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가 아닌가, 주작인가 아닌가를 왜 판단하는 거지요?

 유머게시판 가서 글을 둘러보면 자주보게 됩니다. 중국에서 만들어진 컨텐츠인지 판가름하는 사람들이요. 사실 중국발 어색한 콩트 개그들은 저도 정말 재미 없습니다. 그런데 유머가 아닌 글에도 '중국이네?'라는 말을 꼭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교통사고를 촬영한 cctv영상에도, 여성이 춤을 추는 영상에도 있습니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흥미로운 썰이나 카톡대화 글들엔 '주작'이란 댓글이 많이 달립니다. 예를 들자면 중고등학교를 다니며 따돌림을 참다가, 괴롭히는 아이가 군대를 간사이 이렇게저렇게 계획적 복수를 한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행위를 왜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적다보니 예전에 이상하게 느낀 생각하나가 떠오르네요.

 회게에서 연봉이야기가 소재로 나오면 평균연봉보다 높게받는 사람이 간혹 있습니다. 그 댓글에 연봉의 구체성을 캐묻는 질문들이 이어집니다. '세전이요 세후요?', '이전글을 보니 차는 이거 타시던데 연봉이 그것밖에 안된다고요?' 이런식의 댓글들로 고연봉자의 베일에 가려진 구체성있는 정보들을 끌어냅니다. 그런 질문들이 없더라도 '주작이네'라는 말을 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정보가 참인지 거짓인지 판단함으로써 얻어지는 이득이 무엇이며, 반대로 정보를 판단하지 않음으로써 입는 피해는 무엇이 있는가 묻고싶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불쾌한 부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보통 재미난 이야기들에 관한것인데 '오~ 흥미로운 이야기다, 감동적이다'감상하고 있다가 '주작이네'라는 댓글을 보면, 그 이야기가 거짓이라서 무슨 부정적인 영향이 사람들에게 가는것인가 의문이 듭니다.

 사람들을 선동하려는 의도가 있는 정치적, 사회적 논란거리를 다루는 글이라면 십분 이해합니다. 그런데 회게에 연봉 6천이라고 자랑하는 김철수씨의 실제 연봉이 얼마이고, 그것이 사실인가가 중요한가요? 여자친구 여동생이랑 실제로 잤다고 자랑하는 이의 말이 참인가 거짓인가가 중요한가요? 그런 이야기를 보면 전 '와 대박이네? 스펙타클하게 사시네?'이러고 잊어버리거든요.

 맥락은 좀 다르게 보일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만, 전 이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러시아 사람들은 쉽게 보일까봐 타인에게 웃어주는걸 꺼려한대요.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보다 비교적 딱딱하고 적대적인 성향을 가졌겠지요. 그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웃어주면 손해다, 약해보인다'라는 믿음과 비슷하게 '곧이 곧대로 믿어주면 큰코다친다, 믿는 사람이 손해다'라는 마인드로 임하는것 같습니다.

 가령 이런 방식으로 예민하다면 이해하겠습니다. 당근을 재배하는 a라는 사람이 있어요. 200평의 밭을 일구어 1톤의 당근을 수확하는 농부라고 가정합시다. 그런데 b라는 사람이 자기는 200평의 밭에서 5톤의 당근을 수확한다는 사람이 있어요. 궁금함에 a는 b에게 방법을 묻겠지요. 물었더니 구라였습니다. 그렇다면 a는 b의 주장에 대해 거짓을 말하지 말라며 무책임한 표현에 일침을 가하겠지요.

 이념적 메시지를 보는이들에게 의도적으로 심어, 사람을 제어하려는 컨텐츠들엔 예민해야 하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언론에서 보도되는 시사문제들이요. 그런데 반사회적인 컨텐츠가 아닌이상  '감성팔이'를 목적으로 한다고 하여도  저는 표현의 자유는 한계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글을 쓰다보니 결국 '조작'에 예민한 이들의 심리는 이런것인가 싶습니다. '감정' 그자체의 생산을 목적으로 사실 유무와 관계없이 허구의 컨텐츠를 만들어내는것에 대한 거부감이려나요. 그럼 거부감을 느끼는 기준선이라는게 어디까지인가 말해봅시다. '내가 실존하고 있는 환경에 영향이 있을것인가'에 따라 저는 판단할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하거든요? 가령 위에서 당근을 재배하는 농부같은 경우엔 생계와 직결되는 문제이기에 예민할 것입니다. 다른 예로 들었던 여자친구의 동생과 잠자리를 한 남자가, 내 친구와 사귀는 남자같다라면 참인지 거짓인지 판단해야겠지요. 아니면 친구가 나에게 가족의 수술비로 돈을 빌려주길 요구할 경우에 사정이 참인가 거짓인가 판가름 해야겠지요.

 무언가를 참인가 거짓인가 판가름 한다는것은 가치의 서열을 매기는 것입니다. 선과 악을 구분하고, 더좋은것과 나쁜것을 구분하는 것입니다. 어떤 영상 컨텐츠에 '중국이네?'라는 댓글을 다는 행위가 '싸구려'라는 낙인과 같이 느껴질때가 많습니다. 유머의 재미가 있고 없고와 관계없이, 서열을 판가름할 이유가 없는 글에조차 가치를 판단하려는 행위에서 답답함이 느껴집니다.

 a씨의 연봉이 1억이면 자격지심이 드는가요? 같은 업종 사람이세요? 학창시절 나를 괴롭히던 동창인가요? 마치 영화속 캐릭터를 보고 '저건 가짜야' 분개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왜 아이언맨의 슈트가 실현 가능한것인가는 중요하지 않은데, a씨의 연봉 1억이 참인가는 중요할까요?

 '사람의 심리가 왜 그런것인지 의도를 알고싶다는 순수한 호기심에 글을 쓰자'라고 최대한 생각하고선 글을 쓰려곤 했습니다. 다만 네.. 부끄럽지만 불편함에서 시작된 글이다보니 불평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