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검·경 갈등…‘고래고기‘ 이어 ‘하명수사’ 놓고 공수 뒤바뀐채 갈등 증폭

커지는 검·경 갈등…‘고래고기‘ 이어 ‘하명수사’ 놓고 공수 뒤바뀐채 갈등 증폭
백승목 기자 [email protected]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수사를 벌인 울산경찰들이 집단으로 검찰의 소환조사에 불응하면서 수사를 둘러싼 검·경 갈등이 커지고 있다.

울산 고래고기 환부 사건을 둘러싼 검·경 갈등과 최근 숨진 청와대 특감반원의 휴대폰을 놓고 벌어진 두 기관 사이의 갈등에 이어 이번 경찰의 소환불응까지 검·경간 마찰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9일 경찰에 따르면 김 전 시장 측근수사를 벌인 울산경찰청 지능수사대 전·현 수사팀 10여명이 중앙지검의 소환조사에 불응했다. 경찰들은 표면적으로는 “지난 6일 등기로 출석통보를 해놓고 일요일인 8일까지 서울에 있는 검찰에 출석하란게 말이 되느냐”며 시일의 촉박함을 문제삼았다.

하지만 경찰들 사이에서는 “검찰이 짜 놓은 틀에 맞는 진술만을 취사선택하는 바람에 소환조사에 응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만만찮다.

앞서 사건이 중앙지검에 이첩되기 전인 지난달 울산지검의 소환에도 경찰 대부분이 불응했다. 당시 검찰은 교체된 울산경찰 지능수사대 팀원을 비롯한 5명을 소환했지만, 이들 중 1명만 출석했고 나머지는 불응한 것으로 확인됐다.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현 대전경찰청장)은 이날 경향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한달전 쯤 (내가) 울산검찰에 나와 연관된 고소고발사건의 신속한 수사를 촉구한 직후 수사상황을 챙겨보려고 해당경찰들에게 전화를 한적이 있는데, 검찰의 소환조사에 매우 불만이 컸다”고 말했다.

황 청장은 “울산검찰이 지능수사대에서 활동한 성모 경위에 대한 강요미수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참고인 신분으로 동료경찰들을 소환조사할때도 이미 짜놓은 프레임에 맞추기 위한 조사를 벌였다”고 했다. 이어 “이번에 소환대상이 된 경찰들에게는 당시 성 경위 조사때 시달린 트라우마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고려해 소환대상 경찰 중 일부는 검찰에 서면조사를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들의 소환불응에는 2017년 경찰이 벌인 ‘고래고기 환부사건’ 당시 검찰의 대응도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당시 경찰의 수사과정에서 환부조치를 한 울산지검 담당검사가 1년이 넘게 경찰의 조사요구에 불응했고, 다른 검찰청으로 자리를 옮기기 직전 ‘원칙과 절차에 따라 조치했다’는 짧은 답변서만 제출했다.

검찰은 해당경찰들이 계속 소환조사를 거부하면 체포영장 청구 등 강제수사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어 검·경 갈등이 갈수록 커지는 양상이다. 울산경찰관계자는 “일선 경찰이 타기관에 출석할때는 청문감사관실에 통보를 하지만 출석 여부는 개개인의 판단에 달린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