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적으로 일정 시간 일하면 ‘상근’…주 40시간 기준 아냐”

“규칙적으로 일정 시간 일하면 ‘상근’…주 40시간 기준 아냐”
이혜리 기자 [email protected]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ㄱ·ㄴ씨가 서울지방고용노동청장을 상대로 낸 호봉 재획정 거부처분 취소소송의 상고심에서 ㄱ씨 등의 패소인 원심 판결을 4일 파기환송했다.

7~8년간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단시간 직업상담원으로 근무한 ㄱ씨 등은 2018년 노동청의 시간선택제 공무원으로 임용됐다. 직업상담원은 직업 소개, 직업 지도, 고용정보 제공 등의 업무를 한다. 단시간 근로자로서 1일 5시간, 주 25시간을 일했다.

그런데 노동청은 이들의 초임 호봉을 획정하면서 직업상담원 경력을 반영하지 않았다. 공무원보수규정은 ‘상근으로 근무한’ 민간 직업상담원 경력의 경우 동일 분야 경력은 100% 인정하고, 비동일 분야 경력은 80% 인정한다고 돼 있다.

문제는 공무원보수규정에 상근의 정의가 명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노동청은 상근이란 1일 8시간, 주 40시간을 일하는 풀타임 근무 형태를 말하는 것이고, ㄱ씨 등과 같은 단시간 근로는 상근이 아니어서 호봉 획정에 반영할 수 없다고 했다. ㄱ씨 등은 소송을 냈다.

1·2심은 모두 상근의 의미를 좁게 해석하며 노동청의 손을 들어줬다. 1·2심은 공무원보수규정에서 상근을 비상근과 구별해 경력을 인정하는 것은 단시간 근로는 상근이 아니라는 뜻이라고 봤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통상 근로자의 근무시간으로 근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상근으로 봐 유사경력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합리적 이유 없는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라고 했지만 하급심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은 “호봉 획정에 있어서 경력에 따른 차별 취급은 헌법에서 특별히 평등을 요구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대법원은 다르게 봤다. 대법원은 “상근이란 해당 사업장의 취업규칙 등에서 정한 바에 따라 근무일마다 출근해 일정한 시간을 규칙적으로 근무한 경우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1일 8시간, 1주 40시간을 근무하는 소위 ‘풀타임’만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상근의 사전적 의미부터 짚었다. 상근은 ‘날마다 일정한 시간에 출근해 정해진 시간 동안 근무함 또는 그런 근무’라는 뜻이다. 대법원은 “(상근이란) 항상성과 규칙성에 핵심이 있는 개념이지, 1일에 적어도 몇 시간 이상 근무해야 한다는 최소 근무시간과는 직접 관련이 없다”고 했다. 단시간 근로자와 통상 근로자는 1일 근무시간이 다르다는 점 외에는 자격·신분·직무에 차이가 없다는 점도 감안됐다.

대법원은 애초에 공무원보수규정에 ‘상근으로 근무한’이라는 문구가 들어오게 된 배경에 민간의 우수 인력을 공직에 적극 유치하기 위해 민간 경력을 호봉 획정에 반영해주는 한편, 비정규직 차별을 시정하기 위한 취지가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2012년 공무원보수규정 개정에서 ‘상근으로 근무한’이라는 문언이 추가된 이유는 공무원 임용 전 비정규직 근무 경력을 공무원 호봉 획정에서 적극 인정해주려는 것이었지, 그 인정 범위를 제한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며 “상근의 의미를 엄격히 해석하는 것은 개정 취지에 근본적으로 배치되므로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