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에 최적화된 문체는 어떤 스타일일까요?

옛날에 읽은 글이라 누가 말한건지 가물하긴 한데 '문체는 작가의 지문과 같다'고 했습니다.
 사람마다 자기 생각을 글로 옮기는 방식이 다 다르다는 뜻이겠죠.

 알맹이만 좋으면 그걸 표현하는 방식이 어찌됐든 상관없다고 봅니다.

히트작이야 당연히 문체 외에도 많은 장점이 있어서 그런 거고...
고만고만한 작품들 중에서 별달리 차이가 없어보이는데도
어떤 작품은 잘 읽히고 어떤 작품은 외면받고, 그럴 때 문체에서 원인을 찾는 경우가 있는 거죠.

솔직히 현재의 장르소설계에서 문체는 별다른 변별력이 없다고 봅니다.
탄탄한 문장력 미려한 문체 다채로운 어휘를 구사하더라도 그런 거 좋아하고 인정하는 독자는 소수파고,
읽기 편한 문장을 찾는 독자들에게는 오히려 마이너스로 작용하는 경우조차 있으니까요.

웹소설에 어울리는 문체라는 건 '문학적으로 더 훌륭한 문체'라기보다는
'다수 독자의 접근성을 높이는 문체'에 가깝고,
그걸 판단하려면 '다수 독자'의 취향을 파악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데
모순적이게도 현재 장르소설 독자층의 다수파는 근본적으로 문체라는 영역에 별다른 가중치를 두지 않습니다.

그러니 웹소설장르 작가가 1차적으로 지향해야 할 목표는
문체에 역점을 두고 독자에게 어필하는 게 아니라,
'독자의 접근성을 낮추는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는 쪽이 아닌가 싶네요.
그 이상은 있으면 좋고 아니면 말고지, 작품의 성패에 큰 영향은 없다고 봅니다.

어쨌든 현재 독자들이 편하게 여기는 문체는
문장당 길이가 너무 길지 않고, 문단의 길이가 짧고(스마트폰으로 볼 때 문단이 길면 불편함),
잡다한 설명은 최소화하고, 대사와 지문의 비율이 적절하며(즉 지문이 너무 많지 않은),
불필요한 은유나 우회적인 서술은 배제하고 최대한 직설적으로 내지르는... 뭐 그런 스타일이라고 봅니다.
대부분 훌훌훌 읽고 넘어가는 경향이 있다보니 편하게 소화할 수 있도록
토막토막 잘 내서 먹여주지 않으면 불편함을 느끼고 쉽게 떠나기 때문이죠.

뭐 어디까지나 제가 보기엔 그렇다는 거...ㅎㅎ

분명한 팩트인데, 이것 때문에 웹소설판의 성장이 마이너스인 이유이기도 하죠.
당장 시장은 커진거 같지만, 앞으로 몇년 다양한 수준의 독자를 포섭하지 못하면 웹소설 시장은 예전 양판소처럼 다시 마이너 문화가 되버릴 겁니다.

위에 말씀하신거는 돈을 벌기 위해서는 분명 그렇게 해야하는 팩트이지만,
작가의 발전성을 위해서는 지향해야 하는 부분이죠.

적당히 대중인지도 올리고 자기색갈 찾는게 좋기는 한데...
무협이나 판타지에서 난중에 성장한 검사는 경지에 이르지 못하듯,
작가도 좀 그런게 있는거 같습니다.

글쎄요... ㅎㅎ
이미 이런 상황이 된 지 넉넉잡아 5년은 지났습니다만 여전히 웹소설판은 성장세입니다.
이론상으로는 백설화향님의 말씀이 맞습니다만 현실은 좀 더 복잡한 것 같습니다.
마이너문화 메이저문화 이런 거야 사실 우리나라에선 별 의미가 없고
설사 주류가 된다고 해서 뭐 특별한 것도 없고요.

근본적으로 우리나라 소설 소비층은
아직 '다양한 수준'을 논할 만큼 스펙트럼이 넓지가 못합니다.
일본을 예로 들어보면 SF를 쓰든 추리를 쓰든 관능소설을 쓰든,
대부분의 장르에 일정 이상의 코어팬층이 존재하여
그들의 시선만 끌어도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으니
일확천금의 욕심이 없다면 굳이 대중의 입맞에 맞추지 않고도 살아남을 수 있죠.

우리나라는 좀 다릅니다.
아직까지도 소설계에 영미권이나 일본 같은 거대하고 다채로운 생태계가 형성되어 있질 않아요.
작가 개개인 차원에서야 물론 문장을 갈고닦는 데 힘쓰는 게 당연한 선택입니다만
그게 현 상황에서 우선순위가 높다고 하기는 힘들지 않나 싶습니다.
언젠가는 '좋은 글을 쓰면 반드시 성공한다'고 장담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될지 몰라도
아직은 요원한 일입니다.

길게 쓰려면 한도끝도 없이 쓸 수 있는 주제입니다만 이 정도로 쓰겠습니다.
어디까지나 제 주관적인 견해이며 제 시선에서 바라본 현 상황일 뿐이지
저라고 장르소설이 언제까지나 심심풀이땅콩 수준에서 머물러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아닙니다.ㅎㅎ

특정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피하고, 일본식 문법 등의 번역체만 지양해도 좋은 글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웹소설 작가는 아니지만, 잭 리처 시리즈의 리 차일드 작가의 문체도 좋다고 생각해요. 간결하고 명확한 단문체, 스피디한 진행...

문장론에 관해서 3~4권만 읽어도 답이 나오는 거죠.

부사와 접속사를 신중히 선택해서 사용하고,
두괄식과 미괄식, 양괄식을 사용할때를 구분할줄 알고,
짧은 호흡이 필요한 장면과, 긴 호흡이 필요한 장면을 구분할줄 알아야겠죠.

속도감이 필요할때는, 단문장으로 팍팍 치고 나가고,
긴장감이 필요할때는 숨막히는 문단을 구성해서 써야하죠.

장엄한 클라이막스나 하일라이트에서는 좀 미사여구도 때려주고,
서정적인 엔딩에서는 상징성이 내포한 시샅은 문장도 필요하고요.

영화는 영상미학, 소설은 문장미학

영화나 드라마에서 영상을 편집하듯, 문장도 편집해야 합니다.
고전과 명작을 많이 읽고 봐야 하는 이유이죠.

백수귀족작가가 웹소설 쪽에선 최적화가 아닌가 싶음

한 페이지에 한눈에 깔끔하게 눈에 정보가 쉽게 들어오는 문체가 제일 적절하죠. 여백 포함해서 오른쪽 80%까지만 굴곡 있게 쓰면서 중간 중간에 띄워쓰기. 한 문단을 여러 문단으로 나눈 듯한? 나름 잘나가는 작가들 대다수는 보기 편하게 쓰기 때문에 조금만 연구하면 어떤 식으로 쓰는 지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