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택배기사 파업 때 직영기사 투입한 CJ대한통운 노조법 위반”

법원 “택배기사 파업 때 직영기사 투입한 CJ대한통운 노조법 위반”
김지환 기자 [email protected]

CJ대한통운 지점과 위탁계약을 체결한 집배점으로부터 위탁을 받아 일하는 택배 노동자의 파업에 원청이 직영기사를 대체인력으로 투입한 것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위반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대구지법 김천지원 형사1단독 전용수 판사는 지난 12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택배연대노조 조합원 12명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이같이 밝혔다.

김천·남김천·서김천 집배점과 업무위탁계약을 맺고 일하는 택배노동자 12명은 2018년 11월22일부터 사흘간 ‘노조 인정과 성실 교섭’을 촉구하며 CJ대한통운 구미지점이 운영하는 김천터미널에서 파업을 했다.

이들은 파업 도중 본사에서 대체인력으로 투입한 직영기사들이 부패 등의 우려로 급히 배송할 필요가 없는 물품을 제외한 일반 물품의 배송을 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전 판사는 ‘대체 직영기사 투입 행위가 적법한지’에 대해 “CJ대한통운이 보낸 직영기사들은 파업이 일어난 당해 사업과 관계 없는 자로 보는 것이 타당하고, 결국 CJ대한통운의 대체인력 투입은 노조법 위반”이라고 밝혔다.

노조법 43조1항은 “사용자는 쟁의행위 기간 중 그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의 수행을 위해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를 채용 또는 대체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관계 법령에 ‘당해 사업’의 구체적 의미에 대한 규정이 없다.

전 판사는 김천터미널에서 일하는 택배기사와 대구·광주·서울 등에서 근무하는 직영기사의 업무나 노무관리가 서로 일체로서 관리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김천터미널에서 택배업무를 하는 택배기사들이 파업한다고 해서 서울·부산·광주 등 전혀 다른 지역에 있는 집배점이나 관련 택배기사들의 업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점 등을 이유로 직영기사를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로 판단했다.

전 판사는 “사용자의 규모가 클수록 대체 인력 투입에 따른 부담은 작아지기 마련이고, 도급·하도급 등으로 간접고용의 단계가 심화될수록 근로자의 지위는 약화되기 마련”이라며 “CJ대한통운과 같이 전국에 여러 지점을 두고 택배사업을 하는 대기업의 소속 인원과 차량의 규모를 고려할 때, ‘당해 사업’의 범위를 너무 넓게 해석할 경우 피고인들의 단체행동권이나 교섭권은 형해화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