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읽은 소설들 #59(문피아, 네이버, 카카오)

1. 미래 구독 매니지먼트 (문피아)
https://novel.munpia.com/214265

현대배경 연예계물입니다.

자신만 볼 수 있는 유튜브 영상을 통해 미래의 정보를 얻는다는 흔한 특수능력계 매니저물입니다.
그런데 이런 소설 중에서는 비교적 개연성에 신경쓴편이고 등장인물들의 개성이 살아있으며 대화도 재미있는편입니다..

이런 장르에서 가장 흔한 문제점이 신입 매니저가 자신만 알고 있는 정보를 통해 회사를 좌지우지하는 경우가 많죠.
상사들은 모두 꼭두각시인 소설들이 많은데 이 소설은 그와 달리 신입 매니저라는 위치에 대해 주인공 스스로도 자각하고 있고
회사의 여러 인물들도 그런 주인공에게 줏대없이 휘둘리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캐릭터성이 있는 등장인물들로 묘사됩니다.

댓글로 누가 작가의 전작에 대해 이야기하길래 작가명을 보니 업어키운 걸그룹 작가네요.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읽었던 작품이었습니다.

저는 제목과 소개글을 보고 다음에 읽을 소설들을 선작해둔 다음 적당히 분량이 쌓이면 직접 읽어보고 맘에 들면 계속 읽고, 맘에 안 들면 하차하는 스타일이죠.
다만 맘에 드는 소설을 읽었을 때 작가/출판사의 다른 작품을 보고 전작을 읽거나 신작 중에서 분량이 쌓인 것을 읽는 경우는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이 작품도 사실 처음에는 작가가 누구인지 몰랐는데 댓글로 작가의 전작을 언급하는 사람들을 보고 알았습니다.

업키걸의 경우는 주인공이 이미 나이와 지위가 있는 대기업 건설사 과장이었고, 이후에 스타가 될 사람을 미리 알아보는 안목은 있었지만 현재 위치에 만족하는 현실적인 사람이었죠.
그러다가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주인공과 안면이 있던 신인 아이돌이 소속사에서 왕따를 당하다가 자살하는 사건이 생기고
과거로 돌아간 주인공은 그 미래를 막기 위해 자신이 직접 연예계에 뛰어들어 그 신인 아이돌을 자신의 회사로 데려오면서 반강제로 연예계로 진출하게 되었습니다.

작가의 전작도 이런식이라 어느정도 개연성에 신경쓴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미래 구독 매니지먼트의 경우 전작과는 달리 완전 신입 매니저라는 입장이다보니 주인공이 미래 정보를 알고 있음에도 그것을 어떻게 활용해야할지 고심하는 모습이 나옵니다.

일단 다른 것보다 이런점에서 특수능력계 매니저물 중에서는 이 소설이 상당히 괜찮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주연뿐만 아니라 조연들도 개성 있는 캐릭터들이고, 그런 개성을 잘 살린 묘사가 작품 전체에 걸쳐서 나오는 점이 괜찮네요.
이제는 흔한 소재이지만 잘쓰면 재미있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는 작품 같습니다.



2. 판타지 한글 신화 (문피아)
https://novel.munpia.com/217603

퓨전판타지입니다.

현대인이 판타지세계에서 신의 아들로 환생하는 소설입니다.
그리스로마 신화의 신들과 비슷한 느낌인데 주인공은 신의 732번째 자식입니다.

신의 핏줄이라고 모두가 신이 되는 것은 아니고 대다수는 신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반신들로 나옵니다.
헤라클라스 같은 그리스로마 신화의 영웅들 같은 느낌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주인공이 가진 전생의 마지막 기억은 게임을 하다가 승급전에서 같은팀이 일부러 트롤링을 하자 화가 나서 육성으로 욕을 내뱉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는 판타지 세계에서 태어나자마자 우리나라말로 '씨발!'이라고 외쳤는데 그걸 들은 신이 한순간에 이 말에 체계가 있음을 알아차렸고
날 때부터 언어를 가지고 태어난 주인공에게 언어의 신이라는 신명을 내리고는 그 언어를 세계의 공통어로 삼았습니다.
그야말로 신의 능력이죠.

신이 실존하고 반신들이 활보하는 세계이다보니 일반적인 판타지와는 조금 다릅니다.
그리고 주인공도 양산형 소설에 나오는 이고깽과는 다른 느낌이죠.

목신기의 주인공과 비슷한 스타일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세계관 전체로 보면 주인공보다 강자들은 많지만 주인공은 항상 침착하고 심계가 깊어서 위기를 잘 헤쳐나가는 느낌이죠.
단순히 무력으로 주인공 최강물을 찍는 것도 아니고, 그냥 말빨로만 사건을 해결하는 스타일도 아닙니다.

간단하게 표현하면 행동이나 대사로 인한 고구마가 없는 주인공입니다.
흔한 사이다패스 독자를 위한 주인공 보정이 심한 소설처럼 주인공이 활개치고 다니는게 아니라 주인공에게 위기는 찾아오지만 언제나 지혜롭게 헤쳐나가는 그런 스타일이죠.

그리스로마 신화를 떠올리게 하는 세계관도 매력적이고, 주인공도 매력적인 소설입니다.




3. 아욕봉천 (네이버, 카카오)
https://series.naver.com/novel/detail.nhn?productNo=5149706
https://page.kakao.com/home?seriesId=55039959

중국 선협물입니다.

글공부를 했지만 과거를 합격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떨어진 서생이 주인공입니다.
그러다가 어떤 선인에게 납치 당해 어떤 문파의 잡역부로 일하면서 수행을 쌓게 됩니다.

이 문파는 그 나라에서 마종으로 불리는데 제자들끼리 서로 싸워서 단약이나 보물을 빼앗는 것을 공공연하게 인정하는데다 특정 장소에서는 살인도 허용합니다.
새로운 제자는 주인공처럼 납치해서 데려온 다음 잡역부 -> 외문제자를 거쳐 약육강식으로 살아남아 올라온 사람만 내문제자로 받아주는 방식이죠.

외문제자가 되면 처음에 법보를 하나 주는데 주인공이 외문제자로 승급했을 때 받은 것은 문파의 개파조사가 특별한 보물이라고 말했다는 이야기는 전해져오지만 실제로는 어떤 능력이 있는지 아무도 몰라 가치없는 것으로 여겨지는 거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소설의 주인공이 얻는 보물 답게 단약이나 보물을 복제하는 특수한 능력을 가진 거울이었죠.
다른 사람은 모르고 주인공만 알고 있는 비밀입니다.

그 후에는 그냥 흔한 선협물 스토리대로 흘러갑니다.
수행하고 싸우고 도망치고
문파를 벗어나 다른 곳으로 가면서 점점 스케일은 커지고


선역, 일념영원 작가와 동일한 작가라고 합니다.
PC에서 네이버로 읽으면 작가의 다른 작품을 아래에 표시해주는데 이걸로 이 작가의 신작이 나왔다는건 예전에 알았지만 당시에는 분량이 너무 적어서 안읽었던 소설입니다.
이번에 네이버 10시 무료로 풀렸길래 보니까 200화 이상 연재되어있길래 읽어봤습니다.

네이버는 25화까지 무료, 매일 10시 1편 무료인데 첫날에는 6편 무료
카카오는 5화까지+20편 무료, 일일 1편 무료
그래서 네이버로 31화까지 읽은 다음 카카오에서 52화까지 읽으면 딱 하루만에 무료분으로 52화까지 읽어지더군요.

지금 이 글을 쓰는 시점이 저 52화까지 읽은 상태입니다.
이런 선협물들은 대체로 후반으로 갈 수록 세계관이 워낙 넓어지고 스케일이 커지면서 초반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은데 중국 선협물은 몇 백, 몇 천편씩 되는 작품들이 있는 것을 감안하면 52화는 초반이라고 봐야하죠.


일단 우리나라에 번역된 중국 선협물 중에서 가장 유명한 학사신공과는 스타일이 좀 다릅니다.
선역이 학사신공 스타일이죠.
잔인한 수도계에서 냉정한 주인공이 결코 손해를 보지 않고 수행을 쌓아가는 스타일
주인공의 행동과 대사로 인한 고구마가 없는 사이다패스 독자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입니다.

중국 무협이나 선협은 대체로 2가지 특징이 있더군요.
인명경시사상
남을 속이는데 양심의 가책이 없고, 주변인물들도 속은 쪽이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경향

이 소설도 중국 소설을 번역한 것이다보니 저 2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학사신공이나 선역과는 다르게 일념영원 스타일의 주인공에 약간 더 가깝습니다.

일념영원의 주인공은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정이 많은 스타일이죠.
다만 남에게 뽐내기를 좋아하고 자화자찬하면서 다니는데 주변인물들은 그런 주인공의 성격에 고개를 절레절레하지만 그게 독자 입장에서는 밉상으로 여겨지지 않는 매력적이면서 독특한 주인공이죠.

아욕봉천은 일념영원보다는 조금 더 냉정하고 겸손한 주인공이지만 학사신공이나 선역 주인공보다는 조금 덜 잔혹하고 정이 있는 편입니다.
다만 이 작가의 특징인지 일념영원처럼 다른 사람들이 주인공의 활약을 지켜보면서 감탄하거나 하는 장면이 꽤나 많이 나옵니다.
특히 물리적으로 볼 수 있는 위치도 아니고, 주인공의 이름도 모르는 상태인 사람도 있을텐데 그냥 주인공을 띄워주기 위한 전지적 시점의 관객처럼 묘사되는 장면이 꽤 나옵니다.

스토리는 아직 초반이라 이후에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읽은 분량은 재미있는 편이었습니다.




이번에 읽은 소설은 셋 다 괜찮았습니다.
이거 말고도 2개를 더 읽었는데 이 둘은 초반에 하차했습니다.

개인적으로 기존에 읽던 작품이 있는 상태에서 신작을 읽을 때 기존 작품을 읽는 방식이 4가지로 나뉘어집니다.
1. 매일 새로운화가 나왔는지 체크하면서 읽는 경우
2. 잠깐 방치해뒀다가 몰아서 읽는 경우
3. 오래동안 묵혀뒀다가 나중에 분량이 매우 많이 쌓이거나 완결되면 다시 읽는 경우
4. 묵혀뒀다가 잊어버리고 다시 안 읽는 경우

일단 1번처럼 매일 체크하는 작품은 최소화하는게 기존 작품을 읽으면서도 신작을 읽을 수 있는 방법입니다.
안그러면 매일 읽어야하는 작품이 많다보니 이게 숙제가 되기도 하고, 한편씩 읽느라 감질나기도 합니다.
그런데 네이버나 카카오의 일일무료는 반강제로 매일 한편씩 읽어야하는 작품을 만들어버리죠.

돈이 문제가 아니라 안읽으면 손해라는 느낌이 드는게 사람들이 일일무료나 일일퀘스트 등의 노예가 되는 이유이죠.

그래서 일일무료 작품은 특히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일단 이번에 읽은 것 중에서 1번 미래 구독 매니지먼트는 개인적으로 취향에 맞아서 매일 체크하고 있고
2번 판타지 한글 신화는 한편씩 읽기에는 감질나는 스타일이라 3~10편 정도 묵혀뒀다가 몰아서 읽는 방식으로 갈 것 같습니다.
아욕봉천은 재미는 있지만 아직 돈주고 몰아서 볼만큼의 매력은 못 느껴서 그냥 일일무료로 읽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