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230만장, 1개 400원에 사 1300원에 넘겨 13억 폭리

마스크 230만장, 1개 400원에 사 1300원에 넘겨 13억 폭리
박은하 기자 [email protected]

의약외품 도매업자 ㄱ씨는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하자 1개당 400원 하는 마스크 230만장을 사들여 1개당 1300원에 팔았다. 정상 도매가가 1개당 700원인 것을 감안하면 13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셈이다. 거래는 평소에도 수입을 빼돌릴 목적으로 사용하던 명의 위장업체와 차명계좌를 이용했고, 대금은 현금으로만 받았다.

의약외품 소매업자 ㄴ씨는 현금 10억원으로 1개당 1200원인 고급형 마스크 83만장을 사들여 1개당 3000원에 팔았다. 늘어난 수입을 숨기기 위해 가짜 세금계산서도 만들었다. 코로나19 사태로 품귀 현상을 빚는 마스크를 매점매석해온 판매업자들이 세무당국에 꼬리가 잡혔다.

국세청은 이 같은 사례를 비롯해 반칙과 특권을 이용해 금전적 이득을 취하면서 탈세한 의혹이 있는 편법·지능 탈세 혐의자 138명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한다고 18일 밝혔다. 국세청은 조사 대상자를 4가지 유형으로 나눴다. 이른바 ‘전관특혜’로 돈을 벌었지만 세금은 제대로 내지 않은 고위 공직자 출신 변호사·세무사·관세사 등 전문직 28명, 고액 컨설팅 등을 하며 교육불평등을 조장한 입시강사 35명, 불법 대부업이나 마스크 매점매석 행위로 국민생활을 어렵게 한 사업자 41명, 건강보험급여를 부당 수령해온 사무장 병원 실소유자와 인허가 관련 편법을 쓴 건설업자 등 34명이다. 이번 조사 대상자에는 JTBC 드라마 <SKY캐슬>에서 묘사된 고액 입시 컨설턴트도 포함됐다. 한 컨설턴트는 블로그 비밀댓글로 수강신청을 받아 강좌당 500만원 이상을 받았다. 그는 서울 강남에 배우자 명의로 20억원짜리 아파트를 살 정도로 부를 쌓았으나 당국에는 수입신고를 하지 않아 세금을 내지 않았다. 학원가에서 수강신청이 가장 먼저 마감된다는 ‘1타강사’를 섭외해 서울 강남 오피스텔에 비밀 스터디룸을 만들고 학생 1인당 300만~500만원을 받아챙긴 업자도 조사 대상이다. 전관특혜 중 한 명은 자신의 지분이 100%인 페이퍼컴퍼니를 운영하며 가짜 세금계산서 10억원을 발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조사 결과 탈세가 확인되면 소득세나 부가가치세 등 원래 내야 했을 세금에 더해 가산세와 포탈세금의 0.5배 이상 벌과금이 부과된다. 이중장부를 이용하는 등의 적극적·고의적 탈세는 검찰에 고발도 된다. 마스크 매점매석으로 적발된 경우는 여기에다 정부가 이달 초 발표한 ‘마스크·손소독제 매점매석 금지 고시’에 따라 폭리 대부분이 국고에 환수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