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뿔도 없는 커플이 결혼한 얘기 6

자가격리 아닌 자가격리 중입니다
열흘전 대구 다녀왔더니 오늘 예약된 병원에서 출입을 통제하더군요




짠내 안나는 결혼식이 끝난 후
짠내 나는 신혼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남편은 학생 나도 학생.
석사 박사 월급이 고만고만하니 비누 하나 사는데도 싼걸 사게 되더군요.

tv는 동네 중고가게에서 업어온 브라운관 티비였는데 머 나름 잘 썼습니다.
그런데 지금 집에있는 50인치 티비를 보다보면 그 때 생각이 새록새로 납니다
한 19인치쯤 됐던거같은데 그걸로 무도도 보고 그알도 보고 영화도 보고 그랬네요
어떻게 그렇게 살았나 몰라요..

고기는 거의 돼지 전지만 먹고 살았습니다.
제가 앞다리살을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전지가 싸거든요.
목살을 좋아하는 남편은 한달.. 가난할 땐 3개월에 한번씩 반근정도 사다가 맛있게 구워먹었고요
가끔 동네 정육점에서 소 잡는 날이면 육회를 싸게 팔아 주셔서 육회에다 청하 한잔에 무도를 틀어놓고 자그만한 밥상에 둘이서 고양이 한마리씩 끌어안고 있었습니다.

전 치킨을 참 좋아했는데
그땐 꾹 참고 동네에서 옛날통닭 8천5백원짜리를 사다 먹으면서 머릿속으로는 치킨..치킨...했습니다.

그런데 티비도 고기도 다 괜찮은데
시간이..너무 없었어요

평일이고 주말이고 안가리고 아침 8시에 출근하고 새벽에 퇴근하기 일쑤였고
2시간, 4시간씩 자고 나가니 몸도 엉망 마음도 엉망이 돼 갔습니다.
옷입는것도 신경안쓰고 대충 입고다녔구요
뭐 그 때 삽질하고 고생한 덕택에 나름의 실력은 생겼지만
신혼이 신혼이 아니었어요 마치 남편의 동거인 같달까..
남편이 몇번 얘기를 꺼냈지만 당장 디버깅하러 가야되는 사람 귀에 뭐가 들리겠어요?
저는 그렇게 폐인이 되어갔고 어느날 남편이 단단히 화가 나서 뻥 하고 터져버렸답니다



남편태우러가야돼서 나중에쓸게요
모두들 코로나 조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