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의 장점이 많은 단점을 커버하는 회사

지금 다니는 회사 이야기입니다.

단점을 찾자면 참 많죠.

우선 체계라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

매주 회의용 자료라는 것이 만들어지는데 사실 데이타가 중구난방.

누구 하나 이 데이타가 맞는 지 검증하지도 않고 할 만한 역량도 안되고.

그러다 보니 데이타가 제대로 안 맞는 것은 당연지사.

규정이라는 것도 없다시피 합니다.

그러다 보니 문제 생기면 그제서야 부랴부랴 만들고..

제가 여기 와서 만든 규정이 벌써 몇 개 더라....

동종 업계나 비슷한 업종과 비교했을 때,

연봉이나 복리 후생은 좀 많이 떨어집니다.

일단...복리 후생이 참 처참하죠.

해외주재원에게 기본적으로 나오는 주거지원비, 병원비, 학자금 지원이 열악합니다.

주재수당이야 많이들 없어지는 추세니까 그게 없는 것은 논외로 하고.

주거지원비는 아예 없습니다 ㅠ.ㅠ

병원비는 본인은 100%, 가족은 50%가 지원이 나오죠.

학자금은 한국학교에 한해서 100% 지원이 나옵니다.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기본적으로 주거지원비 월 800달러, 

병원비 가족 포함 연 5000달러, 자녀교육비 1명당 3만불, 주재수당 연 500만원.....

이런 거에 비하면 참 많이 열악합니다.

연봉도..전 직장에 비하면 거의 2000만원 정도 적습니다.

다른 분들 이야기들어도 전 직장 보다 연봉이 평균적으로 낮더군요.

뭐...그렇다고 연봉 수준이 전체적으로 봤을 때 낮은 편은 아닙니다.

오히려 높은 편에 속한다고 봐야죠.

다만..동종 업계나 비슷한 업종에 비해서 낮다는 것 입니다.

거기에 급여 이상은 승진하지 않는 이상 없다고 합니다.

좀 특이한 케이스로 전 승진도 안했는데 올해 급여가 인상 되었지만 나머지는 승진자 제외 연봉 동결.

인센티브는 확정적으로 매년 기본 100%는 나오고 성과에 따라 추가 나오는데..

다른 회사에 비하면 좀 열악하죠.

전 직장은 연말 성과급 잘 터지면 몇백%도 터졌었는데...

그리고 경영진이 소위 스파이(?)를 심어 놔서 이런저런 소소한 이야기까지 서울에 알려 집니다.

그래서 불필요한 오해가 생기기도 하죠.

뭐...이건 해외 공장이 있는 다른 회사들도 마찬가지 상황이지만...

컨트롤타워가 부재하다 보니 정보의 가공도 잘 안되고,

정보의 가공도 잘 안되다 보니 의사결정도 주먹구구식대로 진행되고....

나이든 분들 특히 현장직 출신들이 많다 보니,

소위 '곤조'가 강해서 과거의 업무 습관을 그대로 고수하다 보니,

말도 안되는 자료가 버젓이 생산이 되고...

암튼...단점이 참 많습니다.

그런데 이런 단점들을 다 커버하는 소수의 장점이 있습니다.

먼저 야근이 거의 없어요.

야근을 해도 최대가 오후 8시입니다.

그런데 그건 일년에 몇 번 있을까 말까입니다.

평소에는 4시 30분 칼퇴근.

다른 회사들은 생산에서 야근하면 관리 쪽도 일이 없어도 남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는 그런거 없습니다.

자기 일 끝나면 무조건 퇴근.

회장님이 강력하게 지시하셔서 특별한 사유가 없는 이상 일주일에 잔업을 6시간 이상 못 하게 합니다.

그러다 보니 저녁이 있는 삶이 있습니다.

일요일 특근은 딱 한번 해봤는데...그건 그 다음주 월화 출고가 평소 2달치 출고분이 한꺼번에 나가는 거라

완성창고, 무역부 다 나와서 미리 준비하느라 특근 딱 한번 해봤네요.

일이 적습니다.

위에도 말했듯이 컨트롤 타워가 힘이 약하다 보니

자료가 있어도 해석할 능력이 떨어집니다.

그러다 보니 일선 부서에서 작성해야 할 보고용 자료들이 굉장히 적습니다.

쉽게 이야기해서 딱 공장 관리직은 공장 관리만 하면 됩니다.

이것저것 수많은 자료들을 만들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시스템만 잘 만들어 놓으면 일이 적습니다.

마지막으로 진짜 큰 장점이 딱히 정년 퇴직이란 것이 없습니다.

뭐...사규에는 55세 정년이라고 되어 있다고는 하는데...

회장님 지론이 회사에 도움만 되면 나이는 상관이 없다여서...55세를 넘어 60세를 훌쩍 넘기고도

일하시는 분들이 여럿 계십니다.

제가 40대 인데 저 정도면 굉장히 젊은 편 입니다.

20대는 아예 없고 30대도 극소수입니다.

제가 여기 면접 볼 때도 관리 임원이 그러시더군요.

" 이제 너도 나이가 있으니 여기서 끝장을 보고 10년이고 20년이고 뼈를 묻어야 하지 않겠냐? "

그러면서 너만 잘하면 60살이 넘어도 일할 수 있는 곳 이라고 하시더군요 ㅎㄷㄷ

결론적으로 저 정년 퇴직이 따로 없다는 말이 그 많은 단점을 다 커버하더군요.

40대가 되면 사실 일할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많이 남은 게 아닌 것이 현실이거든요.

그런데 60대가 되어도 일을 할 수 있는 곳 이라면 충분히 치명적인 장점이 될 수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