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vs 우한폐렴

우한폐렴이란 주제로 불타는 게시글을 보았습니다.
거기에 댓글을 달아보려 하다가 내용이 좀 길어져서 그냥 글을 적는게 낫겟다 싶어서 글로 옮깁니다.

1.코로나19라는 명칭에 대해

이 명칭은 WHO의 권고사항입니다. WHO가 국제기구긴 하지만 명칭에 대해 강제할 권한은 없으니까요.

질병 이름에 특정 지역 및 국가명칭이 들어가는 것은 차별적이란 의견이 있었고, WHO가 이를 수용하여 생긴 권고사항입니다. 이러한 권고가 생긴건 코로나 발생 이전인 2015년입니다.

메르스때도 WHO는 명칭을 바꿀 것을 지속적으로 권고했었습니다. 

다만 당시엔 지금처럼 오랫동안 질병이 유지되지도, 널리 확산되지도 않고 비교적 빨리 사그라들어서 명칭에 대한 문제를 그냥 흐지부지 넘어갔었죠.

2.우한폐렴이란 명칭에 대해

현재 대부분의 언론은 코로나19라는 명칭을 공식적으로 사용합니다. 

발병 초기에는 우한폐렴과 혼용해서 쓰였지만, 지금은 코로나19라는 명칭이 고착화되었지요.

명칭이 확정된 이후 우한폐렴이란 명칭을 쓰는 경우는 대부분 중국에 대한 책임을 강조하고 싶을 때였습니다.

미국 언론에서 중국을 때릴때, 혹은 한국 언론에서 현 정부를 공격하고싶을때 대체로 이 명칭을 애용했습니다.

왜냐면 코로나 사태 초기, 우리나라 정부는 중국인 입국금지가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하여 그들의 입국을 막지 않았고, 언론은 이를 집중적으로 공격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코로나19의 발원지가 중국, 그중에서도 우한이란걸 끝없이 강조할 필요성이 있었고 그래서 우한폐렴이란 명칭을 종종 썼습니다.

불과 2년쯤 전의 일이니 당시 언론에 관심이 많았던 분들은 기억하실겁니다.  그리고 중국인 입국금지 조치의 효과는 유럽이나 미국이 잘 보여주었죠.

이후 인터넷 상에서는 우한폐렴이란 명칭에 대한 찬반논쟁이 여러차례 벌어졌습니다.

대표적으로 모 아이돌이 인스타에서 우한폐렴이란 명칭을 썼다가 논쟁이 생겼던 사태를 들 수 있겠죠. 

이 사건으로 그녀는 보수와 일베를 대표하는 아이돌이 되었고, 아직도 그 일이 종종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그 당시의 분위기를 기억하시는 분이라면, 우한폐렴 vs 코로나19 라는 명칭의 대립에 정치적 요소가 강하게 녹아들었음을 인지하고 계실겁니다.

이미 불판이 열린 글에서도 우한폐렴이란 명칭에 화내면 대깨문이냐고 비아냥거리는 댓글이 종종 보입니다. 

이것만 봐도 이 명칭의 문제는 이미 과거에도 그러했고 지금까지도 정치적 쟁점이 섞인 사안입니다. 

따라서 이 명칭에 대한 찬반을 단순히 중국에 대한 호오로 규정짓는 것은 언어도단입니다. 

이 명칭에 화를 낸다고 조선족이냐고 하는건, 달을 보지 못하고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 보는 것과 다를바 없습니다.

3.중국에 대한 혐오.

저는 솔직히 말하자면 중국을 싫어합니다. 중국인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일본보다는 약간 낫습니다만 그래도 그게 좋아한단 의미는 아니죠.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정 국가와 민족을 대놓고 혐오하고, 이를 공공연히 드러내는 행동은 별로 좋은게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누군가는 중국은 혐오당해도 싸다, 착짱죽짱 뭐 이런 말씀들을 하시겠습니다만...혐오는 언젠가 반드시 나에게 다시 돌아옵니다. 

이 세상에는 완전무결한 존재가 없기 때문입니다.

중국에 대한 무차별적인 혐오를 긍정하게 되다면, 우리는 언젠가 대한민국이 혐오받는 것도 긍정해야 될 순간이 올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잘못한게 없는데 왜 혐오를 받느냐? 라고 말씀하실 수 있겠습니다만 아까 말했듯 완전무결한 존재는 없습니다.

우리 또한 얼마든지 미움과 혐오의 대상이 될 수 있지요.

저는 일본에 혐한서적이 버젓이 코너까지 차지해서 판매되는걸 보면서 굉장히 후안무치하고 미개하다고 생각합니다.

독일이 유태인을 마구잡이로 납치하여 가스실에서 죽여버린 역사를 보며 끔찍하다고 생각합니다.

특정 국가와 민족에 대한 혐오와 분노, 욕설이 한발짝 더 나아가면 일본의 혐한서적 코너가 됩니다.

그리고 거기서 한발짝 더 나아간 자들이 힘과 권력까지 쥐게되면 그것은 유태인에 대한 홀로코스트가 됩니다.

인간이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과거에서 배우기 위해서입니다. 

우리나라 역사건, 남의나라 역사건 말이죠.  

야근중에 시간이 남고, 간만에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서 글을 적어봤는데 어찌될지 모르겠군요.

여기도 불판이 벌어질지, 그냥 묻힐지.

솔직히 그냥 묻혔으면 좋겠단 생각도 합니다. 한살두살 나이먹을수록 괜히 인터넷에서 누구랑 댓글로 싸우는게 참 피곤하더라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이렇게 못참고 글이나 댓글을 끼적대는걸 보면 저도 아직 철이 덜든거겠죠.

이 글을 보고 이새끼도 짱깨네, 대깨문이네 하셔도 별 상관없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여러모로 실망한 부분이 많은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아직 그에 대한 한가닥의 지지가 내 안에 남아있는 것도 사실이니까요. 

그걸가지고 대깨문이라 하신다면 그냥 대깨문 소리 듣고 말겠습니다.

그러니 욕을하건 뭘 하건 마음대로 하셔도 좋습니다. 이 글 이후로는 여기에 따로 댓글도 안달겁니다.

괜히 핏대세우고 싸우고싶지 않군요. 그거 아니어도 이미 사는거 겁나 빡세고 피곤합니다.

다만 그래도 이 글을 읽고 한번이라도 좋으니, 혐오나 미움, 증오나 분노같은 문제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어느 방향으로건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