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4654명 필요” 코레일 “1865명 적정” ‘4조2교대’ 간극…정부선 “둘다 근거 대라”

노조 “4654명 필요” 코레일 “1865명 적정” ‘4조2교대’ 간극…정부선 “둘다 근거 대라”
이효상·박상영 기자 [email protected]

20일 철도노사의 교섭이 결렬되면서 전국철도노동조합이 3년 만에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철도노조는 안전인력 충원과 노동시간 단축을 요구하고 있다.

파업 첫날 대체인력이 투입되며 평상시와 비슷한 수준으로 열차가 운행됐지만,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열차 운행률은 절반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철도노조는 전날부터 이어진 밤샘 협상이 끝내 결렬되자 이날 오전 9시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한국철도공사의 자회사인 코레일네트웍스, 코레일관광개발 노동자들도 직접고용과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이번 파업에 동참했다.

노조의 핵심요구는 안전인력 충원이다. 지난 수년간 철로 인근에서는 크고 작은 사고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지난 9월에는 서울 금천구청역 인근 선로에서, 지난달에는 밀양역 인근에서 작업하던 노동자가 열차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 단순 산재 발생 비율도 높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361개 공공기관의 산재발생 현황을 보면 철도공사가 1위였다. 2위인 우체국 물류지원단보다 산재발생률이 3.7배 높았다.

사고가 빈발하자 지난해 철도노사는 열차 안전운행과 주 52시간제 적용을 위해 3조2교대 근무체제를 4조2교대로 개편하기로 합의했다. 3조2교대 체제는 주간근무(9시간) 이틀, 야간근무(10시간) 이틀을 연속으로 소화한 후 이틀을 쉰다. 통상 주 45시간 근무하며, 3번에 1번꼴로 주 36시간 근무를 하기도 한다. 여기에 한 달에 한번 9시간씩 부여되는 대체근무에 투입되거나, 최대 12시간인 연장근로가 붙으면 노동시간이 주 52시간을 넘게 된다. 이 때문에 노사는 현재 주 최대 64시간까지 일할 수 있는 탄력근로제를 운영하고 있다. 노조는 4조2교대 개편 시 주 52시간 준수는 물론, 3조2교대의 이틀 연속 야간 근무를 피할 수 있어 노동조건을 개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당초 사측도 이에 공감대를 표시했지만, 필요 인력을 두고는 이견을 보이고 있다. 철도공사는 4조2교대를 위한 적정인원을 1865명으로 추산하고 있는 반면, 노조는 4654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사의 간극만 해도 큰데,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노사 양측이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기 전까지는 안전인력 충원 문제를 검토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경욱 국토부 2차관은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마련된 철도파업 대비 비상수송대책본부에서 “철도공사가 요청한 1865명에 대한 근거조차 하나도 없다”며 “증원이 필요한 구체적인 내역, 산정 근거, 재원 대책이 있어야 검토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김 차관은 “정부도 안전에 관련된 부분 등 필요한 부분은 증원을 해왔고 실제로 2년간 3000명 수준의 증원을 해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조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충원된 3017명 중 1823명(60%)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따른 전환 인력이며, 1185명도 신규사업과 법개정에 따라 충원된 인력이라는 입장이다.

백성곤 철도노조 미디어소통실장은 “노동조건이 나아져야 안전도 나아진다”며 “정부가 노동시간을 단축하자는 정책을 내놨으면 공공기관이 선도하고, 그에 따라 일자리를 만들어야 하는데 기존 합의조차 지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의 파업에도 이날 열차는 대부분 정상적으로 운행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철도 파업 첫날인 20일 오전 11시 기준, 열차 운행률은 평시 대비 92.2%를 기록했다. 열차 종류별로는 KTX 92.5%, 일반열차 83.0%, 화물열차 40.8%, 수도권 전철 98.6% 수준이다.

이날 출근시간에는 100% 정상운행을 했다. 이용객이 많은 출퇴근 시간 수도권전철과 KTX에 내부 직원과 군 인력 396명 등 동원 가능한 대체인력을 집중 투입했기 때문이다. 다만 파업이 5주차에 접어들면 대체인력 피로도, 운행 안전 확보 등을 고려해 KTX 운행률은 필수유지업무 수준인 56.7%로 낮아지게 될 것으로 코레일은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