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랐으면 이제라도 알아야할 근현대사

유머 일일 인기게시물 30

유머게시판

[정보] 몰랐으면 이제라도 알아야할 근현대사

사나미나 2020-01-08 (수) 14:10 조회 : 9434 추천 : 38

대한제국의 운명이 흔들리던 1905년

위로 중국 아래로 일본

그 밖에 영국 미국 프랑스 등

서양 열강이 대한제국을 위협하던 그 때

1905년 황성신문에는

사시사철 따뜻하고 뜨거운 밥을 주는 부자 나라에서

4년 동안 지낼 농부들을 구한다는 광고가 게재된다.

힘 없고 땅 없고 갈 곳 없던 1033명의 한국인은

대륙식민회사(일본이 차린 이민회사)에 줄을 서고

1905년 4월, 영국 배 일포드호에 몸을 싣는다.

1033명의 한국인이

여객 시설도 없는 화물선에 구겨진 채

약 40일간의 항해를 마쳐 도착한 곳은 멕시코.

그 중에서도 에네켄으로 유명한 유카탄 반도였다.

한국어로 용설란이라고 하는 에네켄은,

선박용 밧줄(로프)를 만드는 최적의 재료로서

서구 열강이 항해를 통해 세계로 뻗어나가던 그 당시

없어서 못파는 물건이었다.

에네켄은 특히 덥고 건조한 멕시코에서 잘 자라는데,

당시 에네켄의 공급은 수요에 미치지 못했고

에네켄을 수확할 인력도 턱없이 부족했다.

(에네켄 농장)

영국인 이민업자였던 존 G. 마이어스(메이어즈)는

이 소식을 듣고 한국인들을 모집해

멕시코 에네켄 농장에 노예로 팔아 부를 챙겼다.

멕시코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지만

더 나은 삶을 꿈꾸며 40일을 바다건너 온 한국인들은

영문을 모른채 22개의 농장으로 뿔뿔이 흩어졌고

에네켄을 수확하는 노예로 살게 된다.

에네켄은 선인장처럼 가시가 있어

수확하면서 다치는 사람이 많았고,

일부는 농장에서 죽고 일부는 도망가다 죽었으며

소수는 미국으로 가거나 아예 주저앉아 살게 되었다.

영어는 물론 스페인어를 할 줄 모르고

본인들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 수 없던 한국인들은

조국에 다시 돌아올 방법이 없었다.

4년만 지내고 돌아가려던 계획은 물거품이 된 채

그저 농장주의 횡포와 강제 노동에 시달렸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에 앞서 진행된 하와이 이민의 경우,

한국 외교부 - 미국 외교부 국가 차원에서 이루어져

그나마 나은 환경이었지만

멕시코 이민은 한국과 멕시코가 교류도 되지 못한 상태에서

일개 영국인이 진행한 사업이었기 때문에

국가에서 전혀 알지도, 막지도,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지도 못했다는 것이다.

이후에 고종 황제가 이 소식을 듣고

국민들을 빨리 송환하라고 명령했지만

윤치호 외부협판(차관급)의 멕시코행은

일본의 방해로 좌절되었다.

이렇게 잔혹한 핍박을 받은 멕시코 이민 1세대는

이후 1962년 두 국가가 정식 수교를 맺으며

보다 나은 삶을 살게 되었고

현재 한인후손회를 조직하고

그 뿌리를 이어나가고 있다.

그러나 멕시코 이민 사건은

사실 근현대사 교과서에서 보기 쉽지 않다.

대신 대중문화에서 이 내용을 다루는 작품들이 있는데

문학으로는 김영하 작가가 소설 <검은꽃> 을 출판하여

2004년 동인문학상을 수상했고,

영화로는 장미희 주연의 <애니깽> (1997년 작) 이 개봉하였으며

동명의 뮤지컬로도 제작된 바있다.

* 애니깽은 에네켄의 또 다른 발음으로,

멕시코 이민 1세대를 의미하기도 한다.

사나미나 게시물보기 구독

★ 추천은 작성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
◇ 댓글은 댓글만 확인하는게 어려워져서 일일이 모두 확인 불가능합니다. ◇
※ 악성댓글 및 비방댓글은 차단&신고합니다. ※
☆ 일베 자료는 쪽지로 알려주세요. (쪽지 확인하면 바로 삭제하겠습니다) ☆
☆ 중복일 경우 쪽지로 중복주소 알려주세요~ (확인 후 없애버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