촉의 영토를 얻게 되면 반반씩 나누어 가지면 될 것이옵니다."
육손은 손권에게 우선 군사 지원을 승낙하고 사로의 전황을 탐문하여 사로의 군사가 이긴다면 동오에서 즉시 군사를 진격시켜 먼저 성도를 함락하고 사로의 군사가 패한다면 다시 상의하자고 한다.
손권은 육손의 말에 따라서 사람을 보내 각 곳의 상황을 알아보니 서번(西番: 서쪽의 이민족)의 군사는 서평관으로 나오다가 마초를 만나자 싸우지도 않고 물러갔고 남만의 맹획은 군사를 일으켜 4개 군을 공격했으나 위연의 의병계(疑兵計)에 걸려 모두 후퇴하여 소굴로 돌아갔다. 그리고 상용의 맹달은 중도에서 갑자기 병이 나서 진격할 수 없게 되었고 조진의 군사는 양평관으로 나갔으나 조자룡이 각처의 험한 길목을 막고 있어 꼼짝하지 못했다. 과연 한 장수가 막고 지키면 1만 군사가 열 수 없는 곳이었다. 조진은 야곡 길에 군사를 둔치고 있다가 이기지 못하고 돌아왔다.
서촉의 사자 등지가 찾아오자 장소는 손권에게 건장한 무사 일천 명을 늘어 세우고 펄펄 끓는 기름가마를 준비해서 사자를 맞으라고 말한다.
등지는 무사들이 살벌하게 늘어서 있자 그 뜻을 알아차리고 펄펄 끓는 기름가마를 보고 코웃음을 친다.
등지는 손권에게 절하지 않고 온읍만 하는데 손권이 왜 절을 하지 않느냐고 호통을 치자 상국(上國) 천자의 사신은 작은 나라 임금에게 절을 하지 않는다고 대답하는데 손권은 크게 노해 속히 기름가마로 들어가라고 말한다.
등지가 크게 웃으며 말했다. "사람들이 모두 동오에는 훌륭한 사람이 많다고 하더니 하나의 유생(儒生)을 무서워 할 줄을 어찌 상상이나 했겠사옵니까?"
손권은 더욱 노하여 말했다. "내가 어찌 하찮은 놈을 무서워하겠느냐?"
등지가 말했다. "나를 무서워하지 않는다면 당신들을 달래러 왔다 한들 무엇을 걱정하시옵니까?"
"너는 제갈량을 위해 나에게 위와 관계를 끊고 촉과 손을 잡으라고 달래러 온 것이 아니냐?"
"나는 촉의 한 유생으로 특별히 오나라의 이해(利害)를 말씀드리러 왔는데 군사를 늘어 세우고 기름가마까지 끓이면서 한 사람의 사신을 막고 있으니 어째서 이렇게 통이 좁으시옵니까? 어디 남을 용납이나 하시겠사옵니까?"
손권은 이 말을 듣자 황당하고 부끄러워 즉시 무사들을 호통 쳐서 물리치고 등지를 전각 안으로 불러 올려 자리를 주어 앉히고 자신은 촉과 강화하고 싶지만 촉주는 나이도 어리고 아는 것도 없어서 끝내 부지하지 못할 듯하다고 말한다.
등지가 말했다. "대왕께서 바로 이 세상의 뛰어난 호걸이시고 제갈량 역시 한 시대의 준걸이실 뿐 아니라 촉은 험한 산천이 가로막고 있고 오는 삼강(三江)이 공고하게 지켜 주고 있사옵니다. 만일 두 나라가 손을 잡고 서로 돕는다면 나가면 천하를 병탄할 수 있고 물러서면 정족(鼎足: 솥발)의 세를 이룰 수 있사옵니다. 지금 대왕께서 만일 위에 예물을 바치고 신하가 되신다면 위는 반드시 대왕께서 조근(朝覲)하기를 바랄 것이고 태자를 보내어 좌우에서 모시도록 요구할 것이며 만일 따르지 않는다면 군사를 일으켜 침공해 올 것이고 촉 역시 장강을 따라 쳐들어 올 것이니 그렇게 된다면 강남 땅은 다시는 대왕의 땅이 되지 않을 것이옵니다. 만일 대왕께서 제 말이 틀린다고 생각하신다면 저는 즉시 대왕의 앞에서 죽어 세객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겠사옵니다."
말을 마치고 등지가 기름가마 속으로 뛰어들려고 하자 손권은 이를 말리고 촉으로 가서 자신의 뜻을 전할 사자를 구하는데 중랑장(中郞將) 장온이 이를 자청한다.
위와 촉이 다시 우호관계를 맺자 위주 조비는 이는 중원을 도모하려는 뜻이 분명하니 위가 먼저 치는 것이 낫겠다고 말한다.
이 때 대사마 조인과 태위 가후는 죽고 없었다.
사마의가 오는 험한 장강이 가로막고 있어서 배가 아니면 건너 갈 수 없으므로 조비가 친정(親征)을 하려면 크고 작은 배로 채하(蔡河)와 영수(潁水)를 따라 회수(淮水)로 들어가서 수춘을 거쳐 광릉에 이른 다음 강어귀를 건너 곧장 남서를 공격하는 게 상책이라고 하니 조비는 이 말을 따른다.
이 소식을 들은 동오에서는 육손은 형주를 지키고 있기 때문에 가벼이 움직일 수 없으므로 그를 대신할 장수를 구하는데 서성이 자청하여 나선다.
서성이 강변을 굳게 지키려고 하자 손권의 조카인 손소가 자신이 광릉의 지리를 잘 아니 장강을 건너 수하에 있는 3천 명의 군마로 위군을 격퇴하겠다고 누차 고집하니 서성은 노해 손소를 목 베어 죽이라고 명하는데 손권이 말려서 가까스로 목숨을 구한다.
손소는 그날밤 임의로 위군과 싸우기 위해 3천 명의 정예병을 이끌고 장강을 건너고 서성은 혹시 손소가 죽으면 손권을 볼 면목이 없어지리라 생각하여 정봉에게 3천 명의 군사를 거느리고 장강을 건너가 손소를 지원하라고 이른다.
위군이 장강가까지 진군하자 파발마가 조자룡이 군사를 이끌고 양평관을 나와 장안을 공격하려 한다는 급보를 전하니 조비는 크게 놀라 철군을 명한다.
위군의 배가 회수로 접어들었을 때 손소의 군사가 기습해 오고 회수가의 갈대밭에 불을 지르고 정봉의 군사가 또 공격해 온다.
장요는 정봉과 싸우러 나오다가 정봉이 쏜 화살을 옆구리에 맞는다.
손소와 정봉은 대승을 거두고 각종 군수품을 대량으로 노획한다.
장요는 허창으로 돌아왔으나 화살에 맞은 상처가 크게 덧나 죽는다.
조자룡은 군사를 이끌고 양평관으로 나오다가 익주(益州)의 늙은 족장 옹개가 만왕 맹획과 손잡고 10만 명의 만병(蠻兵)을 이끌고 약탈을 자행하고 있으니 군사를 이끌고 되돌아오라는 제갈량의 편지를 받고 급히 군사를 거두어 성도로 돌아간다.
제 87회: 제갈량의 남정(南征)
제갈량은 조정에 들어가 유선에게 남만이 복종하지 않는 것은 국가의 큰 걱정거리니 자신이 직접 대군을 거느리고 토벌하겠다고 말한다.
제갈량은 조자룡과 위연을 대장으로 삼고 왕평과 장익을 부장(副將)으로 삼아 50만 대군을 거느리고 익주로 간다.
관우의 셋째 아들 관색이 제갈량의 군영으로 찾아오자 제갈량은 관색을 전군의 선봉으로 삼는다.
익주에서 제갈량은 우선 고정의 수하장수 악환을 사로잡았다가 놓아 주면서 고정이 충성스럽고 의리 깊은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고정에게 항복하게 하라고 이른다.
제갈량은 포로들을 놓아 주면서 반간계를 써서 옹개와 주포를 궁지에 몰아 죽이고 반란군들을 모두 항복시킨다.
제갈량은 고정을 익주태수로 삼고 악환을 아장(牙將)으로 삼는다. 삼로(三路: 옹개와 고정, 주포)의 군마는 마침내 평정된다.
제갈량은 끝까지 옹개의 공격을 막아 성을 지킨 영창태수(永昌太守) 왕항이 여개 때문에 성을 지킬 수 있었다고 하자 여개를 부르는데 여개가 남만의 지도를 상세히 그려서 가지고 있음을 알자 그를 행군교수 겸 향도관(行軍敎授 兼 鄕導官)으로 임용한다.
행군 도중 유선의 사자 마속이 찾아와서 군사들에게 술과 옷감을 나눠 주고 제갈량에게 남만은 중국에서 멀고 험하다는 것을 믿고 복종하지 않은 지가 오래 되었기 때문에 비록 오늘 무찌르더라도 머지않아 다시 배반할 것이므로 남만에 대한 전략은 마음을 공격하는 것을 상수로 삼고 성을 공격하는 것은 하수로 삼아야 하고 심리전이 가장 좋고 군사를 투입하여 싸우는 것은 나쁜 방식이라고 말한다.
제갈량은 탄복하며 자기 생각과 같다고 마속을 참군(參軍)으로 삼고 전진한다.
맹획과의 첫 번째 싸움에서 위연이 맹획을 사로잡게 되고 제갈량은 포로들에게 술과 음식을 먹이고 양식을 주어 돌려보낸다.
맹획은 제갈량에게 후미진 산골 좁은 길에서 잘못 걸려들어 사로잡힌 것이니 항복할 수 없다고 말하고 제갈량이 돌려보내주겠다고 말하니 돌려보내주면 다시 군마를 정비하여 싸우고 다시 사로잡히면 항복하겠다고 하여 제갈량은 맹획을 돌려보낸다.
제 88회: 노수를 건너다
성도에서 마대가 해서약(解暑藥 : 더위 먹은 사람을 치료하는 약)과 군량미를 갖고 오자 제갈량은 마대에게 만병들의 양도(糧道: 군량 운반로)를 끊고 군량미를 빼앗게 한다.
전에 촉군과 싸워서 사로잡혔다가 풀려났었던 동도나가 마대에게 지고 오자 맹획은 크게 노해 동도나가 제갈량의 은혜를 입었기 때문에 싸우지 않고 후퇴했다고 하여 참수하려다가 여러 추장들의 만류로 1백 대를 때리는 형벌을 준다.
동도나는 군사들을 이끌고 맹획을 사로잡아서 제갈량에게 보내는데 맹획이 이번에 잡힌 것은 제갈량이 잡은 게 아니라 자신의 부하들이 해치려는 바람에 잡힌 것이니 항복할 수 없다고 말하자 제갈량은 다시 맹획의 결박을 풀어 주고 돌려보낸다.
맹획은 본채로 돌아오자 제갈량에게 사로잡혔다가 풀려났었던 동도나와 아쾌남을 죽이고 동생 맹우에게 보물을 가득 싣고 1백여 명의 만병을 이끌고 제갈량의 본영으로 가서 형 맹획이 제갈량에게 선물로 드리는 것이라고 말하게 한다.
실은 촉군을 방심하게 하고 나서 공격하고 촉군의 영채 내부에서 맹우의 군사가 내응을 하여 이기려는 계책이었는데 이를 간파한 제갈량은 맹우의 군사들에게 약을 탄 술을 권하여 모두 잠들게 하고 영채를 기습한 맹획의 군사를 포위하여 공격하니 맹획은 달아나다가 다시 만병으로 위장한 마대의 군사들에게 사로잡힌다.
맹획은 동생 맹우의 식탐 때문에 잡히게 된 것이라고 이번에도 승복하지 않는데 제갈량은 세 번째로 맹획을 놓아 준다.
그리고 제갈량은 여러 장수들에게 자신이 세 번째 맹획을 사로잡고도 죽이지 않은 것은 진실로 그의 심복(心服)을 받으려는 것이지, 그들 종족을 없애려는 게 아니라고 자신의 뜻을 말한다.
맹획은 세 번이나 사로잡히는 수모를 당하자 매우 화가 나서 심복 부하들을 시켜 부족들을 모두 모으고 칼과 방패를 쓰는 요족 병정 수십만 명을 빌려 오라고 보낸다.
제 89회: 독룡동(禿龍洞)의 독물 샘
제갈량은 영채를 버리고 퇴각하는데 만병의 대부대를 이끌고 온 맹획은 텅 빈 촉군의 영채를 지나서 촉군을 추격한다.
촉군이 포위하여 공격하자 맹획은 또 달아나게 되는데 수레에 앉아 있는 제갈량을 보고 달려들지만 함정에 빠져 또 사로잡힌다.
맹획은 속임수에 빠져서 사로잡혔다고 또 항복을 거부하는데 제갈량은 맹획을 네 번째로 놓아 준다.
맹획의 아우 맹우는 독룡동의 동주(洞主) 타사대왕(朶思大王)이 자신과 친하다며 맹획과 함께 독룡동으로 가게 되는데 타사대왕은 이곳으로 오는 길은 두 개 밖에 없고 한 길은 나무나 돌을 쌓아 막으면 비록 백만대군이라고 해도 들어올 수 없고 다른 길은 독사와 전갈이 많고 게다가 네 개의 독샘이 있어서 마시거나 몸에 닿으면 죽게 된다고 말한다.
왕평의 군사가 독샘의 물을 마시고 중독되어 말을 못하게 되자 제갈량은 한 노인의 안내로 안락천(安樂泉)의 샘물을 마시게 해서 중독을 치료하고 해엽운향이라는 풀로, 사람이 쐬면 즉사하는 연무(煙霧)의 장기(풍토병의 기운)가 군사들의 몸에 스며들지 못하게 한다.
안락천에서 만난 다른 노인은 만동의 개울물은 마시지 못하니 땅을 파서 나오는 샘물을 마셔야 한다고 하여 제갈량은 그 말을 따른다.
타사대왕은 촉군들이 독샘의 독에 해를 입지 않고 멀쩡한 것을 보자 크게 놀라는데 그가 맹획을 도와 출동을 하려고 하는데 독룡동 근처의 은야동(銀冶洞) 동주 양봉이 3만 명의 군사를 이끌고 도우러 오자 이들을 영접한다.
그러나 양봉은 자신의 친지가 제갈량에게 은혜를 입었다면서 맹획과 맹우, 타사 등을 사로잡아 제갈량에게 바친다.
맹획은 이번에도 동족이 자신을 해치려고 하여 사로잡힌 것이라며 항복하지 않는데 제갈량은 다섯 번째로 맹획을 놓아 주게 된다.
제 90회: 칠종칠금(七縱七擒)
맹획은 팔납동(八納洞)의 동주 목록대왕(木鹿大王)에게 도움을 청한다.
제갈량은 군사를 이끌고 삼강성을 공격하는데 한꺼번에 열 개의 독화살을 쏘는 만병들의 공격을 당할 수가 없게 된다.
제갈량은 어둠을 틈타 군사들에게 성 밑으로 흙을 옮겨 계단을 만들게 하고 흙계단으로 성을 넘어 들어가 만병을 공격하니 타사대왕은 전사하고 삼강성은 함락된다.
무예가 뛰어난 맹획의 아내 축융부인이 나서서 장의와 마충을 사로잡자 위연이 제갈량의 계책대로 축융부인을 격분하게 하여 유인해서 사로잡는다.
제갈량은 맹획에게 사자를 보내 축융부인과 장의, 마충을 맞바꾸자고 하니 맹획은 이 제의를 받아들인다.
목록대왕이 도착하자 그는 호랑이와 표범 등의 맹수를 부려서 촉군을 공격하는데 촉군은 패하여 달아나게 된다.
제갈량은 이를 대비하여 만들어 온 1백 개의 목각거수(木刻巨獸)에 각각 열 명의 군사를 태워서 불꽃과 연기를 내뿜으며 맹수들의 공격을 맞이하니 맹수들은 방향을 되돌려서 도리어 만병들을 공격한다.
제갈량이 군사를 휘몰아 크게 진격하니 목록대왕은 전사하고 맹획의 처남인 대래동주가 맹획과 그의 군사 수백 명을 잡아서 제갈량에게 데리고 오자 제갈량은 미리 2천 명의 정예병을 대기시켰다가 대래동주를 비롯한 만병들을 포박하여 사로잡는다.
제갈량은 대래동주가 맹획과 짜고 거짓 항복하여 자신을 죽이려는 계책임을 간파하고 맹획 등을 사로잡아 온 군사들을 포박한 것인데 과연 그들은 품 속에 각각 칼을 숨겨 갖고 있었다.
맹획은 자신들이 제발로 죽으러 온 것이지 제갈량이 잡은 것이 아니니 승복할 수 없다고 하여 제갈량은 여섯 번째로 맹획을 놓아 준다.
맹획은 오과국(烏戈國)의 왕 올돌골(兀突骨)에게 도움을 청하는데 그의 군사들은 반년 동안 기름에 담갔다가 햇볕에 말리기를 여러 번 반복하여 만든 등나무 갑옷을 입고 있어서 등갑군(藤甲軍)이라고 부르는데 그 옷을 입으면 강을 건너도 가라앉지 않고 칼과 화살도 뚫을 수 없다고 한다.
올돌골이 3만 명의 등갑군을 거느리고 공격하니 촉군은 칼과 창으로 그들의 갑옷을 자르거나 뚫을 수 없어서 패해서 달아나게 된다.
위연은 제갈량의 계책대로 올돌골의 전사에게 연거푸 열다섯 번을 싸움에 져서 달아나고 일곱 개의 영채를 버린다.
맹획과 올돌골은 열다섯 번이나 연거푸 이기자 자만심에 빠져 촉군을 가볍게 보게 된다.
위연이 다시 달아나자 만병들은 골짜기로 추격해 오는데 골짜기 중간 쯤에 이르자 검은 궤짝을 실은 수십대의 수레가 길을 막고 있었는데 만병들은 촉군이 군량미를 버리고 달아난 줄 알고 계속 추격한다.
골짜기 출구에 가까이 다다르자 촉군은 보이지 않고 통나무와 돌들이 쏟아져 내리며 길을 막는데 올돌골은 군사들에게 길을 트게 하여 전진한다.
그런데 마른 풀과 나무들을 가득 실은 수레에서 불길이 치솟고 양쪽 산 위에서 횃불을 던지니 횃불은 땅 속의 약선(藥線: 도화선)에 불을 붙여 그 불은 철포(鐵砲: 鐵丸)들을 폭발시켜 온 골짜기에 불비가 쏟아져서 올돌골과 3만 명의 등갑군은 기름에 절인 갑옷에 불이 붙어 모두 골짜기에서 타 죽고 만다.
맹획은 영채를 지키며 좋은 소식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갑자기 1천여 명의 만병이 와서 올돌골이 반사곡 안에 촉군들을 몰아 넣고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고 전하니 크게 기뻐하며 군사들을 이끌고 반사곡으로 간다.
그러나 반사곡에서는 불길이 사방에서 타 올랐고 역한 냄새가 코를 찌르자 맹획은 계책에 빠진 것을 알고 급히 군사를 물리려 하지만 장의와 마충의 군사가 협공하고 만병으로 위장해서 이곳으로 안내했던, 촉군과 촉에 항복한 만병들까지 공격을 하자 맹획의 군사들은 모두 사로잡히게 된다.
제갈량은 포로들의 결박을 풀어 주고 술과 음식을 주게 한다.
한 사람이 제갈량의 계책대로 막사로 들어와 맹획에게 말했다. "승상께서는 얼굴이 뜨거워 공과 만나지 못하겠다 하시옵니다. 특별히 나에게 공을 놓아 돌려보내고 다시 인마를 모집하여 싸우러 오라 하셨나이다. 공은 속히 돌아가시오."
맹획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일곱 번 잡았다 일곱 번 놓아 준 일은 예전에도 없었던 일이오. 내가 비록 화외(化外: 교화(敎化)와 은택(恩澤)이 미치지 못하는 땅. 곧 만이(蠻夷)의 땅을 말한다.)의 사람이지만 자못 예의는 아오. 줄곧 이렇게 염치가 없겠소이까!"
맹획은 제갈량에게 눈물을 흘리며 사죄한다.
마침내 맹획은 일곱 번째 사로잡혀서야 진심으로 항복하게 되고 제갈량은 맹획에게 영원히 동주 자리를 지키게 해 주고 빼앗았었던 땅도 모두 돌려주었다.
만인들은 모두 진심으로 승복하고 다시는 배반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남방은 이렇게 평정됐다.
제갈량은 군사들을 이끌고 촉으로 돌아가기 위해 노수를 건너려고 하는데 갑자기 검은 구름이 사방에서 모여들면서 수면에서 한바탕 모진 바람이 일어나더니 모래를 날리고 자갈을 굴리며 휘몰아쳐 강을 건널 수 없었다.
제 91회: 출사표(出師表)
제갈량은 이번 싸움에서 죽은 촉군과 만병들의 원귀의 짓이고 자신의 죄라며 제사를 지내자고 한다.
그 지방 사람이 이곳의 풍습대로 마흔 아홉 사람을 죽여 그 머리를 제물로 바치면 원귀가 사라질 것이라고 하자 제갈량은 사람이 억울하게 죽어 원귀가 되었는데 어떻게 또 산 사람을 죽이겠느냐며 소와 말을 잡아서 밀가루 반죽 속에 그 고기를 넣어 사람 머리처럼 빚어서 대신 쓰라고 하니 그 이름이 만두(饅頭)였다.
제갈량이 만두를 빚어 제사를 지내고 제물을 모두 노수 속에 버리니 그 다음날 노수는 구름과 안개가 걷히고 바람 한 점 없이 물결은 고요해서 촉군은 무사히 노수를 건너게 된다.
한편 조비는 업성을 함락할 때 맞아들인, 원소의 둘째 아들 원희의 아내였던 견씨(甄氏)와의 사이에 조예(曹叡)를 낳았는데 어려서부터 총명하여 무척 사랑했다.
조예가 열 다섯 살이 되는 해 5월에 조비는 상한(傷寒: 과도한 여성 탐닉(房事)으로 건강을 잃었을 때 흔히 입에 올리는 병명이다.)에 걸려 치료를 해도 낫지 않자 중군대장군 조진(中軍大將軍 曹眞), 진군대장군 진군(眞軍大將軍 陳群), 무군대장군 사마의(武軍大將軍 司馬懿)를 불러 자신의 병이 중하여 일어나지 못할 듯하니 조예를 잘 도와주라고 말한다.
결국 조비는 재위 7년 만에 40세의 나이로 죽는다.
조진, 진군, 조휴, 사마의 등은 국상(國喪)을 선포하고 조예를 대위의 황제로 옹립한다.
이때 옹주(雍州)와 양주(凉州)는 지키는 사람이 없어서 사마의는 표를 올려 이곳을 지키게 해 달라고 청하니 조예는 즉시 사마의에게 옹주와 양주의 군사를 제독(提督)하게 한다.
염탐꾼이 이 소식을 촉에 알리니 제갈량은 크게 놀라 지략이 깊은 사마의가 옹주와 양주의 군사를 도독(都督)하게 되어 훈련을 마치면 촉의 걱정거리가 될 테니 먼저 군사를 일으켜 치려고 하는데 참군 마속이 사마의가 조예의 손에 죽게 하는 계책을 말한다.
낙양과 업성에 사마의가 모반을 하려 한다는 유언을 퍼뜨리고 사마의가 천하에 포고하는 것처럼 방문을 업성 성문에 붙이는데 그 내용은 조식을 황제로 옹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소식을 듣자 화흠과 왕랑은 조예에게 사마의를 죽여야 한다고 말하지만 대장군 조진은 조비가 사마의와 조진, 진군에게 조예를 부탁한 것은 사마의에게 다른 마음이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며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도 않고 군사로 공격하면 모반을 하라고 부추기는 것이고 촉이나 오의 반간계인지도 모른다며 통찰하라고 아뢴다.
그리고 의심이 가면 안읍으로 가서 사마의가 맞으러 나오면 그의 동정을 보아서 잡으라고 말한다.
조예는 그 말을 따라서 어림군 10만 명을 거느리고 안읍으로 가는데 조휴가 앞으로 나와서 사마의에게 왜 배반을 하느냐고 묻자 사마의는 대경실색하며 까닭을 묻는다.
조휴가 자세히 설명하니 사마의는 그 것은 오나 촉의 첩자가 꾸민 반간계라면서 홀로 조예의 앞으로 가서 울면서 이는 오나 촉의 간계가 분명하니 자신이 군사를 거느리고 먼저 촉을 친 다음 오를 쳐서 충성을 보이겠다고 말한다.
조예는 의심스럽고 불안하여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데 화흠이 병권을 줘서는 안 되며 즉시 파직하여 고향으로 돌려보내라고 하자 조예는 그 말을 따른다.
제갈량은 이 소식을 듣고 크게 기뻐하며 후주 유선에게 출사표를 올리고 위를 정벌하기 위해 모든 장수를 부른다.
조자룡은 제갈량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지 않자 비록 노장(老將)이지만 아직 용기와 기백이 있다고 자신도 출정하겠다고 나선다.
제갈량은 자신이 남만을 평정하고 돌아오니 마초가 병으로 죽어서 매우 애석하게 여겼는데 나이가 많은 조자룡이 만일 조금이라도 실수가 있게 되면 일세(一世)에 뛰어난 명성이 흔들려서 촉군의 사기가 꺾이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조자룡이 강력하게 선봉으로 출정하겠다고 나서자 등지가 함께 가겠다고 나서니 제갈량은 정예병 5천 명과 부장(副將) 열 명을 추려 조자룡과 등지의 지휘를 받게 한다.
제갈량이 30여만의 대군을 이끌고 국경으로 밀려들자 한중에서 전사한 하후연의 아들 하후무가 자신이 아버지의 원수를 갚고 나라에 충성하겠다고 나서는데 조예는 즉시 하후무를 대도독으로 삼는다.
사마 왕랑(司馬 王朗)이 하후무가 전쟁 경험이 없는데 막바로 큰 임무를 맡기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간하지만 하후무가 자신은 병법에 정통하다며 자신만만하게 대꾸하자 왕랑 등은 감히 더 말을 하지 못한다.
제 92회: 세 성을 함락하다
조자룡은 서량 대장 한덕의 네 아들 중 둘을 죽이고 하나를 사로잡게 된다.
등지는 조자룡이 크게 이기는 것을 보고 촉병을 거느리고 덮쳐드니 서량병은 크게 무너져 달아난다.
등지는 조자룡에게 장군의 나이가 이미 칠순(七旬)인데 뛰어난 용기가 지난날과 똑같다고 축하한다.
조자룡은 한덕도 죽이고 하후무의 군사를 공격한다.
정욱(程昱)의 아들인 참군 정무(程武)는 하후무에게 조자룡은 용기는 있지만 꾀가 없으니 두 무리의 군사를 좌우에 매복시킨 후 조자룡을 복병이 있는 곳으로 유인해서 사방에서 몇 겹으로 포위하면 조자룡을 사로잡을 수 있다고 진언(進言)하는데 하후무는 그 말을 따라서 동희와 설측에게 각각 3만 명의 군사를 주어 좌우에 매복하게 한다.
하후무가 다음날 군사를 거느리고 나오니 등지는 조자룡에게 어젯밤 위군이 크게 패해 달아났는데 오늘 다시 온 것을 보면 계략이 있는 게 분명하니 대비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조자룡은 하후무를 가볍게 여겨 이 말을 귀담아 듣지 않는다.
결국 조자룡과 등지는 하후무를 뒤쫓다가 하후무의 군사에 포위당해서 포위망을 뚫고 나가려고 동분서주하지만 위군의 포위망은 더욱 두터워진다.
사방의 위군이 포위망을 좁히며 점점 다가오자 조자룡은 하늘을 우러러 탄식하며 말했다. "내가 늙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다 이곳에서 죽는구나!"
그런데 제갈량이 장포와 관흥에게 각각 5천 명의 군사를 주어 조자룡을 지원하게 하는데 조자룡이 겹겹이 포위됐다는 사실을 안 장포와 관흥은 여러 겹의 포위를 뚫고 들어가 위장 설측과 동희를 죽이고 조자룡을 구한다.
조자룡은 관흥과 장포를 격려하여 하후무를 공격하게 하는데 위군은 대패하게 되고 하후무는 부하 맹장 1백여 명만 이끌고 남안군(南安郡)으로 달아나고 뭇 병사들은 주장(主將)이 없어서 모두 도망치고 만다.
조자룡과 관흥, 장포의 군사는 성을 포위하고 열흘을 공격했지만 성을 함락시키지 못하는데 제갈량이 중군을 이끌고 이곳으로 온다.
남안군 옆에 있는 안정군의 태수 최량은 하후무의 심복 장수를 자칭하는 배서가 하후무의 군사가 포위돼 있는 남안군을 구원하러 오라고 찾아오고 다시 이틀 후에 파발마가 같은 말을 전하자 군마를 동원하여 성을 떠나는데 관흥과 장포의 포위를 받고 사로잡히고 성도 위연에게 빼앗긴다.
제갈량은 최량에게 남안태수 양릉을 설득하여 하후무를 잡게 할 수 있느냐고 물으니 최량은 성으로 들어가 달래 보겠다고 말한다.
최량은 남안성으로 들어가 양릉과 하후무를 만나게 되고 양릉은 성문을 열어 바치는 체하고 촉병을 끌어들여서 성 안에서 쳐 죽이자고 한다.
최량은 그 계책을 따르기로 하고 양릉이 성문을 열어 바치기로 했으니 대군을 몰고 들어가 하후무를 잡으라고 제갈량에게 말한다.
제갈량은 최량이 거느리던 항병 백여 명 속에 촉장을 끼워 넣어 성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 하후무의 집 밖에 매복시켜 두고 양릉과 은밀히 약속한 다음 밤중에 성문을 열고 들어가 안팎에서 협공하여 하후무를 잡자고 말한다.
최량은 촉장을 데리고 들어가지 않으면 제갈량이 의심하리라 생각하여 우선 데리고 들어가 안에서 죽이고 불을 놓아 신호를 해서 제갈량이 들어오면 제갈량과 촉군들을 죽이겠다고 마음먹고 제갈량의 제의를 승낙한다.
관흥과 장포가 최량의 항병 백여 명과 함께 남안성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관흥은 영접하러 나온 남안태수 양릉을 죽이고 장포는 최량을 죽인다.
관흥이 성 위로 올라가 불을 지르니 사방에서 촉군이 일제히 들이닥쳤고 하후무는 남문으로 달아나지만 왕평에게 사로잡힌다.
등지가 제갈량에게 어떻게 최량이 속이는 것을 알았는지 묻자 제갈량은 최량이 항복할 마음이 없다는 것을 알았고 남안에 들어가서 촉군의 계략을 역이용하려 들 것을 예상했고 두 장수와 함께 가라고 할 때 진심이었다면 안 된다고 반대했을 텐데 자신이 의심할까 두려워서 기꺼이 함께 가겠다고 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성안에 들어가는 즉시 최량을 죽이고 적들이 미처 대비를 하기 전에 쳐들어간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위장 배서 행세를 하며 최량을 속인 사람은 제갈량의 심복 부하라고 말한다.
한편 천수태수 마준에게도 안정태수 최량과 마찬가지로 배서가 찾아오고 또 파발마가 지원병을 독촉하러 오는데 마준이 군사를 출동시키려 할 때 강유가 마준에게 남안성은 겹겹이 포위돼 있는데 어떻게 엄중한 포위망을 뚫고 나오겠으며 배서는 본 적도 없는 하급 장교이고 파발꾼은 공문도 없었으니 태수를 속여 성밖으로 끌어내어 성을 빼앗으려는 촉군의 계책이라고 말하니 마준은 크게 깨닫는다.
제 93회: 강유(姜維)를 얻다
강유는 제갈량이 군사를 숨겨 놓고 천수에서 군사를 이끌고 나가면 빈틈을 노려 기습할 테니 마준에게 자신이 정예병 3천 명을 데리고 중요한 길목에 매복해 있고 태수 마준은 군사를 이끌고 30리 쯤 가다가 즉시 되돌아와서 불이 일어나는 것을 신호로 앞뒤에서 협공하면 대승을 거둘 수 있다고 하는데 마준은 이 말을 따른다.
마준이 군사를 이끌고 성을 나가자 조자룡이 5천 명의 군사를 이끌고 성을 공격하려 하는데 강유가 복병을 이끌고 조자룡을 공격하고 마준의 군사도 성으로 되돌아와서 조자룡의 군사를 협공하니 조자룡은 패잔군을 이끌고 달아난다.
제갈량이 자신의 계책을 알아낸 사람이 누구인지 묻자 남안 사람이 그는 강유인데 어머니를 지극정성으로 모시는 효자이고 문무를 겸비하고 지혜와 용기까지 두루 갖춘 영걸이라고 말한다.
제갈량은 직접 대군을 이끌고 천수성을 공격하는데 이를 간파한 강유는 마준과 자신이 각각 한 무리의 군사를 이끌고 성 밖에서 매복해 있다가 제갈량의 군사가 오면 협공을 하도록 한다.
촉군은 천수성의 매복에 걸려 밤중에 공격을 받고 어디서 쳐들어오는지도 정확히 알 수 없어서 어지럽게 도망치게 된다.
제갈량은 강유의 어머니가 기현에 살고 있다고 하자 위연에게 한 무리의 군사를 이끌고 기현을 함락하려는 것처럼 허장성세를 하고 있다가 만일 강유가 기현으로 오면 성안으로 들어가게 내버려두라고 이른다.
제갈량이 안정 사람에게 이곳에서 어느 곳이 가장 중요하냐고 물으니 그는 천수의 전량(錢糧: 稅穀)은 모두 상규에 있으니 상규만 공격하여 무너뜨리면 천수의 군량 공급은 저절로 끊길 것이라고 말한다.
제갈량은 크게 기뻐하여 조자룡에게 한 무리의 군사를 이끌고 상규를 공격하라고 이른다.
촉군이 삼로로 나누어 천수와 기현, 상규를 공격한다는 보고가 들어오자 강유는 마준에게 한 무리의 군사를 빌려주면 어머니가 살고 있는 기현으로 가서 기현을 구하고 어머니를 보호하겠다고 말한다.
마준은 강유에게 3천 명의 군사를 이끌고 가서 기성을 보호하게 하고 양건에게도 3천 명의 군사를 주어 상규를 보호하러 가게 한다.
기성을 공격하러 왔던 위연과 상규를 공격하러 왔던 조자룡은 강유와 양건의 군사가 성으로 들어가도록 내버려둔다.
제갈량은 사로잡힌 하후무에게 강유가 기성을 지키고 있는데 하후무만 보내주면 항복하겠다는 편지를 보내 왔다고 하며 풀어주면 강유를 항복시키겠느냐고 말하니 하후무는 이 제의를 따른다.
풀려난 하후무는 기현 백성이라고 자칭하는 사람들이 강유가 촉에 항복해서 기현이 촉군에게 넘어가 피난을 가는 중이라고 말하니 이 말을 믿고 천수성으로 가서 마준에게 강유가 촉군에 항복했다고 전한다.
제갈량은 밤중에 천수성 밑에 강유와 닮은 사람을 보내 하후무가 자신에게 촉에 항복하라는 편지를 보내어 자신은 촉에 항복해서 상장(上將)이 됐으니 위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말하고 돌아가게 한다.
한편 기성에 있던 강유는 군량이 부족한 상태에서 군량 수레를 운반하는 위연의 군사를 기습하여 군량을 빼앗지만 장익과 왕평이 협공하여 당해내지 못하고 기성으로 돌아가는데 기성은 이미 위연에게 기습 점거돼 있었다.
강유는 천수성으로 달아나는데 장포를 만나 혼자 살아남아서 천수성으로 가는데 마준은 강유가 위군을 속여 성을 빼앗으려는 것이라며 성문을 열어주지 않고 성 위에서 화살을 퍼붓게 한다.
강유는 상규성으로 가지만 상규성에서도 양건이 강유가 촉군에 항복한 것으로 알고 화살을 무수히 쏘아대니 말머리를 돌려 장안을 향해 달아나지만 산길에서 촉군에게 포위되어 제갈량을 만나 항복 권유를 받고 어쩔 수 없이 투항한다.
제갈량은 강유의 손을 잡고 자신이 평생 배운 것을 전수할 인재를 얻었다고 말하는데 강유는 크게 기뻐하며 절하고 감사해 한다.
강유는 천수성의 양서와 윤상이 자신과 매우 친하니 밀서 두 통을 써서 성 안으로 쏘아 보내 그들을 자중지란(自中之亂)에 빠뜨려서 성을 빼앗겠다고 말한다.
마준이 밀서를 읽고 하후무와 상의하여 두 사람을 죽이려고 하니 윤상과 양서는 부하 군사를 이끌고 성문을 열어 촉군을 맞아들인다.
하후무와 마준은 깜짝 놀라 수백 명의 군사를 이끌고 성을 버리고 달아난다.
양서는 상규성을 지키고 있는 양건이 자신의 친아우라며 양건을 항복시켜 상규성도 촉군의 수중에 들어온다.
촉군들이 위수(渭水) 서쪽에 다다르자 조예는 조진을 대도독으로 삼고 곽회를 부도독으로 삼았으며 왕랑을 군사로 삼아 20만 대군을 거느리고 촉군을 막게 한다.
왕랑은 제갈량을 만나서 천수(天數)는 변했다며 도리를 따져가며 항복을 권유하지만 제갈량이 크게 웃으며 조조는 역적이고 너는 권력에 빌붙어 아첨이나 하던 신하이니 몸을 숨기거나 목을 움츠리고 잘 먹고 잘 살기나 할 일이지 어찌 감히 대오 앞에서 망령되이 천수 운운하느냐며 비웃고 욕하자 기가 막혀 가슴 속으로 차 올라 외마디 소리를 크게 지르며 말 밑으로 떨어져 머리를 땅에 처박고 76세의 나이로 죽는다.
조진은 왕랑의 시신을 관에 넣어 장안으로 보낸다.
위의 부도독 곽회는 제갈량이 오늘밤 군중(軍中)에서 왕랑의 장례를 치르는 줄 알고 반드시 기습해 올 것이라며 촉군이 공격해 오면 한 무리의 군사는 촉군의 영채를 기습하고 위군의 영채를 비워 놓고 영채 밖에 매복해 있다가 촉군이 기습하면 좌우에서 협공하여 촉군을 무찌르자고 하는데 조진은 대단히 기뻐하며 자신의 생각과 똑같다고 말한다.
그래서 조준과 주찬에게 각각 1만 명의 군사를 이끌고 기산 뒤로 질러가서 촉군들이 위군의 영채를 향해 오면 촉군의 영채를 기습하라고 이르고 위군의 영채는 비워 놓고 조진과 곽회가 군사를 나눠 영채 밖에 숨어 있다가 촉군이 쳐들어오면 영채에 남아 있는 소수의 병력이 불을 질러 신호를 할 때 협공하기로 한다.
제갈량은 위군의 계책을 간파하고 위군을 무찌를 계책을 세워 각 장수들에게 명을 내린다.
조준과 주찬은 촉군의 영채를 치지만 텅 비어 있었고 영채 안에서 불길이 치솟자 조준과 주찬의 군사는 서로 적인 줄 알고 자기들끼리 싸워 죽인다.
그러다가 자기 편인 것을 알고 싸움을 멈추는데 사방에서 왕평과 마대, 장익, 장의의 군사가 쳐들어온다.
조준과 주찬은 심복 군사 1백여 기를 이끌고 달아나는데 도중에 조자룡과 위연의 습격을 받고 간신히 위군의 영채로 달아나게 되고 위군의 영채를 지키던 군사들은 촉군이 영채를 기습하러 온 줄 알고 황망히 불을 질러 신호를 올리니 조진과 곽회의 군사가 서로 적인 줄 알고 싸우게 된다.
이때 위연과 관흥, 장포의 군사가 삼면으로 쳐들어오자 위군은 크게 패해 달아난다.
제 94회: 맹달(孟達)의 종말
곽회는 조진에게 서강(西羌)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해 촉군의 배후를 치게 하라고 하는데 조진은 그 계책을 따라서 서강에 사자를 보내 보물을 주면서 구원을 청하니 서강의 국왕 철리길(徹里吉)은 문신 아단(雅丹) 승상과 무신 월길(越吉) 원수에게 강병 25만 명을 이끌고 촉의 서평관(西平關)으로 쳐들어가게 한다.
서평관을 지키던 촉장 한정(韓禎)이 급히 제갈량에게 보고하자 제갈량은 관흥과 장포, 마대에게 정예병 5만 명을 주어 서평관으로 보낸다.
관흥은 강병과 싸우지만 강병의 철갑 수레들에서 화살과 쇠뇌살이 빗발치듯 쏟아지자 대패하여 후퇴하는데 서강의 월길에게 쫓겨 죽음의 위기를 맞는 급박한 순간에 관우의 혼령의 도움을 받고 살아나고 장포도 관우의 혼령이 도와 목숨을 구한다.
마대가 강병을 이길 수 없음을 알고 관흥과 장포에게 제갈량에게 가서 도움을 청하라고 한다.
제갈량은 조자룡과 위연에게 매복을 명하고 나서 3만 명의 군사를 이끌고 장익, 강유, 관흥, 장포와 함께 마대의 영채로 간다.
강유의 군사가 공격하자 월길은 철차군을 이끌고 나오는데 강유는 제갈량의 계책대로 달아난다.
월길은 촉군의 영채를 지나 철차군으로 겨울의 눈길을 추격하다가 비탈길의 밑에 파 놓은 함정에 연달아 빠지게 된다.
강병의 후군(後軍)은 급히 돌아가려 하지만 매복해 있던 촉군이 쇠뇌살을 퍼붓고 포위해서 쳐들어오자 큰 혼란에 빠져 도망친다.
월길은 관흥과 싸우다 죽고 아단 승상은 마대에게 사로잡힌다.
제갈량은 아단에게 촉주는 대한의 황제로서 역적을 토벌하고 있는데 왜 역적을 돕느냐며 서강의 왕에게 앞으로 역적들의 말을 듣지 말고 촉과 우호를 맺으라고 전하라며 사로잡은 강병과 노획한 군수품을 모두 아단에게 돌려주고 서강으로 돌아가도록 놓아 준다.
한편 조진은 촉군이 영채를 거두어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자 군사를 두 갈래로 나눠 뒤쫓는데 촉군은 어지럽게 달아난다.
그때 매복해 있던 위연이 조준을 죽이고 조자룡이 주찬을 죽이자 양로의 선봉을 잃은 조진과 곽회는 퇴각하려고 하지만 관흥과 장포의 두 갈래 군사가 퇴로를 막고 쳐들어오자 패잔군을 이끌고 달아나서 장계(狀啓)를 올려 구원병을 파견해 달라고 청한다.
대부 종요는 위주 조예에게 조진은 비록 오랫동안 용병(用兵)을 하였지만 제갈량의 적수는 못된다며 제갈량이 사마의가 무서워 유언비어를 퍼뜨려 조예가 버리게 했는데 사마의를 다시 써야 한다고 말한다.
조예는 즉시 조서를 내려 남양에서 한가하게 지내고 있는 사마의의 관직을 복직시키고 더하여 평서도독(平石督)으로 삼아 남양(南陽) 여러 곳의 병마를 일으켜 장안(長安)으로 가라고 한다.
한편 제갈량에게 영안궁을 지키고 있는 이엄의 아들 이풍이 갑자기 찾아와 조비의 사랑을 받던 맹달이 조예가 즉위하자 많은 조정 관리들의 시기를 받고 불안하여 예전에는 유비가 관우를 돕지 않았다고 해서 죽이려 하여 어쩔 수 없이 위에 항복했었지만 지금 촉군이 위를 공격하고 있으니 자신은 위흥, 신성, 상용에서 거사를 일으켜 낙양으로 쳐들어가겠으니 제갈량은 장안을 공격하면 두 도읍을 완전히 평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편지를 보내 왔다고 전한다.
그리고 맹달은 위가 오로(五路)의 군마로 서천을 치려고 할 때부터 이런 뜻을 갖게 됐다고 전한다.
제갈량은 크게 기뻐하는데 조예가 사마의를 복직시켰다는 말을 듣자 맹달에게 편지를 보내 보안을 철저히 유지하고 사마의가 복직했으니 맹달이 거사를 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가장 먼저 공격해 올 테니 철저히 대비하라고 이른다.
그러자 맹달은 사마의가 거사 소식을 들어도 위주에게 표주(表奏)해야 할 테니 가고 오는데 한 달은 걸릴 텐데 그때는 맹달의 성은 튼튼해지고 여러 장수와 군사는 모두 깊고 험한 곳에 있을 것이니 안심하라고 편지를 보낸다.
제갈량은 이 편지를 받고 맹달은 분명히 사마의의 손에 죽겠다고 말하며 사마의는 조예가 이미 적을 만나면 즉시 제거하라고 위임을 했는데 맹달이 모반한 줄 알면 조정에 아뢰어 명령을 기다리지 않고 열흘도 안돼 쳐들어갈 텐데 그렇게 되면 맹달은 손을 쓸 수 없게 될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편지를 전한 사람에게 절대로 동지도 모르게 거사를 하지 않으면 반드시 실패할 것이라는 답장을 보낸다.
사마의에게 위흥태수(魏興太守) 신의가 사람을 보내 맹달이 모반을 했다는 소식을 전하고 맹달의 심복인 이보(李輔)와 사위 등현(鄧賢)도 고발장을 가지고 와서 자수한다.
사마의는 맹달을 치기 위해 서둘러 군사를 출동시키고 진군 중에 우장군 서황의 군사를 만나게 되어 서황은 자청해서 선봉이 된다.
사마의는 진군 중에 맹달에게 보내는 제갈량의 답장을 전하러 가던, 맹달의 심복을 잡아서 제갈량과 맹달이 편지를 주고 받은 내용을 모두 실토하게 한다.
한편 맹달은 신성에 있으면서 위흥태수 신의, 상용태수 신탐과 날짜를 정해 거사를 하기로 약속하고 신탐과 신의는 거짓으로 허락하고 무기와 군량 등이 완비되지 못했다는 핑계를 대어 예정된 거사 날짜를 미루고 위군이 도착하면 맹달을 잡기로 계획한다.
사마의의 참군 양기가 신성으로 와서 맹달이 거사가 탄로난 것을 의심하지 않게 하려고 사마의가 촉군을 막으러 장안으로 가고 있으니 맹달도 부하 군마를 소집하여 이동 명령을 들으라고 전한다.
맹달은 모반이 성공했다고 기뻐하는데 그 다음날 거사를 해서 낙양을 공격하려고 하지만 서황의 군사가 성 밑으로 달려와서 서황이 반역자 맹달은 어서 빨리 항복하라고 외치자 맹달은 크게 노해 활을 쏘아 서황의 이마를 맞춘다.
맹달이 막 성문을 열고 뒤쫓아 나가려 할 때 사방에서 깃발이 해를 가리며 사마의의 군사가 밀려들었다.
서황은 화살촉을 뽑아내고 의원에게 치료하게 하였지만 그날 저녁 59세의 나이로 죽는다.
다음날 맹달은 성밖에서 신탐과 신의의 군사가 돌진해 오자 구원병이 온 줄 알고 서둘러 부하 군사를 이끌고 성문을 열고 돌격해 나가지만 신탐과 신의가 반역자라고 외치며 죽이려고 하자 상황이 변한 것을 알고 성안으로 들어가려 한다.
그러나 성 위에서 화살이 빗발치듯 쏟아지며 이보와 등현이 성 위에서 자신들이 이미 성을 바쳤다고 외치자 길을 뚫고 달아나다가 신탐의 창에 찔려 죽는다.
맹달이 죽자 그의 수하 군사는 모두 항복한다.
조예는 크게 기뻐하며 맹달의 수급을 낙양의 저잣거리로 가져가서 효시(梟示)하게 한다.
조예는 사마의를 만나 자신이 한때 밝지 못하여 반간계에 빠졌었고 맹달의 모반을 사마의가 제압하지 않았으면 낙양과 장안은 끝장났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조예는 사마의에게 황금 월부(鉞斧 : 行刑 도구. 월은 큰 도끼고 부는 작은 도끼로 生殺權을 상징한다.) 한 쌍을 준다. 다음에도 극비리에 행해야 할 중대한 일이 생기면 아뢸 필요 없이 형편에 따라 일을 처리하라는 것이다.
사마의는 우장군 장합을 추천하여 선봉으로 삼아 촉군을 무찌르러 간다.
제 95회: 쫓기는 촉군(蜀軍)
신성으로 갔던 염탐꾼이 제갈량에게 맹달이 죽고 모반은 실패했으며 사마의가 장합과 함께 전장으로 오고 있다고 하자 제갈량은 깜짝 놀라서 사마의는 반드시 가정(街亭)으로 와서 한중과 이어지는 군량 수송로를 끊으려 할 것이므로 가정을 굳게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
참군 마속이 자청하여 가정을 지키겠다고 나서자 제갈량은 가정은 작지만 아주 중요한 곳이라서 가정을 잃는다면 촉의 대군은 끝장이라며 상장(上將) 왕평과 2만5천 명의 정예병을 주어 마속에게 가정을 확고히 지키라고 신신당부한다.
제갈량은 다시 두 사람이 실수할 것을 대비하여 고상(高翔)에게 1만 명의 군사를 주어 가정 동북쪽에 있는 열류성(列柳城)을 지키게 하여 가정이 위태로워지면 군사를 이끌고 나와서 구원하라고 이른다.
제갈량은 그래도 못 미더워 고상은 장합의 적수가 못 된다며 위연에게 수하 군사를 이끌고 가정 뒤편으로 가서 둔치라고 한다.
가정에 도착한 마속은 이런 후미진 산골에 위군이 어떻게 감히 오겠냐며 제갈량이 지나치게 의심이 많다고 웃는다.
마속은 길목 옆의 외따로 서 있는 산 위에 군사를 둔치겠다고 말한다.
왕평은 오거리로 빠지는 길목에 영채를 세우고 방책을 만들어 쌓으면 설령 10만 명의 적군이 쳐들어 온다고 해도 방책을 넘어올 수 없지만 만일 이 중요한 길목을 버리고 산마루에 군사를 둔쳤다가 갑자기 위군이 몰려들어 포위하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말한다.
마속은 병법에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대나무를 쪼개듯 적을 무찌를 수 있다고 했다고 말한다.
왕평은 마속이 둔치려는 산은 절지(絶地: 막다른 곳)로 위군이 물 긷는 길을 막는다면 촉군은 싸우기도 전에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말하는데 마속은 손자(孫子)가 말하기를, 죽을 곳으로 몰아 넣어야 살아 나온다고 했다고 궤변을 늘어 놓는다.
왕평은 마속을 설득할 수 없자 자기에게 군사를 나눠 주면 별도로 작은 영채를 세우고 기각지세를 만들어 서로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위군이 이미 다가오자 마속은 왕평에게 군사 5천 명을 주는데 왕평은 군사를 이끌고 그 산 밑에서 10리 쯤 떨어진 곳으로 가서 영채를 세우고 진지 주변의 지도를 그려 제갈량에게 보낸다.
사마의는 가정을 지키는 촉군이 있지만 모두 산 위에 둔치고 있음을 알고 크게 기뻐하여 장합에게 왕평이 오는 길을 막으라고 하고 대군을 몰고 한꺼번에 밀고 들어가 산을 포위한다.
이를 본 마속은 공격 명령을 내리지만 위풍 당당하고 질서 정연한 위군의 군세를 보자 산 위에 갇힌 촉군들은 감히 내려가 싸울 엄두를 내지 못한다.
왕평은 위군이 쳐들어온 것을 알고 군사를 이끌고 돌진하여 장합과 싸우지만 힘도 달리고 군사도 적었기 때문에 퇴각할 수 밖에 없었다.
산 위에는 물도 없고 먹을 것마저 얻을 수 없자 촉군들의 일부가 위군에게 항복하게 된다.
사마의가 산의 주위에 불을 지르게 하자 마속은 지킬 수 없다고 판단하고 군사를 몰고 산을 내려와서 서쪽으로 달아난다.
사마의는 대로를 열어주며 마속이 도망치도록 내버려두는데 장합이 마속의 군사를 추격해 온다.
위연의 군사가 장합의 앞을 막아서니 장합은 군사를 돌려 즉시 달아나고 위연은 군사를 몰고 뒤쫓아와서 다시 가정을 빼앗는다.
그리고 다시 50여리를 뒤쫓아가지만 사마의와 사마소의 복병이 양쪽에서 쏟아져 나오고 장합의 군사도 되돌아와서 삼면으로 공격하여 위급한 순간을 맞게 되는데 왕평의 군사가 돌격해 들어와서 위연과 왕평의 군사가 맹렬히 반격하자 위군은 그제서야 물러난다.
두 장수는 황망히 달아나 영채로 돌아오지만 영채는 신탐과 신의가 이미 빼앗은 후였고 위군이 영채에서 돌격해 나오자 왕평과 위연은 곧장 고상이 지키고 있는 열류성으로 달아난다.
열류성에서 군사를 이끌고 지원하러 나오던 고상은 두 장수와 오늘밤 위군의 영채를 기습해서 가정을 다시 빼앗기로 하는데 위군의 매복에 걸린 위연과 고상의 군사는 포위를 뚫고 나갈 수 없었는데 산 뒤에서 왕평의 군사가 쳐들어와서 위연과 고상을 구해 열류성으로 달아난다.
그러나 열류성은 이미 곽회가 빼앗은 후였고 세 장수는 곽회와 크게 싸우다가 양평관마저 잃을까봐 양평관으로 돌아온다.
제갈량은 마속이 영채를 잘못 세워서 가정을 잃고 열류성도 잃었다는 보고를 받자 이번의 출정이 실패로 끝났음을 깨닫고 철군을 서두른다.
제갈량은 안전한 철군을 위해 부하들을 나누어 보낸 다음 군량과 말먹이를 옮기기 위해 5천 명의 군사를 이끌고 서성(西城: 西縣)으로 간다.
사마의가 15만 대군을 이끌고 서성을 향해 몰려 들고 있다는 급보가 계속 들어오는데 이 때 제갈량의 옆에는 장수가 없었고 5천 명의 군사도 절반은 이미 군량 등을 갖고 먼저 떠났기 때문에 성 안에는 2천5백 명의 군사 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위군이 흙먼지를 하늘 높이 피워 올리며 서현을 향해 쳐들어오자 제갈량은 사대문(四大門)을 활짝 열어젖히고 각 문마다 스무 명의 군사를 백성으로 변장시켜 물을 뿌리면서 길을 쓸게 하고 제갈량은 두 소년과 함께 성 위의 적루(敵樓)에 올라가 거문고를 탄다.
사마의는 이것을 보고 크게 의심이 들어 북쪽 산길을 따라 물러간다.
둘째 아들 사마소가 제갈량이 군사가 없기 때문에 이런 작태를 부리는 것이 아니냐고 말하자 사마의는 제갈량은 여태까지 한 번도 모험을 하지 않고 세심하고 신중하게 일을 처리해 왔기 때문에 성문을 모두 활짝 열어 놓고 있는 것을 보면 반드시 매복이 있을 것이고 위군이 성안으로 들어가면 그의 계략에 말려들 것이라고 군사를 모두 물린다.
사마의가 물러간 후 뭇 관리가 해괴하게 여겨 제갈량에게 사마의가 물러간 이유를 묻자 제갈량이 말했다. "이 사람은 내가 여태껏 일을 세심하고 신중하게 해 왔기 때문에 모험을 하는 것이 아니라고 여기고 이러한 광경을 보자 복병이 있을 것이라고 의심하여 물러간 것이다. 나는 모험을 하는 사람이 아닌데 상황이 어쩔 수 없었기 때문에 했을 뿐이다. 그는 반드시 군사를 이끌고 북쪽 산길로 갔을 것이다. 나는 이미 관흥과 장포를 그 곳으로 보내 위군이 오기를 기다리라고 일러 놓았다."
그리고 다시 말했다. "우리 군사는 겨우 2천5백 명 뿐이다. 만일 성을 버리고 달아났다면 멀리 도망치지 못했을 것이 분명하니 어찌 사마의에게 사로잡히지 않았겠느냐?"
제갈량은 사마의가 반드시 다시 올 것이라면서 서성 백성들은 군사를 따라 한중으로 들어가라고 한다.
천수, 안정, 남안 등 세 군의 관리와 백성들도 군사들과 함께 길게 줄을 이뤄 뒤따라간다.
사마의의 대군은 대군(大軍)을 가장한 관흥과 장포의 의병의 매복에 걸려 감히 촉군을 뒤쫓지 못하고 많은 무기와 군량을 버리고 달아나서 가정으로 돌아간다.
조진은 제갈량의 철군 소식을 듣고 서둘러 군사를 이끌고 뒤쫓아가지만 강유와 마대의 군사가 온 산과 들을 뒤덮고 쏟아져 나오자 도망치게 된다.
조자룡과 등지는 기곡에 매복해 있다가 제갈량의 퇴각 명령을 받는데 조자룡은 등지에게 군사를 이끌고 자신의 깃발을 들고 후퇴하라고 말하고 자신은 한 무리의 군사와 뒤에 매복해 있겠다고 말한다.
조자룡은 뒤쫓아오는 위군들을 모두 격퇴하고 돌아가는 도중에 아무 것도 잃어버리는 것이 없이 한중으로 돌아온다.
사마의는 서성으로 돌아오는데 주민들로부터 그 당시 제갈량에게는 장수도 한 명 없이 2천5백 명의 군사 밖에 없었고 골짜기에 매복한 군사는 관흥과 장포의 수하에 각각 3천 명 뿐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마의는 장안으로 돌아가 조예를 뵙자 지금 촉군은 모두 한중에 있어서 섬멸하지 못했으니 대군을 빌려주면 힘을 다해 서천을 빼앗겠다고 말한다.
제 96회: 읍참마속(泣斬馬謖)
상서 손자(孫資)가 조예에게 말했다. "지난날 태조(太祖 : 조조)께서 장로(張魯)를 토벌하실 때도 위태로운 고비를 여러 번 넘기면서 가까스로 평정하셨사옵니다. 그래서 여러 신하들에게 '남정(南鄭)은 참으로 천옥(天獄: 천연의 요새)이었다'고 말씀하셨나이다. 야곡 길은 5백리에 걸친 석굴(石窟)이니 힘을 쓸 수 있는 곳이 아니옵니다. 이제 천하의 군사를 모두 일으켜 촉을 친다면 동오가 또 침범해 올 것이니 그보다는 지금 있는 군사를 대장들에게 나눠 주어 요충지를 지키면서 힘을 기르게 하는 편이 낫사옵니다. 몇 해 지나지 않아 중국(위)은 날로 강성해질 것이고 오와 촉은 반드시 서로 싸우게 될 것이옵니다. 그때에 도모한다면 어찌 이길 수 있는 계책이 아니겠사옵니까? 바라옵건대 폐하께서는 결단을 내리소서."
조예는 즉시 사마의에게 이 말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데 사마의는 지극히 마땅한 말이라고 대답하고 조예는 손자의 말에 따르게 된다.
한편 촉에서는 등지가 조자룡이 배후를 막고 지켜 주는 바람에 군수물자를 하나도 잃지 않았다고 말하니 제갈량은 황금 50근을 조자룡에게 주고 비단 1만 필을 조자룡의 부하 군사들에게 나눠 주라고 하는데 조자룡은 사양하며 말했다. "삼군(三軍 : 全軍)이 한치의 공도 세우지 못했으니 그 죄는 우리 모두가 각각 나누어 져야 할 것이옵니다. 그런데 도리어 상을 받는다면 그것은 승상의 상벌이 공정하지 못한 것이 되옵니다. 우선 국고에 보관해 두셨다가 오는 겨울 여러 장수에게 주셔도 늦지 않을 것이옵니다."
제갈량이 탄식하며 말했다. "선제(유비)께서 살아 계실 때 늘 자룡의 덕을 칭찬하시더니 오늘 보니 과연 그렇구려!"
그래서 제갈량은 더욱 조자룡을 존경했다.
제갈량은 마속에게 싸움에 지고 장수를 꺾이고 영토를 잃고 성을 함락 당한 것은 모두 마속의 잘못이라며 군법을 어겼으니 목 베어 죽이겠지만 마속의 가족들은 자신이 잘 보호해 주겠다고 말한다.
마속이 울면서 아들을 부탁하자 제갈량은 눈물을 흘리며 나는 너와 형제처럼 지냈으니 너의 아들은 곧 나의 아들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한다.
참군 장완이 마속을 죽이는 것을 말리지만 제갈량은 옛날에 손무(孫武)가 천하를 굴복시키고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법을 엄격하게 시행했기 때문이라며 마속을 참하게 한다.
잠시 후 무사가 수급을 바치자 제갈량은 큰 소리로 울었다.
장완이 마속의 죄를 군법대로 처리했는데 왜 우냐고 묻자 제갈량이 말했다. "나는 마속을 위해 우는 것이 아니오. 나는 선제(유비)를 생각하고 있소. 백제성에서 병이 위독하실 때 선제께서는 내게 당부하시기를 '마속은 말은 잘하지만 실상이 못 미치니 크게 써서는 아니 될 것일세.'라고 하셨는데 이제 보니 그 말이 과연 맞았소. 그래서 나의 어리석음을 깊이 한하다 보니 현명했던 선주가 생각나 이렇게 우는 것 뿐이오."
제갈량은 한중에서 위를 정벌할 준비를 하는데 이 소식을 들은 조예는 사마의를 불러 촉을 정벌할 방책을 협의하는데 사마의는 촉은 험악한 요충을 의지하고 지킬 테니 서둘러 무찌르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그리고 제갈량이 다시 위를 공격할 때는 한신(韓信)이 몰래 진창(陳倉)을 건너 간 계책(진창은 지금의 섬서성 보계시(陝西城 寶鷄市)의 동쪽에 있다. 한고조 유방(漢高祖 劉邦)은 한왕(漢王)이 되어 한중(漢中)으로 들어올 때 장양(張良)의 계책에 따라 항우(項羽)에게 다투지 않겠다는 뜻을 보여 주기 위해 장안으로 통하는 포야로의 잔도(棧道)를 모두 불태우며 들어왔다. 그 후 한신은 항우를 토벌하기 위해 잔도를 수리하는 체하여 항우의 이목을 잔도 쪽으로 쏠리게 해 놓고 실은 고도(故道: 散關길)로 빠져 곧장 진창으로 나가 삼진(三秦)을 평정하고 끝내 천하를 통일했다.)을 본받아 진창으로 쳐들어 올 것이니 잡호장군(雜號將軍) 학소를 시켜서 진창의 길 어귀에 성을 쌓고 지키게 하면 실수가 없을 것이라고 하니 조예는 이 말을 따라서 학소를 진서장군(鎭西將軍)으로 삼아서 진창의 길 어귀를 지키라고 명하는 조서를 사자에게 주어 보낸다.
갑자기 양주사마 대도독 조휴가 표를 올려 동오의 파양태수 주방이 군(郡)을 바치며 항복하겠다고 사람을 보내어 환성 길을 따라 장강가로 나오면 자신은 남쪽에서 올라와 장강 건너편 역구(歷口)에서 지원하여 동오를 빼앗게 하겠다고 하니 빨리 군사를 출동시켜 빼앗도록 해 달라고 한다.
사마의는 이 말이 극히 일리가 있다고 자신이 한 무리의 군사를 이끌고 가서 조휴를 돕겠다고 하는데 건위장군 가규(建威將軍 賈逵)가 말했다. "동오 사람은 거짓말을 잘하기 때문에 깊이 믿어서는 아니되옵니다. 주방은 지략 있는 사람으로 기필코 항복하지 않을 것이옵니다. 이것은 단지 우리 군사를 유인해 들이려는 속임수이옵니다."
사마의는 그 말 역시 옳지만 기회 역시 잃어서는 안된다고 하자 조예는 사마의에게 가규와 함께 조휴를 돕도록 한다.
손권은 고옹의 추천으로 육손을 보국대장군 평북도원수로 봉하고 육손은 주환과 전종을 추천하니 손권은 그 말에 따라 주환을 좌도독으로 삼고 전종을 우도독으로 삼는다.
한편 조휴는 환성으로 가서 주방을 만나는데 조휴가 주방을 의심하여 혹시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닌지 대단히 두렵고 불안하다고 말한다.
주방은 크게 통곡하며 시종이 차고 있던 칼을 뽑아 스스로 목을 찔러 죽으려고 하다가 조휴가 급히 말리자 칼로 머리채를 잘라 자신의 진심을 표한다고 말한다.
가규는 조휴를 찾아와 말했다. "제 생각에 동오의 군사는 틀림없이 모두 환성에 둔치고 있을 것이옵니다. 도독께서는 가벼이 전진하시면 아니 되옵니다. 저와 함께 양쪽에서 협공해야 적병을 무찌를 수 있을 것이옵니다."
조휴는 크게 노해 가규의 목을 베어 죽이라고 하는데 여러 장수가 말리자 조휴는 그 말을 듣고 가규의 군사는 본영에 남아 명령을 기다리게 하고 직접 군사를 이끌고 동관을 향해 쳐들어간다.
주방은 가규가 군사 지휘권을 빼앗겼다는 소식을 듣고 기뻐하며 조휴가 만일 가규의 말을 들었다면 동오는 패할 것이라고 말한다.
조휴는 장보에게 2만 명의 군사를 이끌고 석정(石亭)의 남쪽에 매복하게 하고 설교에게 2만 명의 군사를 이끌고 석정의 북쪽에 매복하게 하여 조휴가 일천 명의 군사를 이끌고 나가 싸움을 걸고 거짓 패한 체 적군을 유인해 와서 신호를 하면 삼면에서 협공하여 적군을 무찌르라고 한다.
한편 육손은 주환과 전종에게 각각 3만 명의 군사를 이끌고 석정 산길로 질러가서 조휴의 영채 뒤에 불을 질러 신호를 하면 자신이 직접 대군을 거느리고 산길을 따라 진격하겠다고 한다.
주환은 장보의 복병과 맞닥뜨리자 어느 군사인지 알아 보려고 달려온 장보를 죽이고 불을 질러 신호를 한다.
전종도 설교의 진 속으로 들어가 한바탕 크게 싸우는데 설교는 패해서 달아난다.
위군은 본영으로 쫓겨 돌아와서 큰 혼란에 빠지는데 서성이 대부대의 군마를 이끌고 쳐들어오니 조휴는 협석을 향해 달아난다.
가규는 조휴를 구해 함께 달아나는데 조휴가 겸연쩍어하며 말했다. "내가 공의 말을 듣지 않았더니 과연 이런 패배를 당하는구려!"
가규가 말했다. "도독께서는 이 길로 빨리 빠져 나가소서. 만약 오군이 나무나 돌로 막아 버리면 우리는 모두 위태로워지옵니다."
가규는 무성한 숲속이나 험준한 오솔길마다 무수한 깃발을 꽂아 많은 군사가 있는 것처럼 위장해 놓는데 서성은 추격해 오다가 복병들이 숨어 있는 줄 알고 감히 더 추격하지 못하고 군사를 거두어 돌아간다. 이렇게 하여 조휴를 구할 수 있었다.
사마의는 조휴가 패전했다는 소식을 듣고 역시 군사를 이끌고 물러간다.
육손은 승전보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항복한 병사가 수만 명이었고 노획한 군수품도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육손이 손권에게 촉으로 국서를 보내 제갈량에게 군사를 이끌고 공격하게 하라고 하자 손권은 그 말에 따라서 촉으로 사자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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