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biz.khan.co.kr/khan_art_view.html?artid=201808202123025&code=920100
기업들 자진신고에 기대겠다는 공정위 ‘셀프 개혁’
박상영 기자 [email protected]
“공정거래위원회 창설 이래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린 조직 최대의 위기로 생각한다. 공정위는 앞으로 어떠한 명목인지를 불문하고 퇴직자의 재취업 과정에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공정위 쇄신 방안’을 발표하면서 전·현직 간부들이 대거 기소된 것을 두고 이같이 말했다. 그러나 공정위 최대 위기라는 김 위원장의 언급과는 달리, 이번 쇄신안을 두고 대형 로펌과 공정위 직원, 퇴직자 간의 유착을 막기에는 미흡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 위원장이 이날 발표한 쇄신안에는 공정위 4급 이상 직원이 비(非)사건 부서에 3회 이상 연속 발령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외부·교육기관 파견과 비사건 부서 근무를 합해 5년 이상 연속 복무하는 것도 금지된다. 그동안 공정위는 퇴직 예정자를 업무 관련성이 높은 사건 부서가 아닌 비사건 부서에 배치하는 방식으로 조직적인 경력관리를 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기업을 대상으로 재취업 청탁을 막기 위해 익명신고센터를 운영하고 민간 기업 재취업자 이력을 퇴직일로부터 10년간 공정위 홈페이지에 공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공정위 현직 직원과 퇴직자 간의 사건 관련 사적 접촉도 전면 금지된다. 공정위는 내부 감찰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퇴직자와 현직자의 사건 관련 접촉을 감시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현직자는 중징계하고 퇴직자는 공정위 출입을 금지시키기로 했다.
그럼에도 쇄신안이 공정위 직원과 퇴직자, 대형 로펌 간의 유착을 막기에는 부족할 것이라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공정위의 압박을 받아 재취업을 알선한 기업이 자유롭게 신고할 수 있겠냐는 회의론이 대표적이다. 한 공정위 퇴직자는 “그동안 공정위의 압박으로 재취업을 알선한 기업이 익명제보센터가 설치됐다고 해서 얼마나 신고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그동안 익명제보센터가 없어 재취업자 문제가 발생했냐”고 말했다.
사건 관련 사적 접촉을 금지하는 것과 관련해서도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쇄신안에 따르면 사건과 관련한 언급만 하지 않으면 사적으로 만나는 것을 허용한다는 것인데 자진신고하지 않는 이상 이를 구분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결국 쇄신안이 검찰 수사로 악화된 여론을 전환하기 위한 ‘셀프 개혁’ 아니냐는 비판이 적지 않다. 실제 공정위는 퇴직자와 현직 직원 간의 사건 접촉을 감시하기 위해 내부 감찰 TF를 출범하기로 했는데 공정위 내부 직원으로 TF를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사무실 전화 등으로 외부인과 접촉하는 경우에도 통화 내용은 전혀 녹음·보관되지 않아 사실상 직원이 신고만 하지 않으면 이를 밝혀낼 방안이 마땅치 않다. 그동안 공정위는 직원들의 비위를 조사하는 감사담당관이 개방직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내부 직원으로만 채용해왔다.
이날 정의당은 공정위 퇴직자가 입사한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사건을 재조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의당 민생경제본부는 논평자료를 통해 “공정위 퇴직자들이 입사한 16곳 대기업과 관련된 불공정거래 신고사건에 대해 재신고 사건처리 특별기간을 정하고 빠른 시일 내에 재심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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