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녀석이 어언 하늘나라로 간지 5개월이 되었네요.
보통 동물에게 정을 주진 않는 타입인데,
요 햄스터 녀석은 정말로 운명도 기구하고 특이한 녀석이라 정말 정이 많이 갔습니다.
이름은 토리.
동생과 아버지께서 지극정성 키우던 햄스터였습니다.
욘석의 특징으로는
사람 손을 무지무지 좋아합니다.
사람 인기척만 들리면 집 모서리를 두두두두... 긁으며 나 꺼내달라고 하고,
사람 손만 보면 올라 타려하고, 그 위에선 가만히 있다 잠듭니다.
보통 햄스터들은 이리저리 움직이고 나가려고 하던데,
토리 이 녀석은 그냥 사람 손이 제 놀이터입니다...
그러다 보니 그냥 거실에 풀어놓고 놀려도 알아서 잘 놀다가
손가락으로 바닥을 튕구면서 "토리야~!" 라고 부르면
얘가 소리를 듣고 손 쪽으로 와줍니다... 강아지가 따로없죠.;;
여기에 더해 사람손을 무지 좋아해서 그런지 어떠한 경우에도 무는 법이 없습니다.
햄스터 키우던 사람들은 햄스터에게 물려본 경험이 다반사라고 하던데,
토리에게는 어떤 경우에도(어떤 장난을 치더라도) 물려본 적이 없습니다.
볼따구가 귀여워서 주우욱 잡아 당기는데,
처음에는 가만히 있다가 어느정도 괴롭다 싶으면 정색하면서 끾끾 거리는 것이 전부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토리의 역사도 기구했습니다.
녀석의 죽을 고비가 세번 있었는데, 기적처럼 생환했었죠.
첫번째가 거실에서 풀어놓고 있었는데,
현관 문 밖에서 발견된 사건이 있었죠.
당시가 추운 겨울이었는데, 차가운 아파트 현관문 밖에서 달달 떨던 녀석을
엘베타고 온 제가 발견했었습니다.;;;
못해도 한 서너시간은 밖에 있었던것 같은데...ㅜㅜ
두번째도 풀어놓고 있던 것 때문에 벌어진 사건인데...(아오...)
이번에는 거기다 베란다 하수통?에 빠져가지고
깊이가 있으니 제 힘으론 올라오지 못하고
홀딱 젖은 채로 몇 시간 갇혀있었습니다. ㅠㅠ
몇 시간 후에 아버지께서 발견하시고 구조해주셨는데,
따뜻한 물에 씻기고 하니깐 다행히 건강하더라구요.
세번째는 어느날 갑자기 녀석의 코에 종기? 사마귀? 같은게
뽈록 올라오더라구요. 이게 뭔가 싶어서 동물병원 데려가 봤더니
종기라더군요. 수술 시키는데 30만원이랍니다.
아버지께선 고민 많이 하시더라구요.
5000원 주고 사왔는데, 30만원이 좀 과하기도 하고...
수술 시키지 않으면 이것땜에 죽을수도 있다니깐 이리저리 고민을 하셨는데...
결국 수술은 시키지 않기로 하셨습니다.
대신 아버지께서 무슨 생각으로 그런지 모르겠지만,
토리 코에서 종기로 이어지는 부분을 실로 꽉 묶어버리셨습니다.
......
근데 신기하게도 며칠 후에 그게 실로 깔끔하게 똑! ㅋㅋㅋㅋㅋ
이게 어찌나 웃기던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쨋든 이런 기구한 운명의 햄스터 토리는...
제 동생이 결혼하고 토리를 신혼집에 데려가고 싶어했었는데,
결혼하는 당일 아침 조용히 하늘나라로 갔더군요.
참 여러모로 기억나는 햄스터였습니다.
보고싶군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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