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유신론자도 아니고, 철학도도 아니니 사실 이것을 말하기 부끄럽다. 신이 있고 없고의 문제는 사실 별로 중요하지 않다.
'신을 믿는 행위'를 무엇으로 정의하느냐에 따라 신의 존재를 충분히 인정할수 있다. 지금 내 눈앞에 이어폰인 '에어팟 프로'가 있다. 이어폰은 작은 스피커이다.
- 다이내믹 스피커의 기본적인 동작원리는 다이아프램이 부착된 코일에 전류를 인가하여 자석에 의해 형성된 자기장 안에서 힘을 받아서 움직임으로써 소리를 생성하는 원리이다.
- 이 에어팟 프로는 작년 내 생일에 친구가 선물해준것이다. 앵무새가 그려진 민트색 케이스에 끼워져있다. 저가 이어폰을 쓰던 내게 깜짝선물을 해준 친구가 너무 고마웠다.
에어팟에 대한 두 글의 설명이 다른것을 알수있을것이다. 그렇다, 이 글은 문과감성이 충만한 두번째 글에 대한 것이다. 물질세계를 창조한 능력자로서 신을 이해하는것이 아니다. '신을 믿는 행위'는 사랑을 느끼는 행위로 정의될수 있다.
영화를 보면서 캐릭터의 매력에 순간적으로 끌리는 경험이 누구나 있을것이다. 간단하게 마블 영화 <아이언맨>에서 테러집단에서 탈출한 토니 스타크는 무기 생산을 중단하고, 시민들을 지키기위한 슈트를 만들기로 다짐한다. 스타크는 본래 기계공학과 과학에서 천재적인 인물이었지만 인류애는 없는 인물이었다. 자신의 재능을 뽐내며 무기를 만들고 판매하는 데에만 삶을 바치며 살던 그가 변화하는 순간이다. 그 순간 관객은 토니 스타크의 정신적 성숙을 경험한다.
'남들이 우리와 다르게 살아가고 행동하며 경험한다는 사실을 알고 이에 기뻐하는 것이 사랑 아니고 무엇이겠는가?'라고 니체는 말한다. '남들이 우리와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라는 것은, 내가 알고 있는 것이 '변화'한다는 것이다. 영화를 통해 우리는 스타크라는 인물을 알았고 그의 변화를 경험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우리도 변화했다. 관객이 스타크를 이전보다 사랑하게 되었으니, 토니 스타크에 대한 인식이 변화한것이다.
분석심리학자 칼융은 신이란 '존재 자체'라고 말한다. 그런데 사랑이란것은 정지해 있기보다 변화한다. 일순간 불타올랐던 사랑은 차츰 식어가고, 사랑에 목마른 이들은 새로운 스파크를 계속해서 원한다. 인간의 본성이 그런것이다. 변화라는건 결국 '선형적' 성격을 지닌다.
여기서 성격이 다른 어떤 두가지의 논리가 충돌한다. '존재 자체'가 신이고 곧 사랑인데, '사랑'은 변화한다. 즉 '늘 변화하는 존재'가 신이란 말이다. 신의 존재는 형태와 시간을 특정할수 없고, 성질을 말할수도 없다. 여기에서 '인간이 안정을 느끼고, 기댈수있고, 우러러볼 수있는 절대적 존재가 신이다.'라는 보편적 전제가 깨어진다. 사랑은 안정적이지 않다, 사랑은 같은 자리에 있지 않다. 늘 전진한다.
사랑은 방향성을 가진채 전진하는 것이며, 그 자체로서 형태를 지닌다. 그것이 '선형성'이고, '스토리'이다. 그리고 존재는 멈추어 있는 '사물'의 존재와, 계속해서 변화하는 '행위'의 존재로 구분될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절대적인 구분이 아니라 상대적인 것이다.
사랑을 설명하는 것은 어렵다. 설명하지 않아야 사랑이다. 사랑을 언어로 설명하고 전달하기위해선 '사고'해야한다. 사고하는 행위는 존재의 형태를 결정짓는다. 결정된것이 아닌것은 언어로 규정할수 없기 때문이다. 형태를 결정짓는 행위는 존재에게 유한성을 부여한다. 즉 사고는 늘 변화하는 사랑의 성질에 한계를 부여하기에, 사랑과는 반대되는 성격을 지닌다.
사랑하려면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사랑을 말하지 말고, 정의하지 말고, 설명하지 말아야 한다. 사랑이 흐르도록, 감정이 흐르도록, 시시때때로 변화하도록 그대로 두어야 한다.
그것이 유일신을 믿는 자가, 범신론을 '느끼기'위한 방법이리라 믿는다. 한가지 명백한것은 유일신을 믿는 행위는 늘 불안하다. 변화하지 않는 유일한 논리를, 변화하는 세상의 파도속에서 지켜야하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확인해야하고, 정의해야하고, 더 많이 알아야 한다. 그래도 유일신을 믿어야 겠다면 말리지는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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