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남자에게도 사랑이 있을까?

거리를 걸으면 많은 커플들을 본다.

너무 행복한 모습 솔직히 부럽다.

지하철을 타도 커플이 있고

버스를 타도 커플이 있다.

내가 살고있는 아파트에 도착해

들어가는데 그 곳에도 커플이 있었다.

잘 들어가라는 남자의 목소리...

그리고 잘 들어가라는 여자의 목소리

나의 뒤통수에서 들리는 그 소리들이 너무..

부럽기도 하면서 괜히 심술도 나면서

대체 나는 30년이 넘는 시간동안 여자친구가 없을까??

나를 자책 하기 시작했다.

엘레베이터 7층 702호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는데

컴컴한 어둠이 나를 맞이한다.

그렇다 나는 혼자사는 

37년째 모쏠인 싱글남이다.

10년전 독립 할때만 해도

혼자인게 너무 좋았다

잔소리 하는 엄마도 없고

나만보면 쓴소리 하는 아버지도 없었으니

하지만 지금은 엄마밥이 그립고

아버지의 그림자가 그립다.

-다음날-

오늘은 토요일이라 직장을 쉰다.

할것도 없고 아침을 먹은뒤 어릴적에 살던

동네를 한번 가볼까 한다..

나는 추억이 스민곳을 가는 버릇이 있다.

그 곳에 가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우울한 마음이 조금은 날아가기 때문이다.

집을 나와 지하철을 탄다

4호선.. 당고개역에 도착

약국을 지나 오르막길을 올라 전에살던 집앞에 도착했다

집 옆쪽 벤치에 앉아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데

멀리서 강아지 방울 소리가 들린다.

오르막을 올라오는 누군가..

보조개

흰얼굴

긴생머리

마른몸

하늘하늘한 원피스

그리고 강아지 목줄을 쥐고있는 그녀의 손

오늘 따라 눈이 부시다.

그녀가 나에게로 다가온다

귀여운 강아지도

덩실덩실 걸어오고있다.

하나 뿐인 벤치 그리고 내 옆에 앉은 그녀

나의 존재는 딱히 신경쓰지 않는듯

강아지를   쓰담쓰담 해주다가

머리를 넘기며 갑자기 내 쪽을 바라보는 그녀

나는 눈이 마주치면 민망해 할까봐 고개를 다른곳으로 돌렸다.

"저기.."

여리한 그녀의 목소리에 심장이 쿵쾅댄다.

나는 말을 더듬으며..

"네... 네?"

"혹시 이 동네 사시나요?"

"아뇨 예전에 살던 동네인데 간만에 와봤어요"

그녀는 이 곳 에서 쭉 살아왔으며

동네에서 처음본 나를 수상쩍게(?)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동네에서 얼마나 사신거에요?"

그녀의 나이를 예측하기 위한 나의 물음이었다.

"제가 25살 이니까 25년이요"

미소를 머금은 그녀의 얼굴

나는 블랙홀이 있다면 이곳이라고 생각했다.

"그쪽은 이 동네에 얼마나 사신거에요?"

"저는 21살까지 살다가 중계동으로 이사갔어요"

"아 .. 그러시구나"

라는 말이 끝난뒤 다시 강아지를 쓰담쓰담 해주고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보더니

"대화 즐거웠어요~"

나는 바보처럼 네 저도요.. 라는 말을 내 뱉은채

멀어지는 그녀를 쳐다만 보고있었다.

살아오면서 내가 한 실수중에 첫번째로 후회할만한 일이었다.

그렇게... 큰 후회를 하며 집을 향했다.

-다음날-

나는 후회를 남기지 않기위해

다시 그곳에 가보기로 했다.

혹시 모르니까..

또 강아지 산책 시킬수도 있는거니까

벤치에 앉아서 멍을 때리고 있는데

강아지 방울 소리가 들린다.

보조개

흰얼굴

긴생머리

마른몸

하늘하늘한 원피스

그리고 강아지 목줄을 쥐고있는 그녀의 손

오늘도 눈이 부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