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신, 신화를 쓰다> 독특하고 재밌어요

현대인이 창조신의 아들로 태어나 '언어의 신'으로 임명받고 

창세 직후의 혼란한 시기를 살아가는 스토리입니다.

(그렇다고 빅뱅 직후의 휑하니 빈 우주란 건 아니고 

대전쟁 이후 유일하게 살아남은 신이 창조신의 위치에 올라 새로운 시대를 연 것...)

판타지 5, 신화 4, 동화 1 정도 비율로 버무린 작품인데 

배합비율이 아주 적절해서 무척 유니크한 느낌을 줍니다. 

간장 식초 설탕 마늘 청양고추 적절히 섞어서 멋들어지게 만든 양념장 같은...

문장이 무척 간결하고 설명도 복잡하게 하지 않습니다. 

있는 사실 그대로 슥슥 내미는 느낌인데 그게 분위기와 딱 맞아서 

글이 술술 읽히네요. 잡소리가 없으니 전개속도도 빠르고 아주 좋습니다.

작가님의 신화 재해석, 재구축하는 솜씨가 그럴싸해서 

신화적 감성을 살리면서도 판타지소설로서의 재미도 놓치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신화쪽 소재 채택한 작품 가운데 

즐겁게 본 작품이 극히 드문데, 이 작품이 아주 드문 예외가 되었네요. 

기존의 신화에 의존하지 않고 오리지널 신화체계를 재구성한 점이 좋았던 듯...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스토리가 진행되면 될 수록 

창세 이후의 세력(신) VS XXX세력(스포)으로 대립구도가 굳어져 가면서 

전개가 단순화 되어 가고 있다는 점이네요. 

개인적으로는 이야기 초반의 소소한 에피소드들, 

어디로 튈 지 모르는 다채로운 가능성을 품은 시기가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지금의 메인 에피소드가 재미없다는 건 절대 아니고 

재밌긴 한데 그쪽 이야기 일변도로만 이어지니 살짝 물린다 정도...

중간중간 쉬어가는 이야기, 분위기 전환용 에피 몇 개 삽입해 주면 좋을 듯 한데 

이미 양 진영간의 다툼 쪽으로 방향성이 굳어버려서...

뭐 이 부분은 개인취향일 뿐이고요. 추천할 만한 작품임엔 틀림없습니다.

판타지 필터로 바라본 신화적 세계의 모험담을 원한다면 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