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드의 어린왕자> 매우 주관적인 감상 (문피아)

어린 나이에 스페인 축구유학 와서 고생도 하고 성공도 하는 내용.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감성폭발하는 스토리입니다.

이혼한 어머니, 자기를 위해 희생한 아버지, 팀내에서의 입지, 팀메이트와의 갈등과 친목, 

친구의 왕따 문제, 이적에 대한 고민 등등 주인공의 내면에 대한 묘사 비중이 아주 높습니다.

연기물 중에 '배우, 희망을 찾다'랑 구성이 좀 흡사하게 느껴지네요.

그렇다고 경기묘사가 약한 건 아니고, 

일인칭이라 그런지 경기의 전체상이 잘 안 잡혀서 따라가기 힘들긴 했는데 

짧은 순간의 수싸움을 아주 디테일하게 파고드는 부분은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만 초반부와는 달리 중반 이후로는 그 디테일이 좀 과하게 느껴진 장면이 가끔 있었네요.

축구선수로서의 성공와 낯선 곳에서 분투하는 십대 소년의 정신적 성장을 

하나로 묶어서 전개하는 것 자체는 신선했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약간 아쉽기도 했습니다. 

왜냐면 '내면의 성장이 선수로서의 성공을 이끄는' 구도가 아니라 

'선수로서의 성공이 소년의 정신적 성숙을 이끄는' 구도거든요.

이게 왜 안타깝냐면 주인공을 사랑하고 아껴주는 수많은 주변인들 가운데 

순수하게 사람 대 사람으로서 그를 지지해준다고 확신할 만한 사람은 아버지 뿐이라서입니다.

감독은 선수가 경기를 잘 하니까 아껴주는 거고(당연히), 

에이전트는 장래성이 보이니까 챙겨주는 거고, 

팀메이트는 그가 도움이 되니까 더럽게 까다로운 성격도 오냐오냐 하면서 받아주는 거고, 

친구이자 광팬인 스텔라는 그가 지역의 떠오르는 히어로이기 때문에 열광하는 것이고, 

미디어는 꾸준히 성적을 내 주니까 떠받들어 주는 거죠. 

그들이 바라보는 건 라이징스타 '킴'이지, 소년 '김경헌'이 아닙니다.

그게 잘못 되었다는 건 절대 아니고요. 

축구물에서 축구실력을 중심으로 인간관계가 구축되는 건 당연한 거죠.

다만 그러한 외적 요소가 축이 된 관계를 소년의 성숙과정과 엮어서 

굳이 감성 폭발하는 전개를 그리려고 하니 저로서는 어색함을 느낄 수밖에 없네요.

솔직히 말해서 축구실력 빼면 주인공이 인간적으로 매력 있는 캐릭터는 아닙니다. 

당장이라도 태클 잘못 당해서 부상 당하고 몇달 결장하고 기량 하락하면 

주인공이 구축한 대부분의 인간관계는 허물어지고 말겠죠.

그런 피상적인 관계에 기반을 둔 성숙이라는 테마가 저에게는 크게 와닿지가 않네요.

물론 분량을 거듭해 갈 수록 축구만이 전부였던 관계도가 변해가긴 합니다.

인간 대 인간으로써 인연을 맺고 정이 깊어지죠. 

작가님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그런 변화까지 전부 포함하는 걸 수도 있긴 합니다. 

다 읽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겠죠.

어쨌든, 이 글은 매우 주관적인 감상임을 밝혀 둡니다. 

주인공 김경헌이 조금만 더 애착을 느낄 만한 캐릭터였다면 훨씬 더 재밌었을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감성적인 인물상은 좋지만 까칠하고 불안정한 인물상은 제 취향이 아니라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그래도 스포츠물에서는 굉장히 신선한 시도였기에 제 별점은 넷입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