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엑셀은 위대합니다.

밑에 제가 쓴 글의 댓글에 엑셀 만능 이야기가 나와서

엑셀의 위대함에 대해서 제 경험을 한번 써 볼까 합니다.

예전에 회계법인에서 일할 때,

거의 만여명 정도 소득세 신고를 해야 할 일이 있었습니다.

대부분은 단순율로 신고서를 작성하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일이었죠.

하지만 그 간단한 것도 신고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신고하려면 일일이 입력을 해줘야 했습니다.

뭐...그 바쁜 5월달에 그 일만 하는 것도 아니고 다른 것들도 해야 하는데.

그래서 당시 알바생들을 열댓명씩 고용을 해서 일을 했었습니다.

그때가 제가 거기 입사하고 첫 해 되던 때 였네요.

매일 야근해 가면서 그 일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해에 법인 대표가 불러서 그러더군요.

" XX 이거 기억하지? 올해도 해야 하는데 올해는 니가 책임지고 해봐 " 이러시더군요.

작년 처럼 알바생들 잔득 모아서 해보라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처음에는 그렇게 일을 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문득 엑셀 서식 하나가 생각 나더군요.

감사 나갈 때, 셀에 업체명, 주소, 채권 채무 내역 같은 거만 입력하고 프린트 누르면

자동으로 인쇄가 되던 서식이 생각이 났습니다.

그 메크로를 조금만 바꾸면 생각 보다 일이 빨리 끝나겠다 싶었죠.

그래서 대표에게 바로 말을 했습니다.

" 이러이러해서 엑셀 매크로 이용하면 비용도 많이 줄이고 일도 더 빨리 끝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대표가 흥미를 보이더군요.

그래서 좀 더 설명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얼마 정도 비용이면 될 거 같냐고 하더군요.

제가 많이 들어야 4천만원이면 된다고 대답을 했죠.

왜냐하면 신고서라는 특성 때문에 전부 등기우편으로 발송해야 하는데 등기우편료만 2천만원에 육박했기 때문이죠.

전년 같은 경우에는 그 신고와 관련된 비용이 거의 7천만원 정도 들었었습니다.

신고 때만 알바 뛰는 선수들 일당이 꽤 비쌌기 때문이죠.

그러니까 그러면 5천만원 예산 줄 테니 한번 해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엑셀전문가 였던 제 전임자에게 몇십만원 주고 폼 제작을 의뢰했습니다.

간단한 거라 몇 시간 만에 결과물이 도착하더군요.

그리고 그 회사에는 저희가 만든 폼에 신고자들 신고 내용을 적어 달라고 했습니다.

그 자료 가지고 복수소득자와 단일소득자를 구분했죠.

복수소득자는 불과 몇백명.

그건 알바 고용해서 신고 시키면 되고,

나머지 단일소득자는 제가 그 폼을 가지고 신고서를 뽑았습니다.

신고서를 전부 다 뽑아 놓고 학교 동아리 후배들로 알바를 뽑았습니다.

후배들이라 알바비를 넉넉하게 줬죠 ㅋ

봉투에 주소 스티커 붙이고 신고서 넣고 밀봉.

그리고 몇백명씩 나눠서 우체국 돌면서 우편 발송.

그렇게 하니 불과 일주일도 채 안되서 모든 신고가 끝났습니다.

비용은 등기발송료 포함해서 2500만원 정도 밖에 안들었습니다.

일이 끝나고 보고를 드리니,

대표가 굉장히 좋아하더군요.

복잡한 일은 아니지만 시간도 오래 걸리고 비용도 드는 일을 빨리 그리고 비용도 적게 끝냈으니까요.

그리고는 한마디 하더군요.

" 내가 예산 5천만원 준다고 했고 니가 그 안에서 해결했으니까.

 남은 돈은 니 보너스다. "

그리고는 6월달에 신고 보너스 나갈 때 빳빳한 수표 2500만원 짜리 한 장 주더군요.

그리고 그때 만든 서식은 그 이후로도 조금씩 수정하면서 유용하게 잘 써 먹었었네요.

그러면서 엑셀이 정말 위대한 프로그램이란 것을 느꼈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