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없는 넋두리를 주저리주저리 휘갈겨봅니다. 일기는 회게에 쓰는거잖아요? 아싸인 저는 10년가까이 이토가 소통의 창구였고, 뭇사람들이 사회적동물로서의 욕구를 익명의 온라인에서 충족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아~ 30년 사는동안 먹고살 스펙이나 기술이라고 쌓아논게 없는것 같아요.
대학은 한학기 다니고 관두어서 학력은 고졸에다, 이런저런 경력 쌓이지도 않는일 전전하다 서른이 되었습니다. 몸고생 마음고생 적당히?하며 그럭저럭 모은돈은 살고있는 원룸 보증금 3천과 +1천만원이 전부구요.
정말 스펙이랄거.. 능력이랄거 하나 없습니다. 면허하나 있는거 장롱에다 자격증도 없어요.
고향도 전라도인데 경기도에 올라와 타지생활하느라 생활비만 죽죽 나가고 있어요. 1월 말에 자재관리직으로 다니던 업체도 관두어서 백수죠.
'영화 만드는 일'을 하고싶다는 꿈 하나만 가졌습니다. 작년 여름부터 영화 공부하고 만드는일에 조금씩 발을 담그었고, 영화분석하고 시나리오 쓰는등의 공부를 하면서 지금까지 왔습니다. 그리고 엊그제 월요일, 볼품없을테지만 1회차로 제가 연출한 작품을 촬영했어요.
찔끔찔끔 모아둔 돈 이사람 저사람 인건비, 장비대여비, 장소섭외비, 식비등으로 나가는건 순식간이었죠. 제 성격이 고지식해서 흥정하고 좋게좋게 주머니사정 아끼는 능력이 없어요. 그렇다고 똑부러지는 성격도 아니라서 제작과정 세세하게 체크하고 그러지도 못했고, 만들면서 큰탈은 없었지만
우유부단한 성격이라
개인적으로는 스트레스가 많았어요. 감독이야 다 그렇지만 또 처음 작업이다보니, 다른 작품 참여경험도 전무하다 싶다보니 참 투박하게 제작일정을 소화한것 같습니다. 그렇게 제작비로, 어렵게 모은 돈만 굵직굵직하게 지출했어요.
제 작품 만들기전엔.. 서른살에 공부해서 영화 학교가자! 대학가자! 이런 마음가짐이었습니다.
18일 월요일에 촬영을 마치고.. 아니 그전부터 계속 두려웠습니다. 내가 이 길을 갈수있을까? 살아남을수 있을까? 그나마 모은 돈 꼴아박아도 학교생활 마치는데에 부족할수 있을뿐더러..
이 나이에 대학가서 졸업하면 서른 중반..
나는 무얼할수있을까..
시간을 투자한 가치가 있을까..
남들보다 10년 늦게 출발하는거다! 당차게 다짐해보아도 한걸음한걸음 더듬어 나아가다보면 여전히 두려워집니다.
영화 만드는 것. 정말정말 뜻깊은 작업이었습니다. 해보지 않는다면 일반 사람들은 정말 살면서 거의 경험해보지못할 진귀한 경험입니다. 별거없어요. 그냥 시나리오 서너페이지 써서, 스텝모아 장소섭외하고, 돈 1~200들여서 하루 차 촬영하고 작품 찍어내는 일정 소화하면 됩니다. 살면서 색다른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사람이 있다면 이렇게 한번 경험해보라고 권해주고 싶어요.
1월말에 일을 관두었던 이유도 이 작업때문이었습니다. 직장다운 직장도 아니었죠. 마침 상사가 부서변경으로 바뀌는바람에 너무 피곤한 상사를 만나 좋은 핑계로 관두었죠. 상사가 아니더라도 제작 일정을
일을 하면서 소화하는건 지금 생각해보면 불가능했을겁니다. 일할때보다 백수되서가 훨씬 더 바빴습니다.
어릴적부터 정말 창작하는 일을 하고싶었던 것 같습니다. 말도안되게 시인도 되고싶었고, 소설가도 되고싶었고, 만화가가 되고싶었습니다. 그림은 지금도 취미로 조금씩 하고있어서 취미생활 게시판에 끄적끄적! 지금도 곧잘 올려요. 어떻게 아싸 성향으로 살아는왔는데, 지금까지 살아오니 '내가 아싸여서 행복하다'싶을 정도로 적응이 되어버렸습니다.
성격은 이상하게 고지식해서.. 생계를 위해 양심을 버려야하는 사업주를 보면서 정말 의아하다는 생각도 했고요. 그렇게 내탓, 남탓 수없이 하며 살아왔죠. 상당히 더디지만 서른에 이르다보니 그래도 점점 유해지기는 합니다.
쓸데없는 이야기를 왜 이리 길게 늘어놓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이야기를 쓰는 본질은 '내 인생, 어디로 가야 하나요?'지만 답을 구할수 없는 질문이란것, 잘 알고있습니다.
맞아요. 그냥 힘든건가봐요.
건방지게 한마디 하자면 창작자들은 다 중2병이에요. 스스로의 특별함에 취하다가 공허해지고 제정신과 미치광이를 넘나들며, 자존감에 고뇌하며 살아갑니다. 못견디고 죽어나가는, 자살하는 이들의 마음을 너무 잘 압니다.
같이 작업해준 스텝들.. 잠시 모였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갑니다. 진짜 다 사랑했어요. 내 돌아갈 자리는 어딜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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