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에서 10대중반부터 짜장면 얻어먹으며 구경하고 일하기 시작했죠
20대중반까지 도매일 하다가 천안에서 처음 개인상대로 컴퓨터 매장을 차렸어요.
파는 것보다 고치는게 재미있었다고나 할까요..
지금도 많은 손님들이.. 컴퓨터 가게 하는 사장님들이 딱하면 척하고 다 안다라고 생각하시기도 하고
무슨 테스트 기계가 있어서 꽂아보면 어디가 고장났는지 아는 장비가 있을거라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오시는 분이 많은것 같아요.
딱부러지게 얘기하면, 의사랑 비슷합니다 (?)
일단 증상을 정확하게 알아야해요..
그냥 툭 꺼지는지, 꺼졌다 지가 켜지는지, 꺼질때 블루스크린이 보이는지,
화면만 꺼지는지 전원이 다 나가버리는지 기타 등등 작은 것 하나에도 단서가 있거든요..
손님분들께서 "하다가 꺼져요" 혹은 "하다가 멈춰요" 또는 "하다가 다운되요"
같은 말을 해도 다 다르고 다른 말인데도 같을때도 있어요..
얘기하고 싶은 내용은.. 어느정도까지는 그러려니 하고 넘기는데
오늘 아침엔 전화로 "컴퓨터가 부팅되자마자 꺼지는데 뭐가 문제일까요?" 라고
문의를 주셔서.. 주절주절 말씀을 드렸죠..
"컴퓨터 부품은 보통 6-7개밖에 없고 솰라솰라 뭐가 문제인지 증상만으로는 솰라솰라"
처음에 몇마디는 잠자코 듣고 계시면서 예예 하시길래 아 이해가 되시나 보다 하면서
더 말씀을 드리는데,
"아니 별것도 아닌거 같은데 그것도 몰라요?"
진심 토씨하나 안틀리고 이렇게 말씀하시길래..
아무생각 없다가 5초정도 후에 자동으로 "죄송합니다.. 저희도....." 까지 하고 말이 안나오더라구요..
솔직히 이런 상황 많지는 않지만 더러 있어요.. 기분 나빠도 잘 해드리려고 하고 하는데..
어찌어찌 전화를 끊고 가슴에 욱.. 진짜 남자중에서도 상남잔데
흐르진 않았는데 눈물이 확 고이더라구요...
그 동안에도.. 나름 좋은 정보를 전하려고 블로그에도 홍보가 아닌 질적으로 나쁘지 않은 글들을
올리려고 노력도 하고.. 한분 한분 오시는 분들에게 돈을 벌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주관적이긴 하지만
좋은 정보를 드리려고 설명도 길게 하고 하는데..
이토에는 오래 눈팅했고, 그래도 컴관련 지식이 꽤 있는 분들도 많아서 함부로 나대지 않았는데
뭐.. 그냥 저도 가끔씩 정확한 정보를 올려서 조금씩이라도 몰랐던 걸 알게 되는 분들이 생기길 바래봅니다..
천기누설급은 아니지만.. 흔히들 잘못알고 계시는 부분 한가지에 대해서 말씀드려볼게요.
지우개에 대한건데요
왜? 라는 질문을 자주 사용하시는 분이라면 생각해보셨을만한 문제에요
전혀 모르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통상 PC에 문제가 생기면, 메모리나 그래픽을 지우개로 닦으라는 글을 본적이 있으실거에요.
이 지우개신공은 아주 옛날 진짜 졸라 안지워지는 고무지우개 시절 얘기에요.
지금 지우개들은 거의 백퍼 플라스틱 계열 (폴리염화비닐 등)로 만들어지거든요.
뭐로 지우든지 간에 이런 문제가 왜 생기는지부터 볼게요.
부식.
산화라고 하기도 하고 녹이라고 하기도 하는데 어쨌든 습식과 건식으로 나뉩니다.
다습한 곳에 철을 두면 녹이 스는건 당연하지만 고온에 의한 녹은 생소할 수 있어요.
온도가 높아봐야 얼마나 높겠냐. 메모리 소비전력이 10W정도 될까요
DDR4는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아이들시 5W도 측정이 안되는것 같더라구요.
오로지 고온에 의한 건식산화라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습식에 의한 산화도 생각해볼수 있어요.
아무리 건조한 곳이라고 해도 공기중 습도가 3-40%는 측정이 되고, 먼지라는 녀석은
전기가 통하는 곳엔 귀신같이 들러붙는 성질이 있으니
습한 먼지가 전기가 통하는 곳에 붙어서 건조되면서 같이 산화가 되는거죠..
말도 안돼. 그정도로 습하지도 그정도로 열이 많지도 않다.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긴시간 오랫동안 쓰다보면 문제가 발생하더라구요.
컴퓨터가 켜져 있는 상태에서 메모리를 잡고 좌우로 흔들어도 아무 문제 없이 돌아가야 정상입니다.
단계적으로 오는데 처음엔 아주 간헐적인 화면이 나가는 증상이나 두서없는 블루스크린,
화면과 마우스 키보드가 사진처럼 멈춰버리는 증상
그러다가 화면이 안나오는 등에 이르는 상태가 됩니다.
이런 상황일 때 흔히 하는 얘기가 메모리를 지우개로 닦아봐 인데
대부분은 아 뭐가 묻었거나 여러가지 이유로 깨끗히 해서 되는갑다 하고 쓰죠.
지우개를 가지고 거울을 닦아보시면 알겠지만 뭐가 잔뜩 묻어서 불투명하게 되는게 그게
폴리염화비닐같은 플라스틱 합성물 재질이에요. 미세한 열에도 녹아내리기 시작해요.
굳으면 또 문제가 생기겠죠..
초심자의 단계를 벗어나 고급유저가 되면 BW100같은 접점부활제를 사용하게 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산화된 부분들은 보통 메모리가 아닌 슬롯에 생기게 되요.
이걸 뿌린다고 먼지마냥 날라가거나 휩쓸려 없어지지 않아서
긁어주는(?) 작업을 해야해요.
기본적으로 슬롯뿐 아니라 부품의 모든 접점 부위에는 녹방지처리가 될텐데
(도금 등) 녹이 안생기는게 아니고 중요한 부분보다 먼저 녹슬게 하는게 일반적인 녹방지에요.
제가 보아오고 겪어온 내용들로는 기존에 접점이 변형된다기 보다는 뭔가 더 쌓여서 생기는 느낌이랄까요.
이부분의 청소가 어려운 경우에는 접점부활제를 다량 뿌리고 메모리를 꼇다 뺏다를 몇회 반복하고
또 접점부활제를 뿌리고 뺏다꼇다를 반복하면 그나마 나아요.
가장 베스트는 긁어서 제거하는건데 이걸 할만한 분들은 많지 않겠죠
어려워서라기 보다는 번거롭고 귀찮거든요.
그 외에도 메인보드의 CPU 핀에도 녹이 슬고, 그래픽도 말할것 없구요.
메모리 슬롯에 유독 문제가 많이 생기는 이유는
CPU에 비해서는 탁트인 공간이기도 하고 비교적 잘 움직이기도 하구요 (진동)
그래픽에 비해서는 핀의 길이나 굵기 차이가 많이 나서 접점면도 적기도 하구요.
대화체로 쓰다보니.. 내용이 너무너무 두서없고 기네요...
정리하자면..
메모리 등 접점 부분은 지우개로 하지마세요..
어차피 메모리 문제라기보다는 슬롯문제고.. 단순 뺏다꼇다 하면 해결은 아니지만 작동되기도해요..
제대로 해보시고 싶으면, 메모리를 잡고 좌우로 흔들어도 정상작동이 되어야 하는데
이게 안되면 메모리는 접점부활제를 잔뜩 묻힌 천으로 광내듯 닦아 주시고 솔로 마무리하고
접점 슬롯에는 접점 부활제로 담그다시피 뿌려주시면서 미세한 도구로 긁어내듯 슬롯을 청소해주세요
조심함이 좀 필요하고.. 청소기나 컴프같은 도구가 좀 필요해요..
쓰고나니.. 참 이런걸 올릴만한 가치가 있나 모르겠지만..
도움되는 분 한분이라도 계시면 좋겠습니다..
(영화)
독친 ★★★★☆
(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