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뱅킹’ 오픈…‘머리 아픈’ 은행권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애플리케이션(앱) 하나로 모든 은행 계좌에서 출금이나 이체를 할 수 있는 ‘오픈뱅킹’ 서비스가 30일부터 시범 실시된다. 은행권과 핀테크 업체들의 고객 쟁탈전도 막이 올랐다.

금융위원회는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오픈뱅킹 추진 현황 및 향후 계획 설명회’를 열고 10개 은행(NH농협·신한·우리·KEB하나·IBK기업·KB국민·BNK부산·제주·전북·BNK경남은행)에서 이날 오전 9시부터 오픈뱅킹 고객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나머지 8개 은행(KDB산업·SC제일·한국씨티·수협·대구·광주·케이뱅크·  카카오 뱅크)은 준비 상황에 따라 순차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오는 12월18일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면 핀테크 기업 140여개도 참여할 계획이다.

오픈뱅킹은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고객 금융데이터를 API(오픈 응용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 방식으로 제3자 서비스 제공자에게 공개해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은행은 물론 핀테크 업체들도 은행과 개별적 제휴를 맺지 않고도 금융결제원을 통해 연결된 국내 은행 전산망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주거래 은행’ 개념은 약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ㄱ은행 계좌는 ㄱ은행 앱에서, ㄴ은행 계좌는 ㄴ은행 앱에서만 접근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ㄱ은행 앱에서 ㄴ은행 계좌를 관리할 수 있다. 이체(입출금)와 조회(잔액·거래내역·계좌실명·송금인 정보) 서비스뿐만 아니라 대출, 자산관리, 금융상품 비교 구매도 가능해진다.

은행들은 고객을 붙잡기 위해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마련하고 나섰다. 신한은행은 앱 ‘쏠(SOL)’에서 타행 계좌로 이체할 때 수수료를 면제하기로 했다. 하나은행은 예·적금 가입 시 금리우대 혜택을 제공한다. 국민은행도 지난 2016년 출시한 ‘KB마이머니’ 앱을 전면 개편해 이용자가 등록한 다른 금융기관의 데이터까지 반영해 자산의 흐름 및 부채비율을 비롯한 정보를 제공한다.

주거래 약화로 고객유치 과열 조짐

이체 수수료 면제 등 유인책 불가피

대출 금리 인하 등 ‘출혈 경쟁’ 예고

이용 수수료도 10분의 1로 줄어들어

개인 정보 공유 따른 사고 우려도

은행권의 속내는 복잡하다.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여수신 금리 인하 등 출혈경쟁이 불가피해져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내년 예대율 규제 등에 대비해 예수금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까지 겹치면서 예금이나 대출 금리 경쟁도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픈뱅킹 이용 수수료가 현행의 10분의 1 수준인 20~50원이 된다는 점도 기존 은행들로선 난색이다. 현재 토스와 카카오페이 등 핀테크 기업은 간편송금 서비스를 하기 위해 금융사에 건당 400~500원을 지불해 왔는데 이 수수료 비용이 대폭 줄어들게 되는 셈이다.

고객들의 민감한 금융정보가 공유 플랫폼에 공개되는 만큼 금융사고 우려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시스템이나 관련 인력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핀테크 업체들의 보안 수준에 대한 우려가 큰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활용해 오픈뱅킹에 참여하는 중소 핀테크 기업에 보안점검 비용을 지원할 계획이다. 금융위 송현도 금융혁신과장은 “금융보안원 등의 보안점검을 통과한 핀테크 업체에 한해 참여를 허용할 것”이라며 “이용기관 보증보험 가입을 통해 금융사고가 났을 때 금융회사가 신속하게 소비자 피해를 보상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아영·안광호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