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읽은 소설들 #68(문피아, 네이버)

1. 전생 했더니 환관이 되었다 (문피아)
https://novel.munpia.com/213187

동양 판타지입니다.

제목 그대로 전생했더니 환관이 된 주인공입니다.
황궁에서 입을 잘못 놀리면 목이 달아나니 조심해서 생활하던 주인공인데
어느날 시스템 능력을 얻게 되고 잃어버린 남자의 물건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됩니다.

시스템으로 얻은 각종 능력으로 더욱 포인트를 많이 얻기 위해 나서다가 높으신 분들의 눈에 띄어 황자와 황녀들의 후계자 경쟁에 휘말리게 되죠.
이 세계는 고대 중국과 비슷하지만 황족은 용의 핏줄을 이었고 특히 핏줄이 강한 황족은 용으로 변신도 할 수 있다는 설정입니다.


다만 지금까지 그다지 높은 지위를 가지고 있지 않은 어린 환관이라는 설정임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이 갑자기 높으신 분들 사이에서 엄청나게 대단한 사람으로 취급받는 부분이 상당히 어색하네요.
주변의 부하들은 주인공을 환관이라면서 무시하는 반면 황자와 황녀들이 아직 검증되지 않은 상태의 주인공을 고관대작급으로 취급합니다.

그나마 7황자는 예지몽을 통해 주인공의 존재를 알고 있었고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었다는 설정으로 주인공을 신뢰하는 이유를 설명하는데
지금까지 위험한 궁중암투에 휘말리지 않도록 몇 년간 바짝 엎드려있었다는 설정의 주인공이 막상 본편이 시작되고는 너무 입이 가볍고 행동도 조심스럽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고
주인공 스스로 후계자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마음가짐을 가지게 되는 것에 대한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그리고 시스템 능력으로 이런저런 스킬을 배우는데 왜 그 스킬들을 배우는지에 대해 독자를 적절하게 설득하지 못합니다.
장기적인 포인트 관리에 대한 부분도 딱히 염두에 두지 않고 그냥 작가 편의를 위해 대충 이쯤하면 이런 능력이 필요하겠지하고 포인트를 얻고 스킬을 올리는 느낌입니다.
독자들은 시스템이 나오는 소설과 포인트 배분을 하는 소설, 포인트 획득 방법에 대해 여러가지 궁리를 할 수 있는 소설들을 많이 접했을텐데
이 작가는 독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작가 편의주의적을 설정을 남발하는 느낌입니다.


또한 이 소설의 최대 단점이 스토리와 상관없는 작가의 설명이 너무 길어서 글이 삼천포로 간다는 것입니다.
고사라던지 기타 여러가지 작가가 알고 있는 지식을 너무 뽐내고 싶어서 불필요한 설명이 매우 많이 들어갑니다.
적절하게 고사를 인용하는 소설은 종종 있지만 이 소설은 주객전도급으로 너무 정도가 심하죠.

문피아에 드문 동양 판타지이고 그 중에서 환관이 소재가 되는 소설은 많지 않기 때문에 여러가지 단점에도 불구하고 한번쯤 읽어볼만하기는 합니다.




2. 미인기 (네이버)
https://series.naver.com/novel/detail.nhn?productNo=4974354

현대인이 고대중국 세계에 환생하는 여주물입니다.

서녀명란전 같은 소설입니다.
명란이네는 체면을 매우 신경쓰는 학자집안인데다 첩의 자식인 서녀이기 때문에 그 부분이 소설의 핵심이었죠.
미인기는 그래도 가문의 남자들이 일 안하고 글공부에 매진할 수 있을 정도로 먹고 살만한 집안이기는 한데 진짜 부자집과는 비교가 안되고 명문권세가도 아닙니다.
그래서 비교적 가풍이 널널한 편이고 주인공도 명란이와 달리 상당히 활발하게 활동합니다.
명란이네는 진짜 금수저 집안이였죠.

미인기라는 제목답게 고대 중국에서 외모가 아름다운 여성이 어떤 메리트와 디메리트가 있는지에 대한 것이 이 소설의 핵심입니다.
이 소설을 서녀명란전과 함께 언급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일상생활 묘사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소설만의 특색으로 주인공 외에도 전생을 기억하는 등장인물이 나옵니다.
주인공처럼 현대에서 온 것은 아니고 같은 시대 평행세계의 회귀자이죠.

다만 그 평행세계에는 주인공이 없었기 때문에 회귀자가 알고 있는 것과 미래가 달라지게 되죠.
보통 이런 경우 미래지식을 활용해서 이득을 보는 소설이 많은데 이 소설은 오히려 그것을 더 경계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신뢰할 수 없는 상대에게 얻은 미래지식으로 일시적으로 이득을 볼 수는 있지만 나중에는 그것이 자신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스스로 얻은 성취가 진짜 자신의 것이라고 하죠.


또한 중국의 과거제도는 여러단계에 걸쳐서 이루어지는데 가장 기초단계를 통과한 수재가 되는 것만 해도 서녀명란전에서는 그냥 별거 아닌 것처럼 나오지만 이 소설에서는 엄청나게 대단한 경사로 여깁니다.
수재가 된다는 것은 대충 서울대 합격정도로 생각하면 됩니다.
그래서 친척과 이웃들을 모두 불러모아 잔치를 할 정도이죠.

수재 -> 거인 -> 진사 순서로 올라갑니다.


등장인물들의 캐릭터성도 살아있고, 일상생활묘사도 재미있는 편이고, 스토리 전개도 괜찮고, 중간중간 빵터지는 요소도 나오고, 임팩트 있는 사건도 나옵니다.
이번 추석 연휴 때 160화 무료라서 읽어봤는데 500화가 넘게 연재된 상태이기 때문에 160화는 초중반이라는 느낌입니다.
100화 이전까지는 너무 기복이 없는 평탄한 전개가 이어졌는데 100화가 넘어가면서부터 점점 굵직한 사건이 진행되네요.
나중에는 이게 왠 막장 드라마? 같은 전개도 나옵니다. 초반과는 진짜 온도차가 어마어마하더군요.


다만 중간중간 미묘하게 위화감이 드는 장면들이 많은데 알고보니 번역에 대한 이슈가 있더군요.
일부 내용이 누락된 상태로 번역하거나, 반대로 원문에는 없는데 번역가가 자기 마음대로 덧붙여 쓰거나 하는 장면들이 꽤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원문에는 '아내의 손을 잡았다.' 라는 묘사가 나오는데 '걱정스레 말하는 아내의 손을 잡으며' 라고 번역했다네요.
원문에는 없는 내용을 번역가 맘대로 추가하다보니 글이 변질되는데 이런게 한둘이 아니라고 하더군요.

그나마 사람들이 지적한 내용들을 좀 수정한 것 같던데 수정하고도 위화감이 드는 것을 보면 지적받은 일부분만 수정하고 나머지는 번역가 맘대로 내용을 생략하거나 추가한게 그대로인가 봅니다.

특히 같은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인 천산기도 지금 새로 연재하고 있는 것 같던데 이건 번역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하더군요.
오역이 심해서 설정오류까지 생길 정도라고 합니다.
그래서 출판사에서 또 부랴부랴 수정하고 있나보네요.

이번에 읽은 소설들은 둘 다 괜찮았습니다.

1번의 경우 여러가지 단점에도 불구하고 읽을만했고, 2번의 경우 글은 정말 좋은데 번역이 문제라서 아쉬웠지만 서녀명란전 재미있게 읽으신분은 미인기도 정말 재미있게 읽으실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