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읽은 소설들 #112(문피아, 노벨피아)

1. 아포칼립스의 이장님 (문피아)
https://novel.munpia.com/278983

현대배경 아포칼립스물입니다.

주인공이 무인도 체험을 하러간 사이에 아포칼립스가 터집니다.
군부대가 통신시설을 지키는데 집중해서 무인도에 있는 주인공이지만
휴대폰으로 친구와 통화도 하고 인터넷도 사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아무도 없는 무인도에서 1주일을 보낼 예정이었기 때문에 식량을 미리 가져온 주인공이지만
육지로 돌아갈 배는 오지 않고 혼자 무인도에서 살아남아야하는 상황이죠.
태양광 충전기와 보조배터리 등은 가져왔지만 기반 인프라시설이 없는 무인도입니다.

그런데 아포칼립스가 터지면서 사람들이 각성을 하게 되었는데 주인공은 개척자라는 직업을 얻습니다.
그리고는 개척지에 위험이 없는지를 확인하라는 퀘스트를 받는데 그 순간 몬스터의 괴성이 들립니다.
갯벌에 거대 몬스터가 나타난 상태이지만 뻘에 빠져서 움직이지 못하고 있죠.
하지만 그 몬스터를 상대할 방법이 없는 주인공입니다.

그리고는 통나무를 모아 건물을 지으라는 퀘스트를 받게 되죠.
가지고 있는 것은 나이프 뿐인 상황인데 설마 상점에서 도끼를 파는 것은 아니냐고 하는 순간 상점창이 열립니다.
그렇게 개척자가 되어 무인도에서 살아남기를 찍는 주인공입니다.


처음에는 몬스터의 위협이 눈에 보이니까 주인공이 직접 도끼로 통나무를 모으는 등의 동기부여가 있었는데
나중에는 주인공이 좀 무대뽀 스타일입니다.

개연성이 전혀 없다고 보기에는 살짝 애매하지만 너무 생각없이 행동하는 주인공이죠.
나중에 등장하는 조연들도 뜬금없는 언행이 많이 나오는 편입니다.
하지만 작가가 원하는 스토리로 전개하기 위해 꼭두각시처럼 조종되는 듯한 위화감이 드는 정도는 아닙니다.
사실 첫 포탈에서 하차할까 고민했지만 좀 더 읽다보니 어떻게 최신화까지 쭉 따라가게 되었네요.

초반에는 무인도에서 시작하지만 나중에는 본토로 진출하게 되고 마을주민들이 점점 늘어나며 세력전 양상이 됩니다.
다만 순수 아포칼립스물이라기보다 엘프나 드워프도 나오는 등 좀 특이한 아포칼립스물입니다.




2. 길드에서 드디어 쫓겨났다 (노벨피아)
https://novelpia.com/novel/32996

판타지배경 추방물입니다.

요즘 노벨피아에 추방물이 굉장히 유행하고 있더군요.
보통은 파티 추방물이 많은 편인데 이 소설은 길드 추방물입니다.

어떤 거대길드에서 행정업무를 총괄하는 간부가 된 주인공인데
일에 치여서 회의에 불참하다보니 주인공에게 불만을 품은 간부들이 있다고 합니다.
거기다 길드마스터도 새로 바뀐참이라 전대길드마스터처럼 주인공의 편의를 봐줄 수도 없는 상태이죠.

그렇게 길드마스터에 의해 길드에서 추방하겠다는 말을 들은 주인공인데
사실 주인공은 모험을 하기 위해 마을을 떠나 모험자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길드에서 서류업무만 하게 된 것을 후회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길드에서 추방하겠다는 말을 듣자마자 좋다며 바로 짐을 싸서 나가버립니다.

하지만 길드마스터는 사실 추방통지만 하고 끝낼게 아니라 그 후에 더 하고 싶은 말이 있었던 것 같은데
주인공은 그 말을 듣기도 전에 그냥 가버렸죠.

그 후에는 추방물에 흔히 나오는 것처럼 주인공의 빈자리가 매우 크게 느껴지는 후회물 요소와 함께
길드에서 나와 새로운 신분으로 모험을 하는 주인공의 모험스토리가 메인입니다.


사실상 이 길드의 행정업무는 주인공이 거의 모든 것을 담당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것도 주인공은 인간이 아니라 하프 드라이어드이기 때문에 수면이 거의 필요 없어서
비정상적으로 많은 업무를 할 수 있었다는 설정이죠.

그런데 주인공이 굉장히 꼼꼼해서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때를 대비한 메뉴얼도 따로 마련했을 정도라는데
그런것 치고는 너무 길드의 행정시스템이 주인공 한 명에게 의존하는 비정상적인 구도입니다.
저런 메뉴얼을 마련할 시간에 자신이 없어도 잘 돌아갈 인적시스템을 구축하는게 정상일텐데

이 소설은 너무 주인공의 대단함을 강조하고, 주인공이 없는 길드에 일어나는 각종 문제점을 묘사하며
길드원들이 후회하는 스토리로 끌고가려고 하다보니 알아주는 거대길드 치고 기형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도 주인공의 일을 보좌해주던 비서도 길드가 아니라 주인공 개인과 계약을 맺은 거라는 설정이라
주인공이 추방되자 그 비서도 자연히 존재감이 사라지고 길드에는 행정업무가 마비되어 후회하는 장면이 계속 나옵니다.

새로운 길드마스터가 어떤 생각으로 주인공을 추방했는지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는데
주인공 추방 후의 행동을 보면 일부러 주인공을 위해서였다는 듯한 분위기를 풍깁니다.

아직 스토리가 많이 전개되지 않은 상태라 이후 어떻게 굴러갈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억지로 후회요소를 강조한다는 느낌이 드는 것을 제외하면 글 자체는 재미있었습니다.




3. 종말 후 외톨이 갤러리 (노벨피아)
https://novelpia.com/novel/30391

아포칼립스 SF 판타지입니다.

우주비행사가 되어 인류최초로 화성의 땅을 밟은 주인공인데 지구에 아포칼립스가 일어나 인류가 멸망합니다.
화성 착륙과정에서 우주선이 고장나서 구조만 기다리고 있던 주인공인데 더이상 구조를 바랄 수 없게 되었죠.
동료 우주비행사들도 하나둘 자살하고 결국 주인공 혼자만 남았습니다.

그리고는 그 차원에 남은 유일한 지성체가 된 주인공은 외톨이 갤러리에 접속할 권한을 얻게됩니다.

게시판을 통해 다른 차원의 초월적인 존재들과 교류하는 소설은 꽤 있죠.
그런 소설들은 보통 주인공이 다른 차원의 존재들에게 도움을 받아 강해지거나
혹은 옴니버스식으로 여러 주인공이 각 차원에서 겪는 에피소드들이 나오는게 일반적입니다.

이 소설은 주인공이 다른 차원의 존재들에게 도움을 받는 쪽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인류가 멸망하고 화성에 혼자 남은 주인공이라 사실 강해지는 것보다 당장 먹고사는게 더 중요한 상황이죠.


외톨이 갤러리에 접속한 주인공은 일단 이곳이 어떤 곳인지를 먼저 파악하려고 하는데
기본적으로 DC 같은 느낌의 커뮤니티입니다.
DC에서 쓰는 용어들을 설명해줘서 DC를 안해도 읽는데는 크게 문제가 없는 편인데
초반에는 스토리 전개보다 너무 갤러리 분위기를 묘사하는데 집중해서 별로 재미가 없더군요.
하지만 이게 베스트 상위권인 것을 보면 노벨피아 독자들 중에 DC유저가 굉장히 많다는 의미겠죠.

어느정도 지난 후에 이제 나만의 작은 화성을 개척하자는 컨텐츠로
다른 차원의 초월자들에게 도움을 받아 본격적인 스토리가 진행됩니다.
작가의 말에 의하면 갤러리 - 스토리 - 갤러리 - 스토리 구조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하더군요.


각 차원마다 종말을 맞이한 이유는 가지각색인데
그 중에는 아포칼립스 세상에서 하루하루 생존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는 반면
생존에 대한 걱정은 전혀 없는 상태로 오래동안 활동하고 있는 초월자도 있습니다.

외톨이 갤러리는 그 차원의 유일한 지성체일 때만 접속가능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을 좋아하는 초월자들은 진작에 사람들을 구해서 갤러리에서 나갔다고 합니다.
그리고 최후의 생존자였지만 소리소문없이 죽음을 맞이해 더이상 갤러리에서 볼 수 없는 사람도 있죠.


주인공은 나만의 작은 화성 프로젝트를 후원하는 사람들과 교류하며
차원을 넘나들 수 있는 차원도약열차를 타고 다른 차원으로 이동하며 다양한 사람들의 에피소드도 듣고
언데드 등 지성이 없는 노동력을 제공받아 화성을 개척하는 등 스토리가 진행됩니다.




4. 미래. 아마도 푸른 (노벨피아)
https://novelpia.com/novel/1397

TS 현대배경 마법소녀 일상물입니다.

마법소녀의 적이 사라진 이후의 마법소녀들의 일상물입니다.
주인공은 8년차 마법소녀로 현재는 공무원이 되어 경찰관과 소방관을 섞은 듯한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메인은 소방관에 가까운데 약간의 경찰업무를 겸임하고 있는 것이죠.

어느날 무기가 통하지 않는 괴생명체들이 나타나 인류가 위기에 빠졌는데
세계각지에서 마법소녀들이 하나둘씩 나타나 인류를 구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제 평화로워진 세상에서 마법소녀들의 위치는 애매해진 상태이죠.
그나마 소방관과 비슷한 업무를 하는 마법소녀들이 근무하는 공공기관이 있었지만
세금을 아끼겠다는 이유로 이것을 폐지하겠다는 법안이 상정됩니다.
졸지에 백수가 될지도 모르는 마법소녀들이죠.


이 소설에서는 과거 회상을 제외하면 소방관이 전혀 등장하지 않습니다.
사실상 마법소녀들이 소방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치유특화 마법소녀인데 외상은 잘 고치지만 병은 고치지 못하기 때문에
수많은 마법소녀들이 있는 세계임에도 불구하고 병원은 정상적으로 영업합니다.


마법소녀가 필요 없어진 세계의 마법소녀들의 일상물인데 글이 상당히 담백한 편이더군요.
일상물이니만큼 너무 자극적인 것보다는 담백한 묘사가 자주 나오는게 보통이기는 한데
그 정도가 조금 심해서 취향을 굉장히 많이 타는 편입니다.

이 세계의 마법소녀들은 원래 남자였던 사람도 있고, 여자였던 사람도 있는데
변신하면 모두 마법소녀가 되기 때문에 마법소녀라고 불린다고 합니다.
하지만 마법소녀가 등장한지 시간이 꽤 흘렀고 어느새 사회와 융화된 상태이기 때문에
평범하게 마법소녀와 연애를 하거나 결혼을 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마법소녀출신 국회의원도 있을 정도이죠.


다양한 마법소녀들의 에피소드가 나오는데 주로 2명의 마법소녀 시점 위주로 나오더군요.
첫번째는 8년차 마법소녀인 주인공입니다.
두번째는 평화로워진 세상에서 무너지는 건물에서 몸을 지키기 위해
자신도 모르게 각성하고 방어막을 펼친 신입 마법소녀이죠.

생존을 위해 싸우느라 정신없었던 주인공과 달리
평화로워진 세상에서 마법소녀가 되어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하는 신입입니다.

뭔가 정해진 스토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모험이 있는 것도 아닌 그냥 담담한 일상물이라
일상물을 좋아하는 분이 아니면 지루할 수도 있습니다.

이번에 읽은 소설 중에서는 2번 길드에서 드디어 쫓겨났다가 가장 재미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