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를 그 중에서도 특히 7세 미만의 유아들을 키우는 유부남으로서
간혹 느끼는 모순적인 감정들이 있습니다.
이 중에는 많은 분들이 공감할 것도 있고 저 개인만의 것들도 있겠지요.
그런 감정 중에서 가장 큰 것이 아마 귀차니즘과 그리움이 아닐까 합니다.
출근을 하면 문득문득 아들놈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뭐든지 해주고 싶고 얼른 퇴근해서 같이 놀아주고 싶은 충동이죠.
그러나 퇴근하고 아들놈과 대면하는 순간 그 마음은 길어야 1시간 이내에 사라집니다.
예전에 알바로 노가다 뛸 때 보다 더 빠른 속도로 체력이 방전이 되면서
30여 분이 지나고 나면 언제 이 놀이 시간이 끝나나 머리 속으로 시간아 빨리 가라 하고 외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이게 어쩌다 한번이 아니라 매일 같이 그런 감정의 반복이 일어납니다.
또한 지 엄마만 찾을 때는 내가 저런 놈이 뭐가 이쁘다고 이 짓을 할까 하다가도,
어느 순간에는 어떻게 아부를 해야 저 놈에게 사랑을 받을까 고민하고 있는 저 자신을 발견하고는
실소를 할 때도 있지요.
빨리 저 놈이 커서 같이 게임도 하고 당구도 치러 다니고 맥주도 마시고,
같이 여자도 꼬시.......헛.. 싶지만,
또 한편으로는 품 안의 자식이라고 대가리가 커지면 또 그 시절의 내가 그랬던 것 처럼 품을 박차고 나갈 것을 생각하면,
그냥 지금 이 시간이 오래도록 지속되었으면 하기도 하지요.
이제는 제법 무게가 나가는 주먹과 발차기로 때릴 때면,
저 놈이 내 자식인가 남의 자식인가 할 때도 있지만,
또 지 아빠가 아프다고 약 먹는다니 앞에 쪼르륵 달려와 앉아 한알씩 알약을 입에 넣어 주고,
상처에 밴드를 붙여 준다고 지 딴에는 어려운 난이도인 밴드 포장 벗기기 부터 상처에 붙이기 까지의 미션을 수행하는 모습을 보면,
또 영락 없이 피붙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요.
제가 어릴 때는 장난감이란 것이 거의 없었습니다.
물론 책을 워낙 좋아해서 책은 주변에 많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장난감에 대한 추억이 거의 없습니다.
기껏해봐야 중학생 때 새뱃돈 모아서 당시 돈 5만원으로 청계천 세운상가에서
구입한 패미리게임기 정도가 장난감에 대한 추억이었지요.
그래서 그런지 매일 같이 마눌님이 집안에 장난감 천지라고 저에게 타박을 해도,
헤헤 거리면서 장난감을 사들고 옵니다.
거실의 모든 수납장은 죄다 장난감들로 가득찰 정도 이지만,
그래도 이 놈의 구매벽은 멈추질 않네요.
전 어릴 때 배우고 싶었던 것도 하고 싶었던 것도 많았지만,
그렇게 하질 못 했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들 중에서 유일하게 원없이 했던 것은 독서 정도 밖에 없을 정도 였죠.
그래서 그런지 아들놈에게는 하고 싶다는 것은 뭐든지 해주고 싶습니다.
유난히 물을 좋아하고 물을 무서워 하지 않던 아들놈에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2천달러 짜리 수영 개인교습권을 사준 것도,
그 놈이 처음으로 무엇인가를 배우고 싶다고 한 것 이었기 때문이죠.
뭐 그렇다고 아들놈에게 공부 같은 것을 강요할 생각은 없습니다.
제가 경험해 보니 공부란 것은 타고난 것도 있지만 지가 하고 싶을 때 해야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거든요.
아무리 부모가 강요해도 지가 안하면 그만인 것 이고,
온갖 돈질을 해대도 결국 흥미가 없으면 꼴통인 것은 매한거지거든요.
대신 책 읽는 습관 만큼은 강요를 하고 싶습니다.
만화책이라도 좋으니 무엇인가 활자로 인쇄된 것을 읽고 그것에 재미를 붙이게 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이것저것 읽고 이것저것 지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다 보면,
무엇인가 자신에게 맞는 것을 분명히 찾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찾게 되면 누가 강요하지 않아도 그것을 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공부를 하기 마련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마음가짐이 그래서 그런지 이 놈이 아직 까지는 공부에 흥미를 보이지는 않네요.
하는 짓을 보면 간혹 번득일 때가 있는데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습니다.
마눌님이나 저나 서로 바라는 것이 있다면 공부머리는 지 엄마가 아닌 절 닮았으면 한다는 것 ㅎㅎㅎ
암튼 오늘 아침에 출근하는 길에 안방에 들어가 자고 있던 아들놈 뺨에 뽀뽀하는데
귀신 같이 깨서는 이불 속으로 파고드는 아들놈을 바라 보면서
당분간 니 놈 장난감은 없다라고 속으로 외치면서 출근하고는,
이 글을 써 봅니다.
(자유)
민희진 편을 들게 만드는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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