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건너가 제법 큰 사업을 하고 있는 형님이 계십니다. 학교 선배인데,,,그쪽에선 꽤 성공한 사업가로 통하나 봐요.
가끔 한국에 놀러 오면 정말 떡 부러지게 먹고 놀다 가는 분이죠. 재벌이 이렇게 먹고 쓰는 구나 싶을 정도로..
물론 전 가운데 꼽사리 잘 껴서 그 틈에 잘 얻어먹긴 합니다.
암튼 요 며칠 그 냥반이 카톡 전화를 자주 합니다. 그쪽 새벽시간인데 술이 맨날 거나해져서 전화를 하죠.
"금기자야,, 외롭다."
그 냥반의 요즘 관심사이자 통화 내용의 주 키워드입니다. 외로움..
물질적으로는 더 이상 욕심 낼 것이 없을 정도로 다 이뤘다고 생각하는데,,(지난 주에만 2주간 100억 벌었다는.. ㅎㄷㄷ)
외롭대요. 허전하고 공허하고 이젠 뭐 하고 살지?? 매번 전화할 때 마다 거의 그 주제로 한 시간이 넘는 통화를 합니다.
오늘도 전화가 와서 목표와 목적을 주제로 한 시간 동안 통화를 했어요.
전 목적의 하위 개념이 목표고 형은 금전이란 목표를 이뤘으니 이젠 삶의 행복' 이란 목적을 이루기 위해 다른 목표를 세워야 할 때인 것 같다고 충고해 줬어요. 그게 뭐냡니다. (그걸 왜 나에게 물어,,ㅠㅠ. 그건 형이 세워야지)
내가 만일 재물이란 목표를 이뤘다면 난 하고 싶은 게 정말 많을 것 같은데,, 이 형님은 손에 쥘 줄만 알고 풀어 놓을 줄을 모르는게 아닌가 싶네요. 혀가 꼬불어진 이 냥반을 상대로 이걸 설명해 봐야 다시 도돌이표가 되기 십상인 듯 하지만 한 시간 내내 이야기를 들어 줬어요.
" 형, 그렇게 공허하면 한국 와서 나나 좀 도와 줘, 나 죽겠어..ㅠㅠ" 하고픈 생각이 굴뚝같았지만, 삶이 공허하다고 하소연하는 사람에게 차마 그 소린 안나오더군요. ㅋㅋ
암튼 평생 돈만 좇아 가다가 그걸 획득한 사람의 입에서 외로워 죽겠다' 고 나오는 말은 제겐 너무 낯설었어요. 더구나 가정도 있고, 아이도 있는 사람의 입에서 말이죠.
그 형님하곤 20대부터 알고 지냈는데 그 젊은 20대에도 세상 모든 가치는 오로지 돈' 으로 결정난다는 신조를 가진 분이었거든요.
주변에 이런 속 얘기할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게 좀 놀라웠어요. 오죽하면 한국에 있는 저한테 술 잔뜩 마시고 이런 얘기를 할까 싶어 거래처 전화가 와도 그냥 끊고 얘기를 다 들어 줬네요.
저렇게 벌대로 번 사람 입에서 외롭다는 말이 나오는 걸 보면 확실히 돈' 이 최고는 아닌가 보다 하는 평소 생각이 굳어지네요.
추석 즈음엔 한국 오겠다고 하기에 화려하게 노는 것도 좋지만 이번엔 좀 맛있는 밥집 가서 소주나 한 잔하면서 얘기나 오래 하자고 말을 맺었네요.
전화는 끊었는데,, 이 와중에 난 뭔가 하는 자괴감도 들고 허무하기도 하고 진짜 행복은 뭘까 하는 여러가지 생각이 드는 오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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