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내로남불'…우병우 전관예우 비리 수사 사실상 봉쇄

4차례 영장 모두 기각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몰래 변론' 넘어 '검사 비리' 의혹으로 확대되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변호사 시절 수임계를 내지 않고 ‘몰래 변론’을 하며 수사 확대 방지 등 청탁 명목으로 수억원을 챙긴 혐의(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경찰이 포착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이 우 전 수석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4차례나 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모두 기각했다.

경찰 수사가 고위직 검사들의 청탁 및 수사무마 의혹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제 식구 감싸기’란 지적이 나온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우 전 수석이 변호사로 활동하던 2013~14년 당시 검찰에서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검사장 등 검찰관계자에게 수사 확대방지, 무혐의 처리, 내사종결 등의 청탁 명목으로 10억5000만원을 받은 우 전 수석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넘겼다.

변호사법은 공무원에 대한 청탁 등의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할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우 전 수석은 2013년 8월 당시 인천지검이 수사 중이던 길병원 횡령 의혹 사건을 3개월 내에 종결해주겠다는 조건으로 2014년 1월 착수금 1억원을 받았다.

우 전 수석은 3개월이 지난 2014년 4월 최재경 당시 인천지검장을 만났고, 그 후 1주일 뒤 사건은 내부종결되며 우 전 수석은 성공보수 2억원을 길병원측에서 건네받았다.

우 전 수석은 2013년 11월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 3부에서 수사 중이던 ‘현대그룹 비선실세’ 사건에서도 수사 진행파악 및 무혐의 처분 등의 조건을 내걸고 착수금 2억5000만원을 받은 뒤 그룹 관계자들의 무혐의 처분을 끌어낸 후 성공보수 4억원을 받아낸 혐의도 사고 있다.

현대그룹 비선실세 사건은 현대그룹 광고제작을 대행하는 회사인 ISMG 의 황두연 대표가 현대그룹 경영 의사결정 과정에 개입하고, 계열사 하청사업을 따내는 과정에서 공금 횡령 및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고발된 건이다.

2013년 8월엔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 중이던 4대강 입찰담합 사건 관련 설계업체에 대한 수사를 내사종결을 이끌어낸 뒤 1억원을 수수한 혐의도 받고있다. 

경찰은 지난 4월 가천대 길병원이 연구중심병원 선정을 대가로 복지부 국장급 공무원에게 뇌물을 건넨 사건을 수사하던 중 길병원 계좌에서 우 전 수석에게 돈이 흘러들어간 정황을 포착해 ‘몰래변론’ 사건 수사를 착수했다고 설명했다.

우 전 수석은 의견서 제출이나 수사기록 열람, 조사 참여 등 통상적인 변호 활동엔 거의 참여하지 않고 검찰 인맥을 이용해 수사 확대나 무혐의 처분, 내사 종결 등을 의도한 것이 변호사법 위반이란 결론을 내렸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번 사건은 전관 변호사의 ‘몰래 변론’을 뛰어넘어 ‘검사 비리’의혹으로 확대될 여지가 있다.

경찰은 우 전 수석이 당시 검찰 고위직 관계자들에게 어떻게 청탁했는지, 금품거래나 수사상 기밀누설 등은 없었는지를 수사하려했지만 검찰은 우 전 수석의 금융계좌·검찰청 출입 기록·최재경 전 지검장의 통신내역 등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 영장신청을 4차례나 기각했다.

유일하게 인천지검만이 영장 없이 우 전 수석과 최재경 전 지검장의 1차례 만남을 확인해줬을 뿐이다.

경찰 관계자는 “우 전 수석이 누굴 만나 어떻게 청탁을 했는지 증거를 모으려 해도 모을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고 꼬집었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검찰은 법원이 ‘재판거래’ 수사관련 영장을 마구잡이로 기각한다고 비판해놓고, 정작 자신들을 향한 수사의 칼날 앞에선 사법부와 비슷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전형적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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