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독자의 복선 회수일지> 설정광 작가의 피땀눈물을 느낄 수 있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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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인물로 빙의해서 세계멸망도 막고, 빙의의 미스테리도 풀고, 

뭐 그런 흔한 책빙의물입니다만 큰 차별점이 하나 있습니다. 

설정의 방대함이죠. 

일반적인 빙의물은 작가가 의도적으로 정보를 제한합니다.(아닌 척 하지만...)

이런이런 줄거리고 이런이런 사건이 있으니 이렇게저렇게 이용하겠다, 

이런 내용이 나오긴 합니다만 사실 <원작>의 전체상을 알기엔 턱없이 부족한 정보량이죠.

커튼 뒤로 코끼리 코끝 살짝 보여주고 귀끝 살짝 보여준 다음에 

'이 뒤에 코끼리 있음! 진짜임! 믿어주세요!' 이러는 격이죠.

실제로는 코하고 귀, 뼈 밖에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애독자의 복선 회수일지>는 다릅니다.

기본적으로 원작 완결까지의 1, 2, 3, 4부 내용 전체 얼개를 사전에 공개할 뿐 아니라 

세부적인 인물 및 배경의 설정과 사건의 흐름까지 꾸준히 오픈하는데 

앞뒤 모순 없이 착착 들어맞는 걸 보면 사실상 <원작>을 거의 완전하게 구상한 다음에야 

그걸 바탕으로 글을 써내리고 있다는 게 실감됩니다.

주인공의 행보도 그에 걸맞게 치밀합니다. 

원작 스토리의 흐름을 미리 공개하고 그걸 바탕으로 계획을 세우다보니 

훨씬 더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계획을 세우고, 시행하죠. 

또한 주인공의 행동에 의해 유발되는 나비효과도 적절히 반영되고 있습니다.

제가 추측하건데 작가님은 설정집으로만 책 한두 권 분량은 써놨을 겁니다. 

그만큼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들어간 작품이예요.

그탓에 가끔은 설정충, 설명충 냄새를 풍기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과하지 않은 선에서 자제했다고 평하고 있습니다. 

전개 자체는 무난한 빙의물 스타일의 승승장구 출세물이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방대하고 치밀한 설정을 바탕으로 아주 탄탄하게 진행되며  

특별한 고구마 없이 안심하고 볼 수 있습니다. 

위기가 없진 않지만 꾸준히 쌓아온 무력과 지식치트, 순간의 기지를 발휘해 잘 헤쳐 나가요.

아직은 걸작이다 라고 평가하긴 힘들지만 

적어도 세계관 설정이라는 하나의 분야에서만큼은 

작가가 피, 땀, 눈물을 바가지로 쏟아부었음이 확실한 양작이라고 봅니다.

별 기대없이 집어들었던 글인데 의외로 깊이가 있어서 놀랐어요.

탄탄한 책빙의물 찾는 독자라면 한번쯤 읽어봐도 좋을 작품이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