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킬빨로 레벨업> 감상

카카오페이지에 연재중인 파란영 작가님 글입니다.

지구에 몬스터 침공, 시스템 등장, 모드 골라서 미궁입장, 

주인공 이지모드 선택, 공략, 미궁탈출, 지구 멸망, 

죽기 직전에 회귀 아이템 획득, 미궁진입 직전으로 회귀, 이번엔 최고 난이도 선택.

↑ 여기까지가 프롤로그입니다. 

분위기는 <튜토리얼이 너무 어렵다> 초반 생각하시면 됩니다. 

헬난이도 미궁을 미래지식, 자기만의 노하우, 끈기와 근성으로 클리어하며 

남들보다 빠르게 누구보다 강하게 먼치킨 루트 타는 내용 되겠습니다.

제일 쉬운 이지모드 출신이면서도 최고난이도 졸업자와 비슷한 전력을 자랑하던 주인공이 

이번엔 최고난이도를 택하면서 훨씬 더 빠르게 성장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죠.

대단한 주제의식이나 드라마틱한 전개 따위 전혀 없습니다. 

오로지 먼치킨 루트 타고 강해져가는 주인공에 대한 스토리 뿐...

긴장감은 솔직히 전무한 수준입니다.

동료에게 얻어들은 미래지식 치트에, 전회차에서 얻어둔 각종 스킬관련 정보, 

미궁공략에 최적화된 주인공의 성격과 사고방식까지 더해져서 

어떤 시련이 닥쳐와도 한치 흔들림도 없는 사기 유닛이 탄생하니까요.

게다가 미궁 난이도는 고정되어 있는데 

주인공 성장곡선이 난이도 상승곡선보다 훨씬 더 위에 있다보니 

초반 몇 층 이후로는 미궁공략 과정이 '산책하듯 클리어했다'로 요약되는 수준입니다.

신의 시련이나 외부미션 따위로 양념을 치긴 하는데 큰 차이는 없고요.

하지만 반대로 이야기하면 고구마 하나도 없는, 

안심하며 볼 수 있는 작품이란 뜻입니다.

미궁설정은 좀 구멍이 있지만 스킬 설정은 꽤나 공을 들인 티가 납니다.

제목에서 스킬빨이라고 내세우는 이유가 다 있다는 거죠.

스킬 수집하고, 숙련도 올리고, 진화나 융합으로 더 강한 스킬 먹고, 

검술도 배우고 마법도 배우고 마족전용 흑마법도 배우고 오러도 배우고 정령술도 배우고 

오만가지 다 익히면서 팔방미인 먼치킨이 되어가는 과정을 즐길 수 있습니다.

보통 대부분의 상태창 나오는 소설에서 스킬 숫자 20~30개쯤 넘어가면 

작가들도 귀찮아져서 대충대충 쓰는 경향이 있습니다.

최상급 스킬이랍시고 스킬들끼리 적당히 통합해서 숫자를 대폭 줄여버리거나 

수십 개 있는 스킬을 다 까먹고는 쓰는 꼴을 못 본다거나...

이 작품은 그런 면에서 확실한 차별성이 있습니다. 

워낙 스킬이 많다보니 일일이 다 케어하진 못해도 

나름 최선을 다해서 전반적인 활용 양상을 묘사해주고, 

스킬 하나하나가 가지는 영향력과 장단점, 숙련도 상승으로 인한 변화 등을 꾸준히 업뎃하죠.

스킬 획득 과정에도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넣으려고 많이 노력한 게 보이고요. 

게임 메커니즘을 통한 성장과정을 즐기는 독자라면 꽤 즐겁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안타깝게도 장점은 그것 뿐이긴 합니다.

제목처럼 스킬빨 하나는 죽여주는데, 나머지는 평범한 양판입니다.

그래도 그 장점 하나가 마음에 들어서 개인적으로는 재밌게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