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읽은 소설들 #69(문피아, 네이버)

1. 천산기 (네이버)
https://series.naver.com/novel/detail.nhn?productNo=5427985

고대중국배경 여주물입니다.

중국소설을 번역한 것인데 지난번에 읽었던 미인기와 같은 작가라고 합니다.
미인기는 주인공이 상당히 활발한 성격인데 천산기는 조용하고 냉철한 성격입니다.
아직 55화까지만 연재된 상태라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겠는데 궁중암투물 같은 느낌으로 갈 것 같습니다.


일반인과는 약간 감성이 다른 천재 주인공인데 냉혹한건 아니지만 냉정합니다.
싸이코와 천재는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하죠.
서녀명란전에서 여주인공이 시집가고 나서 안주인이 되어 집안의 하인들을 다루던 그 포스가 느껴지는 주인공입니다.
다만 어머니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에게는 가슴이 아니라 머리로 대하는 느낌입니다.
주인공이 정이 없어요.


주인공은 고관대작 집안의 적장녀인데 말 그대로 다이아 수저입니다.
할아버지는 형부 상서, 고모는 궁에 들어가 귀비가 되어 3황자를 낳았죠.
상서는 대충 장관정도로 생각하면 됩니다.
판타지로 치면 후작가정도인 것 같습니다.

시대배경상 정실부인의 딸인 적녀, 첩의 딸인 서녀의 차이를 상당히 중요하게 여기는데 주인공은 정실부인의 딸이자 장녀입니다.
그런데 막상 초반에는 첩과 그 자식들이 사랑받고 주인공은 건드려서는 안되는 종기 취급 당하죠.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집안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주인공이 가면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지면서 조용해집니다.
정실부인인 주인공의 어머니가 멀쩡하게 잘 살아있는데 첩이 현모양처 소리 들으면서 집안의 최고 어르신인 할머니한테도 인정받고 집안행사도 첩이 주관합니다.

초반부를 읽으면서 '아니 이게 무슨 콩가루 집안? 외가쪽 사람들은 가만히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알고보니 그럴만한 사연이 있더군요.
자세한건 스포가 되니 생략하겠습니다.


나중에 독자와 주인공만 모르던 사실이 밝혀지면서 갑자기 주인공을 엄청 잘대해주는 쪽으로 분위기가 반전되는데 너무 급반전이라 번역을 제대로 안하고 중간에 삭제된 내용이 있나 싶더군요.
또한 주인공을 믿고 집안이 도박수를 던졌다는 내용이 뜬금없이 나오는걸 보면 확실히 삭제된 내용이 있다는게 강하게 느껴집니다.
아마 번역이 누락된 부분에 가문의 어른들끼리 따로 상의하는 내용이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댓글을 보니 번역이 엉망이라는 불만이 너무 많아서 안읽을까 했는데 지금은 무료 연재 중이고 번역도 수정중이라길래 한번 읽어봤습니다.
미인기를 꽤 재미있게 읽어서 같은 작가라면 글 자체는 퀄리티가 괜찮을거라는 생각이 들었기도 했구요.

초반은 번역이 무난해보였는데 36화부터 갑자기 번역퀄리티가 진짜 심각한 수준이 되더군요. 번역기를 돌려도 이것보다는 괜찮겠다 싶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다시 번역 퀄리티가 괜찮아지는 것을 보면 제가 읽을 당시에는 35화까지는 수정한 상태이고, 번역논란으로 인한 수정작업이 시작된 후에 연재된 최신화들은 제대로 번역했나보군요.
그런데 중간중간 번역이 누락되고 생략된 부분이 있다는게 미인기 때보다 더 심하게 느껴지는 것을 보아 이 출판사의 고질병인듯합니다.

일단 11월 1일까지는 무료연재 할거라고 해서 그 때까지는 따라갈듯한데 유료화가 되면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 읽고 있는 네이버의 다른 작품들을 다 읽으면 남는 무료쿠키로 읽지 않을까 싶네요.
이 작가는 출판사 운이 없는지 글 자체는 괜찮은데 번역이 발목을 붙잡네요.




2. 방송천재 막내작가 (문피아)
https://novel.munpia.com/224751

여주인공 현대배경 방송작가 회귀물입니다.

흔한 PD물을 떠올리면 됩니다.
제목 그대로 방송천재 막내작가가 주인공입니다.
방송작가생활을 오래해왔지만 사람들에게 인망을 얻지 못하고 혼자 쓸쓸한 생활을 하는 주인공이 과거로 회귀합니다.
막내작가가 되던 시절로 돌아가는데 말 그대로 경력있는 신입이죠.

사실상 PD물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의 성별만 바꾸고 PD가 아니라 작가라는 직책이 된 것을 제외하면 레파토리는 동일합니다.
이게 막내작가가 할만한 업무인가 싶은 것도 당연히 회귀물 소설 주인공이니 주인공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다 합니다.
작가가 실제로 이쪽 업계에서 일해본 경험이 있다고 합니다.

이 소설만의 특별한 점은 딱히 없고 그냥 흔한 회귀 연예계물, 매니저물, PD물, 감독물과 비슷합니다.
하지만 신선함이 없을 뿐 글 자체는 비교적 읽을만합니다.
너무 승승장구 사이다에 집중하느라 개연성이 엉망인 소설에 비하면 개연성도 비교적 신경쓰는 편입니다.

PD물과 다른 딱 한가지는 PD가 아니라 작가이다보니 한번에 여러 프로그램에 개입하는 문어발 업무가 일상이라는 것입니다.
PD를 중심으로 여러명의 작가가 프로그램에 투입되는 구조이다보니 주인공은 메인이 아니라 보조하는 역할이라는 이유인데
소설 주인공이다보니 개입하는 프로그램에 대해 메인급 비중을 차지합니다.




3. 차원이 다른 스트리머
https://novel.munpia.com/201354

현대배경 스트리머 남->여 TS물입니다.

인기 없는 스트리머였던 주인공이 마지막 방송을 하려고 하는데 현대와 비슷하지만 가상현실기기가 보편화된 평행세계로 넘어갑니다.
그 세계에서 주인공은 시청자 중 한명이었던 여자의 몸에 빙의된 상태인데 불치병을 앓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지금까지 모아온 방송시간을 소모해 각종 특성이나 돈으로 환산할 수 있는 시스템 능력을 얻게 되고 시스템의 힘으로 병을 치유하게 되죠.
매 달 방송시간을 일정량 유지비로 납부해야하고 그렇지 못한 경우 죽는다고 합니다.
본래의 남자몸은 이 세계에서 이미 죽었다고 합니다.

시청자들의 채팅 비중이 큰 흔한 스트리머물입니다.
그런데 작가가 너무 주인공에게 자신을 투영하는 느낌이 듭니다.
작가의 불만과 욕망을 소설을 통해 해소하기 위해 쓴 느낌입니다.

가상현실게임은 처음인 주인공인데 당연히 주인공 답게 뛰어난 재능을 발휘하며 화제의 주역이 됩니다.
시청자들의 반응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스트리머물 답게 하나의 게임보다 여러 게임을 골고루 하거나 잡담 방송을 하기도 하는 등 게임보다는 방송이 메인입니다.


사실 저는 외국소설도 좀 많이 읽는 편인데 일본 소설은 이런게 지금 유행하는 장르 중 하나라서 매우 흔한 양산형처럼 느껴졌는데 문피아에는 비교적 많지는 않은 소재입니다.
알고보니 재능충인 주인공이 방송을 하는 소재는 많지만 보통 그런 소설은 하나의 게임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죠.
여러가지 컨텐츠를 다루고 방송이 메인인 작품은 문피아보다는 조아라에 좀 더 많은편입니다.


TS 스트리머물도 일본 소설은 정말 많은데 그 중에서도 VTuber라고 하는 키즈나 아이나 세아 같은 가상의 캐릭터를 사용하는 것이 대유행이죠.
실제로 여자의 몸이 되는 경우도 있고, 남자인데 그것을 숨기고 여자캐릭터로 활동하는 소설도 있습니다.
단순히 잡담만 하는 방송물도 있고, 종합게임채널물도 있고, 미래배경의 SF물도 있습니다.
다른 유명 스트리머와 합방을 하는 소재도 흔하구요.

예를 들면 세키로 같은 유명한 게임을 가상현실로 처음 접한 주인공이 미래의 과학력 덕분에 시간가속으로 엄청나게 구르고 굴러서 뛰어난 실력을 보여주는 것도 있을 정도이죠.
그 중에서 유튜브 같은 곳으로 업로드만한 분량은 주인공을 도와주는 뛰어난 도우미 AI가 적절하게 골라내서 편집하구요.
시청자들도 이미 인간의 육신을 벗어나 가상세계에서 생활하는 사람도 많은 시대인 소설도 있습니다.


저는 그런 소설들을 많이 읽은 상태라 사실 이 소설은 흔한 양산형이자 그 중에서도 상당히 필력이 떨어지는 편이라고 느꼈는데
문피아에는 시청자들의 채팅 비중이 크고, 여러 스트리머들이 등장해서 합방을 하는 소설이 많지는 않은 편이라 이런 소설을 읽어본적 없는 분에게는 신선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무료연재중이고 100화가 넘은 상태라서 분량도 나쁘지 않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