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읽은 소설들 #41(문피아, 네이버)

1. 뱀파이어 - 신선 수련기
http://novel.munpia.com/196233

현대배경 선협물입니다.

오래동안 살아온 흡혈귀가 주인공인데 갑자기 세상이 변하고 다른 세계에서 여러 세력이 지구로 넘어옵니다.
그러면서 모든 사람들은 각자 세력을 골라야하는데 주인공은 그 중 절교라는 세력에 자동으로 가입됩니다.

절교는 도를 닦아 신선이 되고자하는 도가 세력 중 하나로 자질이 있는 사람들만 받아주는 선교와 다르게 아무나 받아줍니다.
그 외에도 천국, 지옥, 아스가르드, 오디세이 등 수많은 세력들이 있습니다.

선협물이기는 한데 요즘 유행하는 중국 선협물 같은 체계와는 또 다릅니다.
그래서 신선한면이 있으면서 나름 체계가 잡혀있는 설정입니다.

다만 주인공은 오래살아온만큼 강하기는 한데 더 강한 강자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도망쳤던 기억이 있어 상당히 소심하다는 것이 초반 설정입니다.
그런데 조금 스토리가 흘러가더니 그런 주인공의 설정을 완전히 부정하듯이 오만한 모습을 보여주며 다른 사람들의 힘을 마음대로 재면서 학살과 약탈을 하고 다닙니다.

오래살았기 때문에 절교의 수행을 익히는 속도도 빠르다는 것은 어느정도 이해가 가지만 논리적으로 정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주인공 마음대로 각종 사물이나 능력에 대해 이건 이정도로 강하다, 이건 이정도로 약하다라고 단정짓듯이 판단하는 경우가 매우 많이 나옵니다.
당연히 작가가 그렇게 설정했으니 주인공의 판단대로 강약이 정해지겠지만 독자입장에서 충분히 납득할만한 논리적인 결론이 아니라 단지 주인공이 말하는 것은 모두 옳다는 주인공 보정의 끝을 보여주는 모습이죠.
다른 소설 같으면 별로 중요하지 않게 넘어갈만한 설정이기는 한데 이 소설은 좀 도가 지나친감이 있더군요.




2. 램프의 계약직 정령이 되었습니다.
https://novel.munpia.com/197729

여주인공 퓨전판타지입니다.

현대인이 소원을 이루어주는 램프의 정령이 됩니다.
그리고는 갑자기 판타지 세계로 날려가서 램프의 주인이 바라는 소원을 이루어주게 됩니다.
3개의 소원을 이루어준 다음에는 여행을 다니는데 아직 분량이 적은편이라 이게 지금까지 진행된 스토리입니다.

램프의 요정이 되는 소설이나 만화는 꽤 있는편이죠.
대부분 램프에 묶이게 되다보니 주인공의 행동에 자유도가 떨어져서 스토리 진행이 쉽지 않기 때문에 선호되는 소재는 아닙니다.
이 소설도 램프의 요정이기는 한데 스토리 진행을 위해 주인공은 램프에 종속되기는 하지만 주인이 없을 때는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가끔 램프 설정이 나오는 것을 제외하면 단순히 먼치킨 여주인공이 판타지 세계에서 여행을 하는 이야기입니다.
지금까지 연재된 분량만 봐서는 이후 전개가 흔한 여주 판타지 깽판물이 될 것이라는 느낌 밖에 들지 않습니다.




3. 서녀명란전
https://series.naver.com/novel/detail.nhn?productNo=4275210

중국사극배경 여주인공 환생물입니다.

현대인인 여주인공이 사고로 죽은 후 고대 중국 세계에서 지방관리의 딸로 태어납니다.
7남매 중 6번째인데 첩의 딸입니다.
지방관리라고는 하지만 상당히 세력이 있고 집안에 하인도 많으며 정실 외에도 첩이 여러명 있는 집입니다.
하지만 고위관직은 아니고 판타지로 생각하면 남작가문 정도로 보면 됩니다.

현대와 달리 여성은 관직에 오를 수도 없고 더군다나 정실의 자식도 아니기 때문에 힘도 쓰기 어렵죠.
흔한 환생물처럼 현대지식을 활용해 무쌍을 찍거나 하는 것도 못합니다.
집을 나가 협객이 되거나 상인이 된다는 선택지도 고를 수 없습니다.

첩의 자식이기는 하지만 꽤나 있는 집안의 여식이기 때문에 잘못하면 가문의 명예에 먹칠을 하기 때문에 그렇게 놔둘리가 없죠.
하지만 농가나 노비집안에 태어난 것보다는 괜찮으니 현실에 대해 타협하는 주인공입니다.

보통 첩의 자식으로 태어나는 소설은 차별을 받다가 복수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 소설은 좀 다릅니다.
주인공의 아버지도 서자 출신으로 관직에 오른 사람이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적자와 서자의 구분은 엄격하게 하지만 집안에서 주인공이 차별대우 받으면서 억울하게 지내게 놔두지는 않죠.
오히려 정실은 높은 집안 출신이지만 비교적 능력이 없는 사람으로 나오고, 첩 중에서 임 이랑이라는 애첩은 몰락한 관리의 집안 출신이라 배운게 많고 똑똑하며 가주의 총애를 받아서 정실보다 더 힘 꽤나 쓰면서 지냅니다.
정실과 애첩의 싸움에 주인공의 어머니가 말려들어 죽게 되는데 처음에는 위 이랑, 임 이랑 두명이 이름이 비슷하다보니 헷갈립니다.
이랑은 첩에게 붙는 호칭이고 위 이랑은 죽은 주인공의 친모, 임 이랑은 총애받는 애첩입니다.

그리고 보통 판타지 배경의 궁중암투물은 친모가 아니라면 왕비에게도 왕자와 공주들이 딱히 친근하게 대하지는 않고, 오히려 이복형제들끼리 사이가 나쁜 경우가 많죠.
이 소설은 중국배경이다보니 판타지와는 좀 다릅니다.
정실부인은 적모라고 해서 첩의 자식들에게도 어머니 역할을 합니다.
다만 친모냐 아니냐는 확실히 차이가 있고 첩의 자식들도 스스로의 위치를 알고 있기는 합니다.

이게 이 소설의 핵심이기도 하죠. 괜히 제목에 서녀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것이 아닙니다.

죽고 죽이고 속고 속이는 궁중암투물보다는 조금 가벼우면서도 대가집 아가씨로써 당시의 시대상을 잘 반영한 눈에 보이지 않는 암투물입니다.
주인공은 현대에서 법원의 서기로 일했었는데 치정싸움이나 상속문제 등으로 재판하는 경우를 많이 봤기 때문에 서녀로 환생한 현실에 순응하는 것이 일반인보다는 더 쉽습니다.


중국소설을 번역한 것으로 녹비홍수라는 이름의 드라마로도 나왔습니다.
보통 소설원작이 있는 경우 드라마나 영화는 두가지 중 하나의 문제에 봉착하는 경우가 많죠.
1. 원작과 같은 스토리로 흘러가나 원작을 충실히 살리지 못한채 분량의 문제로 졸작이 되는 경우
2. 원작과 전혀 다른 내용으로 이름만 같은 다른 작품이 되는 경우

그런데 이 소설의 경우 소설은 소설대로 재미있고, 드라마는 드라마대로 소설과는 약간 다르지만 나름의 매력이 있는 명작이라는 평을 들었습니다.
둘 중 하나를 보면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라 다른쪽은 재미 없어지는데 이건 둘 다 봐도 재미있다는 평이죠.
지금 네이버에서 4월 5일까지 100화 무료 이벤트 중이라 지금이 읽기에 딱 좋은 시기입니다.


하지만 이 소설의 문제도 중국번역작이라는 것입니다.
사극 드라마 등을 통해 익숙한 배경이기는 하지만 종종 중국의 소설이나 고전, 중국 배우, 현대 중국의 각종 단체나 체계 등
우리나라사람이 잘 모르는 내용을 가지고 비유하는 장면이 많이 나옵니다.
주석이 달려있기는 한데 주석내용이 가장 뒷장에 모여있기 때문에 막상 읽을 때는 무슨 내용인지 정확하게 모른채 대략적으로 문맥을 보고 이해하고 넘어가야합니다.
책으로도 나왔다던데 저는 책으로 나온건 안 읽어봐서 모르겠지만 책을 샀다는 사람 말로는 주석이 각 페이지마다 하단에 있어서 네이버보다는 알아보기 쉽다고 하더군요.



이번에 읽은 소설 중에서는 서녀명란전이 가장 재미있었습니다.
이 게시판에서도 남자가 읽어도 재미있는 여주물이라면서 평이 좋았는데 정식 번역도 꽤 괜찮게 했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