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읽은 소설들 #84(문피아, 카카오, 네이버)

1. 마법대학 공부천재 (문피아)
https://novel.munpia.com/244495

현대 -> 판타지 빙의물입니다.

수능을 치고 가채점 결과 만점인 것을 확인한 주인공인데 환생트럭에 치여 판타지 세계로 넘어갑니다.
귀족 도련님의 몸으로 깨어난 주인공인데 곧 있으면 마법 수능 필기시험이 시작되는 날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현대에서 수능 공부를 했던 경험을 살려 마법 수능 시험을 대비한 공부를 하고 마법대학에 입학하는 것이 초반 스토리입니다.


원래 제목은 시험에 나오는 마법만 공부한다였는데 제목이 바뀌었더군요.
유명한 책인 시험에 나오는 것만 공부한다를 떠올리게 하죠.
실제로 일반적인 빙의물과 달리 공부에 대한 부분이 특히 강조되는 소설입니다.

그런데 소설에 나오는 공부법을 살펴보면 예습과 복습에 대한 내용입니다.
주인공은 자신만의 공부법처럼 말하지만 결국 예습복습의 틀을 그대로 따르는 것이죠.


필기시험을 준비하면서 크게 2가지 공부법이 나옵니다.

같은책 3번 읽기
기출문제부터 해설집과 함께 풀어보고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기본서로 다시 공부하기

같은책 3번 읽기는 말 그대로 예습 복습입니다.
다음에 수업할 내용만 예습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과목의 전체적인 부분을 예습한다는 것이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예습과는 다를 뿐이죠.

처음에는 간략하게 한번 전체적으로 훑어보는 예습
두번째에는 정독을 하면서 제대로 공부
세번째로 다시 한번 읽으면서 정리하는 복습

기출문제부터 해설집 보면서 풀어보는 것도 예습입니다.
예를 들어 바나나를 모르는 사람이 바나나에 대해 공부한다고 가정하면
책에 나온 설명만 보는 것보다 실제 바나나를 먹어보는 것이 훨씬 이해하기 쉽죠.
그 후에 바나나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나온 책을 읽으면서 공부하면
바나나를 본적도 먹은적도 없는 상태에서 공부하는 것과는 당연히 차이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 소설은 다른 소설과 확연히 차이나는 이 소설만의 또 다른 특징이 있습니다.
수능에 대한 부분만 강조해서는 대학에 입학한 이후 스토리가 흐지부지될 수도 있죠.

흔한 아카데미물에서는 성적이 좋은 학생을 시기하는 조연이 나오고 그로 인해 갈등이 벌어지는 것이 거의 공식화 된 상태입니다.
반면 이 소설은 등장인물들이 모두 서로의 성취를 축하해줍니다.
조연들의 시기나 좌절이 강조되지 않는 것이죠.

주인공의 전생은 냉정한 부모님에 의해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해 굶주린 상태였는데
판타지세계에서의 새로운 가족과 친구들은 그런 주인공의 마음을 따뜻하게 채워줍니다.
하지만 전생의 부모님을 원망하거나 하는 것은 아니고 여전히 부모님이라고 생각하고 있죠.

등장인물들이 조금 애들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적지않지만
대학생이라고해도 얼마전까지 고등학생이었던 아이들입니다.

살벌한 세계관의 판타지나 이기적이고 시기가 가득한 아카데미물이 범람하는 요즘
간만에 나온 훈훈한 힐링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신비의 제왕 (카카오, 네이버)
카카오 https://page.kakao.com/home?seriesId=54378610
네이버 https://series.naver.com/novel/detail.nhn?productNo=4863422
중문판 https://book.qidian.com/info/1010868264
영문판 https://www.lightnovelworld.com/novel/lord-of-the-mysteries-wn-09011258

크툴루와 SCP 느낌을 살짝 섞은 산업혁명시대 영국 같은 배경의 스팀펑크 판타지입니다.

원래 중국 소설인데 한국어로 번역해서 연재중입니다.
원작은 완결났다고 하네요.
중문판 제목은 诡秘之主
영문판 제목은 Lord of the Mysteries


현대인이 산업혁명시대 영국을 떠올리게 하는 판타지 세계의 대학생에게 빙의하는데
증기기관차도 있고 신문도 있고 공장도 있지만 아직 도로에는 마차가 다니고 있는 과도기입니다.

그리고 일반인보다 뛰어난 능력을 가진 초월자들이 나오는데 각종 신기한 능력을 가진 초능력자나 마법사 같은 것으로 생각하면 됩니다.
육체적 능력이 뛰어난 초월자도 있고 신비학 능력을 가진 초월자들도 있죠.
하지만 총 앞에서는 모두가 공평합니다.

초월자들은 서열 9부터 시작해서 점점 높은 등급으로 올라가는데 서열 4 이상은 반신급이라고 합니다.
일반인은 초월자에 대해 잘 모른다고 합니다.


현대인인 주인공이 우연히 알게된 고대로부터 이어진 행운을 불러오는 의식이라는 것을 행했는데 이세계로 넘어가게 됩니다.
주인공이 빙의한 인물은 역사를 전공한 대학생인데 친구들과 함께 어떤 책을 조사하다가 정신이 오염되어 친구들은 자살을 하고
주인공도 스스로 머리에 권총을 쏴서 자살했지만 빙의자의 특권으로 되살아난 상태입니다.
그 후 이 사건을 조사하러 온 교회의 초월자들에 의해 초월자의 세계를 접하게 되고 빙의했다는 사실을 숨긴채 민간인 협력자로 일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세계에서 다시 한번 행운을 불러오는 의식을 치러봤더니 신비한 안개 속 세상으로 가게 됩니다.
거기 있는 붉은별을 건드렸더니 또 다른 사람들이 끌려오는데 모두가 영문도 모르고 어리둥절할뿐이죠.
이 상태에서 주인공은 자신도 모르는척 도움을 청할까 하다가 안개 속 세상이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인다는 것을 알고는
자신을 엄청난 능력을 가진 신적인 존재인척 가장하고 다른 사람들을 속이는 착각계 소설의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안개 속에서는 서로의 정체가 안개에 가려져서 알 수 없는 상태인데 타로카드의 이름을 본따 별명을 정합니다.
주인공은 바보라는 별명을 고르고
주인공에 의해 끌려온 두 사람 중 한명은 정의, 한명은 매달린 남자라는 별명을 고르게 되죠.

처음에는 이렇게 3명으로 시작한 비밀조직인데 나중에는 점점 구성원도 늘어나고 타로클럽이라는 이름으로 칭해집니다.
주인공이 원한다면 언제든 현실세계에서 안개 속으로 데려오거나 내보낼 수 있는데 매주 월요일 오후 3시를 타로클럽의 소집일로 결정하고
타로클럽에 소속된 사람들은 안개 속에서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나중에는 물품도 교환합니다.


그리고 스토리가 흘러가면서 초월자 세계에 대한 부분이 점점 드러나게 되는데 이게 보면 볼 수록 선협물 같은 방식처럼 느껴지더군요.
특히 학사신공 선계편과 매우 비슷했습니다.

교회에 소속된 공적 초월자
비밀조직에 소속된 초월자
따로 소속된 곳이 없는 야생초월자

야생초월자들은 서로 교류회를 가지고 정보나 물품을 교환하는데 선협물에 흔히 나오는 산수들의 교류회방식입니다.
더군다나 초반에는 교회에서 파악하고 있는 초월자의 승급경로나 각 서열별 초월자의 명칭과 특징, 마법약 제조방식들이 매우 제한적이고 정보 자체가 귀한것처럼 나오지만
나중에는 야생초월자들이 각종 승급경로나 서열별 초월자의 명칭, 마법약 제조에 필요한 재료 등을 상당히 많이 알고 있습니다.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주인공이 강해지는 만큼 파워인플레가 생길 수 밖에 없는데 어쩔 수 없는 흐름인 것이죠.

특히 작위적인 것은 초월자 등급에 따른 마법약 제조에 필요한 재료의 가격이 규격화 되어있다는 것입니다.
서열 7 마법약의 재료는 대략 얼마 정도의 시세이고, 서열 6 마법약의 재료는 얼마정도의 시세이다.
초월자 세계에 대한 정보를 매우 비밀스러운 것으로 강조하던 초반과 달리 스토리 진행의 편의를 위해 설정붕괴가 일어나는 것이죠.
그렇다고 너무 막 풀어버리는 것은 아니고 여전히 비밀스럽고 가치있는 것이라는 느낌을 유지하다보니 모순이 생깁니다.
하지만 이런 부분을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면 문제되지는 않습니다. 진행을 위해 완벽한 설정을 포기한 것일뿐 이러한 모순에 대해 크게 위화감 없이 스토리는 진행되니까요.

그리고 교회에서 가지고 있는 다양한 봉인물들이 나오는데 SCP를 떠올리게 하는 신기한 것들입니다.
이런 설정을 좋아하는 사람 많죠.
또한 세계관 자체가 산업혁명시대 영국 같은 배경인데 나중에는 셜록홈즈 같은 추리물 요소도 있습니다.


요약하면
크툴루 같은 느낌의 스팀펑크 판타지에 점술과 주술, 초능력 같은 여러가지 신비한 요소를 넣고
선협물과 흡사한 성장요소를 첨가한 다음
SCP에 나오는 것 같은 독특한 것들도 추가하고
각종 비밀조직들도 나오고
주인공을 신적인 존재로 생각하는 착각계 요소가 첨가된 소설입니다.

이번에 읽은 소설 중에서는 2번 신비의 제왕이 가장 재미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