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법 혼란

정확히 측정한 건 아니지만 일반 교양서와 에세이, 문학 등과 장르 소설을 놓고 보면, 대략 3:7 정도의 비중으로 시간을 써왔습니다.

분량으로만 보면 더욱 차이가 나겠죠.

근데 장르 소설을 많이 읽다 보니, 원래 제법 자신 있었던 맞춤법이 혼란스러워졌습니다.

서류 작성을 많이 하는 일을 가진 터라 아무래도 좀더 신경써야 하는 입장인데...

워낙 요즘 장르 소설 맞춤법이 개판이라 거기 익숙해졌더니 스스로의 맞춤법에 자신이 없어졌 네요.

예전에도 여기에 한 번 맞춤법 관련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여기 오는 작가분들이 조금이라도 나아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몇 개 더 적어보겠습니다.

- 게중에, 걔중에 (x) -> 개중에 : 여러 개가 있는 가운데

- 나두다 (x) -> 놔두다 : 놓아 두다

- 외각(수학에서 내각의 반대되는 의미) -> 외곽(곽은 테두리, 바깥 쪽 테두리를 쓰고자 했다면 외각이 아니라 외곽)

- 사상자 : 사망자와 부상자를 통틀어 이름. 따라서 '사상자 5명에 부상자 10명' 이런 식으로 쓰지 않음.

- 사살 : 쏴죽인다는 뜻. 베어죽이거나 목졸라 죽이거나... 하여튼 총이나 활을 쏴서 죽이는 게 아니면 사살이라고 하지 않음.

- 명실공이(x) -> 명실공히

- (일이나 행사를) 치루다(x) ->치르다 : 그에 따라 활용형도 '치뤄, 치뤘다'가 아닌, '치러, 치렀다'

  '치루다'라는 말은, '이 환자는 치핵이 아니라 치루다' 이런 경우에나 쓰입니다.

- 호위호식(x) -> 호의호식 : 좋은 옷과 좋은 음식

- 세외와 새외. 무협에서 북방이나 서역의 이민족의 땅을 말할 땐 새외가 맞습니다. 새옹지마를 떠올리면 될 듯.

- 단합과 담합. 단합은 단순히 뭉치는 것을 말하고, 기업 등의 야합, 짬짜미를 말하고자 한다면 담합(말맞추기).

저는 국어 전공자도 아니고 딱히 채팅 중이나 게시글에 대해 맞춤법 빌런 짓을 하지도 않습니다.

스스로는 잘쓰려고 노력하지만, 남들한테 지적질까진 웬만해선 잘 안 해요. 그만큼까지 예민하지 않기도 하고, 귀찮기도 하고...

근데 요즘 장르판을 보다 보니 교정을 거쳐서인지 작가분이 맞춤법에 정통해서인지 괜찮은 작품도 물론 있지만, 그걸 극히 일부라고 표현해야 할 정도로 엉망인 작품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완벽하길 바라지도 않아요.

그냥 글 올리기 전에 맞춤법 검사기만 한 번 돌려도 전부는 아니지만 제법 교정이 됩니다.

제가 위에 예를 든 것 중에, '개중에', '명실공히', '호의호식' 같은 것은 검사기에 걸릴 겁니다. 그 외의 것들은 용법이 잘못돼서 그렇지 원래 있는 단어들이니 안 걸릴 것이고요.

제 맞춤법이 예전만 못하다는 걸 스스로도 어느 정도 느끼고는 있었는데,

며칠 전 ppt 띄워두고 프리젠테이션을 하는데... 맞춤법 틀린 걸 지적받았습니다.

그것도 제가 유난히 좀 싫어하는 오류를 스스로 저질렀네요.

'일부로'를 '일부러'라고 써놨더군요.

평소에 일부러를 써야할 곳에 일부로 쓰는 것을 싫어하다보니 정작 일부로가 맞는 곳에도 일부러를 썼나 봅니다.

모든 게 장르 소설 탓이라곤 못하겠지만 영향을 크게 받은 건 확실합니다.

한동안... 아마도 심심해서 한 달이나 버티려나 모르겠지만 장르 소설에서 잠시 손을 떼볼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