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생각] 5.24 (금) "흐르는 것이 어디 사람 뿐이냐"

5월 24일 (금) 김어준 생각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조선건국 이래로 600년 동안 우리는 

권력에 맞서서 권력을 한번도 바꿔보지 못했습니다

비록 그것이 정의라 할지라도 

비록 그것이 진리라 할지라도

권력이 싫어하는 말을 했던 사람은

또는 진리를 내세워서 권력에 저항했던 사람들은

전부 죽임을 당했다

(정태춘&박은옥 '90년 장마 종로에서')

그 자손들까지 멸문지화를 당해 패가망신 했다

600년동안 한국에서 부귀영화를 

누리고자 하는 사람은 

모두 권력에 줄을 서서 손바닥을 비비고 

머리를 조아려야 했다

모두 우산을 쓰고 횡단보도를 지나는 사람들 

탑골공원 담장 기와도 흠씬 젖고 

고가 차도에 매달린 신호등 위에 비둘기 한 마리 

건너 빌딩의 웬디스 햄버거 간판을 읽고 있지 

비는 내리고 

장마비 구름이 서울 하늘 위에 

높은 빌딩 유리창에 

신호등에 멈춰서는 시민들 우산 위에 

맑은 날 손수건을 팔던 노점상 좌판 위에 

그렇게 서울은 장마권에 들고 

다시는 

다시는 종로에서 깃발 군중을 기다리지 마라 

기자들을 기다리지 마라 

비에 젖은 이 거리 위로 사람들이 그저 흘러간다 

흐르는 것이 어디 사람뿐이냐 

우리들의 한 시대도 거기 묻혀 흘러간다 

저기 우산 속으로 사라져 가는구나 

입술 굳게 다물고 그렇게 흘러가는구나 

저길 봐 파란 빛 하늘이 개고 있어 

우린 모두 그곳을 향해 가고 있어

비가 개이면 

서쪽 하늘부터 구름이 벗어지고 

파란 하늘이 열리면 

저 남산 타워쯤에선 뭐든 다 보일 게야 

저 구로공단과 봉천동 북편 산동네 길도 

아니, 삼각산과 그 아래 또 세종로 길도 

다시는 

(김어준)

어제 봉화에서 있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식에서

정태춘 박은옥 두 분이 부른

92년 장마 종로에서 였습니다

김어준 생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