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마지막 후기라고 남겨놓고서… 짧은 이야기 거리가 남아 어쩌다보니 또 다시 후기를 남기게 됩니다.
기분도 속상하고 러시아에서 만난 친구들 집에 초대받아 보드카를 마시며 놀다가 새벽이 되서 숙소에 돌아오니 입구에 어디서 많이 본듯한 실루엣이 보이더군요.
네 맞습니다. 그분이셨습니다.
혹시나 해서 가까이 가보니 저를 보자마자 안겨서는 미안하다고 펑펑 우시더군요.
좀 당황스럽긴 했습니다.
사실 끝이 그리 아름답진 못했거든요…
일이 터지고 그분이 술에 취하셔서… 좀 험한 말들과 함께 절 많이 원망하는 문자를 저에게 보내셨었습니다.
뭐 저는 그런거에 반응해봐야 서로 좋을것 없어 그냥 대꾸 안했었구요.
그분은 다른 말 없이 저에게 안겨 미안하다고 울기만 하셨는데…
자존심 강한 그분이 사람 한명 없는 새벽에 숙소 앞까지 찾아와서 미안하다고 하는 것이 무슨 뜻인지 대충 짐작할 수는 있어 말 없이 그분을 꼭 안아주었습니다.
(자존심에 연락은 못하고 바보같이 추운데 밖에서 무작정 기다린더 같더군요. 철문은 키카드가 없으면 안열려서 못들어감)
사실 저도 최선을 다해 미련 없다고는 했지만 많이 보고 싶었거든요.
잠시후 그분은 눈물을 멈추더니 자기가 번역해놓은 장문의 문자를 보여주셨습니다.
내가 못되게 군거 미안하다. 나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했다. 내가 원래 내성적이고 다른 이애게 마음문을 잘 못연다. 그런데 이상하게 너에게 너무나 쉽게 그리고 빠르게 열린 마음의 문때문에 너무 혼란스러웠고 두려워서 더 예민하게 군거 같다.
뭐 대충 이런 이야기였습니다.
조금은 솔직해진 그분의 이야기를 듣고나니 그분의 심정이나 상황도 점점 이해가 가서 그분에게 알았다고 이렇게 사실대로 말해줘서 고맙다고 다시 한 분 꽉 안아드리자 다시금 펑펑 울기 시작하시더군요.
하지만 그분은 끝끝내 가지말라는 소리는 하지 않으셨습니다.
아마 그부분도 제 사정을 알고 미안한 마음에 하지 못한거겠죠.
(여행계획이 많이 틀어지고 이로 인해 문제가 조금 있었었음)
그러시면서도 제가 이 도시를 떠나도 행복했던 그 순간은 아마 절대 못잊을거라며 자신이 만든 팔찌를 하나 주셨습니다.
사실 저는 피부트러블로 악세사리를 일체 하지 못하지만 그분이 울면서 절 위해 만들었을 생각하니… 고맙고 기특한 마음에 바로 팔찌를 착용햌씁니다. 팔찌가 조금 작긴 했지만 또 정확하게 딱 저에게 맞더군요.
(원래 스트레스 심하면 뭔가 부시면서 스트레스 푸시는데 비즈구슬 부시려고 샀다가 저 생각나서 만드셨다고 함)
그렇게 팔찌를 차고 다시금 제 생각과 현재의 상황 그리고 해결점에 대해 잘 이야기를 하자 드디어 타협점을 좀 찾을 수 있었습니다.
뭐 결론을 말씀 드리자면, 저는 원래 하루 뒤에 다른 나라로 떠나기로 했었지만, 일주일만 더 러시아에 머물러볼 생각입니다!
(숙소는 일단 그대로 호스텔에서 지내기로 함)
사실 저도 그분과 만나면서 데이트와 여행, 그리고 여행자와 애인 그 중간에서 많이 혼란스럽고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는데…
남은 일주일간은 여행은 잠시 접어두고,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그분 생애 가장 행복한 일주일을 만들어드리기 위해 노력해 볼 생각입니다.
참 일이 알수없게, 한편으론 재밌게 돌아가는데…
사실 그분과 저는 성향이 정 반대라 안맞는 부분이 더 많은데도…
마음 한켠으론 이게 정말 인연이란 건가라는 헛된 희망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기도 하네요…
진심은 먼 타국 러시아에서 결국 통하나 봅니다!
남은 일주일은 저를 위해서가 아닌 그분을 위해서 정말 최선을 다해 보내고 떠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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