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많은 분들의 응원 덕에 좀 더 용기를 내어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어제는 제법 신기한 경험들이 있어서 적어보려 합니다.
그분과 다시 재회를 했지만, 여전히 그분은 자신만의 시간과 공간이 필요했기에...
저는 그분이 원하실때만 그분을 만나기로 했습니다.
어제는 그분이 어머니를 만난다고 하셔서 저는 제 할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밤 11시 40분쯤 되서 술에 조금 취하신 그분께서 저에게 연락이 오더군요.
'엄마와 사랑과 인생에 대해 이야기 중이다'
저는 모녀의 대화가 방해될까 좋은 시간 보내~ 정도로 대답하고 제 할일에 집중하고 있었는데..
잠시후 다시 연락이 왔습니다.
'너는 날 왜 사랑해? 나는 정말 못난 사람인데...' 라는 질문이 오더군요.
사실 일단 그분은 너무 예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외모 칭찬부터 하는 것은 정답이 아닌것을 잘 알고 있기에 어떻게 대답을 해야할까..
머릿속에 떠오르는 백만가지 이유중 최고의 답변을 고르고 있었는데...
그분이 갑자기 그러시더군요.
'너는 왜 나한테 사랑한다고 말 안해? 나는 너한테 하트 이모지도 보내고 그러는데...'
사실 저는 연애를 하더라도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하는 편은 아닙니다.
정확하게는 남발하는 것을 싫어하는 편이고 절제하는 편입니다.
이전에 <클로저>라는 영화에서 나탈리 포트만이 했던 대사가 너무 공감되고 뇌리에 박혀서...
(Where is love? 로 시작하는 대사)
아무튼 이러한 이유로 애정표현은 많이하지만, 사랑한다고는 좀처럼 쉽게 말하지 않는 제가 좀 불만이신거 같더군요.
그러시면서도 그분은 '나는 그런 너가 너무 미운데.. 지금 너가 너무 보고 싶어'라고 하시더군요.
(그분은 장난반 진담반인지 I hate you라는 말을 자주 하심)
그래서 호스텔에서 잠자려고 준비중이었지만, 바로 채비를 해서 숙소를 뛰쳐나갔습니다.
남은 1주일은 그분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될수 있게 노력하기로 다짐했으니까요!
다행히 시간은 밤 11시 50분이었고, 지하철은 12시까지 운영을 하고!
역까지는 걸어서 15분정도니 뛰어가면 가능할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날이 따뜻해서 눈이 녹았다가 밤이 되어 다시 추워진 탓에 빙판길이 더군요...
결국 마지막 지하철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설상 가상으로 심카드 충전금액은 바닥이 나버리고.... 그분과 연락을 하려면 다시 호스텔에 돌아가서 와이파이를 사용해야하는데...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마침 택시가 보이길래 일단 잡아탔습니다.
(다행히 주소는 구글 지도에 몇번찍어서 알고 있었음)
기사에게는 대충 지도 보여주면서 여기로 가달라고 했더니 어떻게 알아듣고 출발을 하더군요.
세르지(?)라는 기사님이었는데, 숨을 헐떡거리는 절 보더니, 어디서 왔냐고 묻더니 대화를 걸더군요.
제 폰은 먹통이라 번역기 사용이 힘들어 "나는 러시아어를 못한다. 미안하다"라고 대화를 거절했는데...
기사님은 번역기를 이용해서 적극적으로 저에게 말을 걸어오셨습니다.
그렇게 자정쯤 그분 집으로 향하는 택시안에서 세르지랑 많은 대화를 했습니다.
내가 러시아에서 만난 여자친구를 만나러 가는 중이다. 나는 며칠뒤에 이곳을 떠나는데, 그녀가 지금 내가 많이 보고 싶다고 한다.라고 했더니... 막 엄청 좋아하더군요.
전형적인 러시아 상남자처럼 생긴 사람이 그런 소녀같은 리액션 보이니까 좀 웃기긴 했습니다.
아무튼 어쩌다보니 번역기로 세르지랑 제 연애 이야기도 하고 이미 기혼자인 세르지에게 조언도 들으며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제가 급하게 나오는 바람에 현금이 든 지갑을 안가지고 나온 것입니다...
외국에서는 소매치기 조심하라 그래서 현금지갑, 카드지갑 각각 가지고 다니는데...
러시아 택시에서는... 제 카드가 작동을 안하는 겁니다..(식당이나 마트는 됐음)
화기애애하던 분위기가 한순간에 좀 싸해졌습니다...
그분은 절 기다리고 있고, 제 스마트폰은 먹통이고,, 현금은 없고....세르지는 무섭게 생겼고...와 진짜 멘붕 직전이더군요.
근데, 세르지가 갑자기 번역기에 뭐라고 뭐라고 말을 하더군요.
세르지가 한 말은 "오늘 밤 꼭 그녀를 행복하게 해줘라. 만나서 반가웠다 한국친구" 였습니다.
그리고는 내리라고 손짓하더니, 차를 돌려 빵빵빵 크라션을 세번 울린 다음 창문을 내리고 절 보며 해맑게 웃으며 손을 흔들며 그렇게 쿨하게 그는 떠났습니다.
정말 고마우면서도 황당하더군요. 택시에서 나눈 대화로는... 세르지는 본래직업이 있는데... 돈이 더 필요해서 투잡 뛴다고 들었는데...
이제 남은 해결과제는 그분과 만나는 것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연락을 취할때 그분이 어머니 바래다드리고, 밖에서 절 기다린다고 했거든요..
도착하면 연락하라고, 근데 지하철역은 이미 문을 닫았고, 날은 춥고 술에 취한 그분이 조금 걱정이 됐습니다.
그분 집앞에서 기다리고 싶어도 철문을 통과해야하는데 열쇠가 없거든요...
그런데 제가 고민하고 있던 그 순간 누가 막 뛰어와서 저에게 안기더군요.
그분이었습니다. 그분이 진짜 붕~ 점프를 뛰어서 안기는 바람에 제가 미끄러져서 눈밭에 넘어졌는데...
그분은 제가 와서 너무 좋다며 절 껴안고 뽀뽀세례를 퍼부으며 눈밭에 막 굴러 다니셨습니다.
알고보니, 세르지가 떠날때 울린 크락션 소리를 듣고 뭔가 저일거 같아 왔다고 하더군요.
일이 잘 풀릴라니까 이렇게 풀립니다...
세르지 덕분에 저는 그분 집에 무사히 입성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분께서 제가 문을 열고 들어가자 마자 제 바지를 보더니 잔소리를 하시더군요! 왜 이렇게 바지가 더렵냐!!!
(제가 마트에서 야식을 산 짐을 들고 있어서 먼저 들어감)
저는 몰랐는데, 제가 지하철에 뛰어가던 탓에 아주 바지 뒷편이 난리가 났더군요...
그분께서는 제 바지를 강제로 벗기셨고, 저는 그분이 주신 옷으로 갈아입었습니다.
그분은 조용히 화장실에서 제 더러운 바지를 빨고 계셨구요.
갑자기 조금 눈물이 울컥했습니다.
이사람은 뭔데 12시가 넘은 시각에 내 바지를 빨고 있는거지... 날 봤다고 왜이렇게 좋아하는거지?
고마운 마음에 빨래를 하고 있는 그분 등뒤로 가서 꼬옥 안아드렸더니..
그분이 늦은 밤에 자기에게 와줘서 너무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말하시더군요.
널 만나고 처음 느끼는 감정과 경험들이 너무 많다면서, 누군가 자신을 위해 이렇게 열심히 뛰어와줄줄은 몰랐다면서 말이죠...
저도 이번에는 참지 않고 그분 등 뒤에서 사랑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언젠가는 결국 떠나야 하는 입장이라 "사랑한다"라는 말이 더더욱 조심스러웠는데...
이번에는 말하지 않고는 참을수 없겠더군요. 꼭 해야만 했구요.
이제 4일 남았습니다.
세르지를 포함해, 많은 분들의 응원과 조언 덕분에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게 아닌가 싶습니다!
남은 4일 조금 더 진실된 마음으로 그리고 열정을 다해, 이 추운 러시아의 겨울 속에서 따뜻한 추억을 만들고 저는 떠나도록 하겠습니다!
저도 저한테 이런 동화같은 일들이 자꾸 벌어져서 너무 당황스럽습니다!
하지만 이 겨울 동화는 꼭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짓고 싶네요!
감사합니다.
내일도 행복한 하루되세요!
*사진은 제 바지 빨아주시는 그분입니다.
(자유)
사직서낸 의사들 사직서 수리 왜 안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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