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회차와는 상관없는 <철수를 구하시오> 감상

저는 50화? 60화? 그 정도밖에 안 읽었기 때문에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최근 회차와는 상관없는 감상입니다.

매우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의견임을 밝혀둡니다.

얼개는 상당히 멋지다고 봅니다.

1. 루프물

2. 하지만 이전 루프에서 축적한 지식은 사라지고, 기억도 애매해짐

3. 루프 시작시점이 계속 밀림

일반적인 루프물은 주인공이 시행착오를 겪고 고생은 할지언정 

멘붕해서 미치광이 루트를 타지 않는 이상은 약속된 승리의 루트가 존재합니다.

어떻게든 계속 성과를 누적시키다보면 무한루프 안에서는 결국 답이 나오니까요.

(뭐 만족스러운 답이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경우를 제외하면...)

<철수>는 2번, 3번을 통해서 그런 확실성을 타파하고 긴장감을 줍니다.

지식 누적이 불가능하니 극한의 테크트리를 통한 과학승리가 막히고 

루프가 계속 짧아지니 무한한 try & error로 답안을 도출하는 것도 어렵죠.

꽤나 참신한 구성이고 처음엔 저도 무척 매력적이라고 느꼈습니다.

다만 이런 타이트한 구조가 장점인 한편 단점도 되었다고 봅니다.

루프를 통해 벌 수 있는 시간이 계속 좁혀져 오다보니 

서사구조상 루프 시작부터 극적인 변화를 줄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합니다.

작가님은 그런 계기를 한 교실에 싹 몰아넣는 걸로 해결해 버렸더군요.

전 지구의 미래에 변화를 가져올 거대한 계기가 될 인물들을 

주인공 철수가 입학한 중학교 1학년 2반에 싸그리 모아놨습니다.

잘 모르겠습니다. 이 상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들도 많겠죠.

저는 아니더라고요. 굉장히 작위적인 세팅으로 느껴집니다.

분명히 인류의 미래라는 건 훨씬 더 역동적이고 

온갖 가능성으로 가득 차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종말의 위기를 종식시킬 계기란 건 

넓은 시야를 갖고, 세계단위에서 찾아야 할 것 같은데, 

<철수>에서는 그런 거 없더라고요. 

그냥 중학교 1학년 2반 교실, 그게 다입니다.

거꾸로 이야기하면 그런 위치에 있는 인물이기에 철수가 선택되었다는 

뒷설정이 존재할 수도 있기는 하지만 말이죠... ㅎㅎ

그리고 중요인물들, 중학교 1학년 2반의 괴짜들이 

조금도 중학생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도 제게는 단점이었습니다.

극초반엔 그나마 어린아이 흉내라도 내려고 했는지 유치한 말투를 쓰지만, 

좀 지나니 그것도 없고 언행을 보면 어른이랑 다를 바가 거의 없더군요. 

고등학생이라면 아마도 받아들였을 것 같습니다만 

얘들이 중학생...? 작년까지 꼬꼬마 초딩이었던 아이들이라고...? 

음... 저는 납득이 힘들었습니다.

게다가 캐릭터들이 너무 극단적이죠. 

라노벨이나 애니 캐릭터처럼 기인괴짜들인데 

그들의 기행을 매력적으로 느끼게 해줄 섬세한 캐릭터빌딩은 깔끔하게 생략되고 

신속한 회차 진행을 위한 도구로 활용되다보니 애착은 안 느껴지고 위화감이 더 큽니다.

말이 길었는데 짧게 요약하자면 

'소재 및 구성은 아주 멋지다고 생각하지만 실행과정은 내 취향과 거리가 멀었다' 

정도가 될 것 같네요. 

하나의 생생한 삶을 보는 게 아니라 

엄격하게 변수가 조율된 실험실 속에서 반복되는 실험과정을 보는 듯한 경직된 느낌이 

작품에 대한 몰입을 자꾸 방해해서 집중이 잘 안 되더군요.

일단은 연재를 따라가는 건 포기했습니다. 

그래도 완결나면 이 커다란 실험의 끝이 

과연 어떤 결과값을 도출했는지 읽어볼 예정이긴 합니다. 

궁금하긴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