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1940년대 독일과 '한몸'이었던 오스트리아

패전 후엔 "모두 독일 탓… 우린 책임 없어" 변명

親나치 성향 자유당이 참여한 연립정부 결국 붕괴

우파 배격 등 '적폐청산' 바람 새롭게 불지 주목

독일 총통으로 2차 대전을 일으킨 아돌프 히틀러는 원래 오스트리아 브라우나우암에서 태어났다.

오스트리아의 극우성향 정당인 자유당이 참여했던 연립정부가 출범 1년 5개월 여 만에 붕괴하면서 ‘나치의 재집권’이란 혹평은 일단 사라지게 됐다. 자유당은 제2차 세계대전을 전후해 나치 독일에 부역했던 오스트리아 출신 인사들 중심이 돼 1950년대에 만든 정당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그간 과거사 반성의 ‘무풍지대’라는 지적을 받아 온 오스트리아에 적폐청산 바람이 일 것인지 주목된다.

◆'나치 후예 참여' 논란 오스트리아 연정 붕괴

19일 외신에 따르면 오스트리아의 자유당은 창당 이래 줄곧 비주류로 머물다 2017년 총선에서 일약 제3당으로 도약했다. 이어 제1당인 우파 국민당과 2017년 12월 연립정부를 구성함으로써 유럽 최초로 내각에 참여한 극우정당이 됐다.

하지만 국민당을 이끄는 제바스티안 쿠르츠 총리는 18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극우 자유당과의 연정을 파기하고 조기 총선을 치르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부패 스캔들이 불거진 하인츠 크리스티안 슈트라헤 오스트리아 부총리에서 기자회견에서 사임을 밝히고 있다. 그가 이끄는 자유당은 ‘나치의 후예’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따라 알렉산더 판데어벨렌 오스트리아 대통령은 조만간 의회를 해산하고 새 정부 구성을 위한 총선 실시를 명령할 것으로 보인다. 오스트리아는 대통령이 존재하지만 국가원수로서 극히 제한적 역할만 수행하고 실권은 총리한테 있는 사실상의 의원내각제 국가다.

갑작스러운 조기 총선 실시는 자유당을 이끄는 하인츠 크리스티안 슈트라헤 부총리가 사퇴했기 때문이다. 슈트라헤 전 부총리는 정치적 후원을 대가로 정부 사업권을 약속하는 듯한 모습이 담긴 은밀한 동영상이 공개돼 부패 스캔들로 비화했다.

슈트라헤 전 부총리는 극우정당인 자유당 대표답게 잦은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여러 차례 논란을 빚은 인물이다. 따라서 이번 연정 파기 선언은 “아무리 정권을 잡기 위해서라지만 더 이상 극우파를 안고 갈 수는 없다”는 집권 국민당의 결단이 반영된 조치로 풀이된다.

◆너무나 불철저했던 오스트리아의 '적폐청산'

오스트리아는 독일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의 모국이다. 비록 히틀러는 독일 국적으로 활동했고 스스로를 ‘완벽한 독일인’으로 여겼으나 자신이 태어난 오스트리아도 매우 중시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1년 전인 1938년 3월 독일은 오스트리아와 전격 합병을 선언했다.

이때부터 오스트리아의 ‘흑역사’가 시작된다. 오스트리아는 나치가 주도해 일으킨 2차 대전 내내 독일의 충실한 파트너 역할을 했다. 오늘날 자유당의 창시자들이 그 시절 나치당원 또는 독일군 장교 등으로 활동한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유엔 사무총장, 오스트리아 대통령 등을 지낸 쿠르트 발트하임은 2차 대전 당시 독일군 장교로 일했고 유대인 학살에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차 대전이 독일의 패배로 끝난 1945년 오스트리아는 연합국에 의해 강제로 독일에서 분리됐다. 독일과 마찬가지로 미국·영국·소련(현 러시아)·프랑스 4국이 오스트리아를 분할 점령했다. 10년이 지난 1955년 오스트리아는 ‘독일과 절대 합병하지 않고 영원히 중립을 지킨다’고 서약한 뒤에야 비로소 독립국이 되었다.

하지만 이런 흑역사에 불구하고 오스트리아의 과거청산은 매우 불철저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2차 대전 당시 독일군 장교로 복무하며 유대인 학살에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쿠르트 발트하임이 전후 오스트리아 외교관으로 변신해 유엔 사무총장(1972~1981), 심지어 오스트리아 대통령(1986∼1992)까지 지낸 점이 이를 보여준다.

발트하임이 대통령으로 있는 동안 세계 어느 나라도 그를 오스트리아 국가원수로 인정하지 않았다. 외국 정부로부터 그 흔한 국빈 초청 한 번 받지 못해 오스트리아라는 나라 자체가 세계의 ‘왕따’가 됐다는 탄식이 쏟아졌다.

◆대통령·총리, "책임 회피해선 안돼" 한목소리

외신은 “오스트리아에서 나치를 추종했던 과거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 것은 1980년대 이후”라며 “그 전까지는 모든 책임을 독일에 넘기면서 독일에 적극적으로 협력했던 자국 내 나치 부역자들의 행위를 비판하는 것을 회피했다”고 꼬집었다.

극우파 슈트라헤 전 부총리의 몰락, 그리고 극우정당 자유당이 참여했던 연정 붕괴를 계기로 오스트리아에서 나치 적폐의 청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질 것인지 주목된다.

실제로 지난해 독일·오스트리아 합병 80주년을 맞아 오스트리아 정치인들 사이에선 “더 이상 과거사를 외면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판데어벨렌 대통령은 지난해 3월 “인종차별과 반유대주의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며 “오스트리아는 나치의 잔혹 행위에 대해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쿠르츠 총리도 “우리 세대는 나치 시절을 증언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마지막 세대”라며 “오스트리아는 너무나 오래 책임을 회피해왔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선 이번 오스트리아의 연정 붕괴가 곧 있을 유럽의회 선거에서 약진을 노리며 유럽연합( EU )의 주류가 되려고 하는 유럽 각국의 극우 및 포퓰리즘 정당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는다. 당장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오스트리아 사태를 언급하며 “ EU 회원국들이 극우 및 포퓰리즘 세력에 결연하게 맞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hm&sid1=104&oid=022&aid=0003363797

흥미롭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