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미군기지 5곳 지하수 ‘기준치 15배’ 발암물질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1172058005&code=910302 복사

[단독]주한 미군기지 5곳 지하수 ‘기준치 15배’ 발암물질
김기범 기자 [email protected]

정부, 미군기지 지하수 오염 2년 전에 알고도 ‘비공개’
김기범 기자 [email protected]

정부가 2018년 주한 미군기지 5곳의 지하수에서 과불화화합물 오염이 심각하다는 사실을 파악하고도 위험성을 대외적으로 알리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미군기지 밖에 있는 주변 지하수만 조사해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현행 한·미 주둔군지휘협정(SOFA) 및 관련 부속서상의 환경조항을 대폭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환경부가 주한 미군기지 내 지하수의 과불화화합물 농도가 기준치의 최대 15배에 달한다는 경향신문 보도(1월16일자 1·8면 보도)에 대해 지난 16일 내놓은 해명자료를 보면 환경부는 해당 사실 확인 후 인근 지역 지하수 조사를 벌였다. 환경부는 “지하수 관정 54개소를 대상으로 2018년 3~4월과 9월에 조사를 실시한 결과 모두 먹는물 수질감시 항목 기준(70ppt) 이하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2018년 3월 작성된 미 국방부 보고서를 통해 미군기지의 과불화화합물 오염 사실을 파악한 뒤 기지 주변 지역 지하수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으면서도 인근 주민 등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 미 국방부 보고서를 보면 대구, 칠곡, 의정부 2곳, 군산 등 5곳의 미군기지 지하수에서 높은 농도의 과불화화합물이 검출됐다. 과불화화합물은 암과 생식기능 저하를 유발하는 유해화학물질이다.

최경호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17일 “미군기지 내부의 주요 오염원과 오염물질 이동 경로 등을 확인하지 못한 상황에서 주변 지하수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문제가 없다고 말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환경부가 당시 미군기지 내부는 조사하지 못한 채 주변 지하수만 조사한 것 자체가 미군기지 오염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보여준다. 2000년 미군이 한강에 유해화학물질인 포름알데히드를 버린 사실이 드러난 이후 SOFA에 환경조항이 신설되긴 했지만 미군기지 내부를 한국 측이 조사하거나 오염자 부담 원칙 등을 강제할 수 있는 내용은 담겨 있지 않다.

불평등한 SOFA는 한국 정부가 미군기지 내의 오염 및 폐기물 문제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정화 책임을 묻지 못하는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기지 내의 오염도에 대해서도 미군이 정보 공유를 해주지 않으면 알기가 어렵다. 녹색연합은 성명을 통해 “지금대로라면 정부는 사고 발생 후 기지 외부에 대한 개별 물질 조사와 대응만 가능할 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군기지에서는 불발탄 및 화약류 등 폭발성 물질, 방사성 물질, 생화학 실험 물질 등 다양한 오염물질이 배출되고 있고 미군기지 상당수는 지역 주민들의 주거공간 및 식수원과 맞닿아 있다”고 우려했다.

최 교수는 “미 국방부 보고서는 과불화화합물 3종에 대해 조사한 것인데 실제 과불화화합물은 3000종에 달해 관련 물질들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가 필요하다”며 “해당 물질이 물 이외에 다른 매체를 통해 이동하지는 않았는지, 기지 내 오염원을 정화·복원했는지 등에 대해서도 정밀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환경부 설명대로 미군이 과불화화합물이 함유된 소방장비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 해도 내부 오염원 정화가 이뤄졌는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큰 의미를 갖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