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론의 부상

기본적인 배경은 여권 신장 혹은 페미니즘이라는 이름의 역차별이 선을 넘은 것에 있습니다.

방금 검색해보니 성재기라는 사람이 사망한게 벌써 8년전의 일입니다. 당시만 해도 페미니즘에 대한 공격은 못난 남자들의 점잖지 못한 열등감 정도로 치부되던 시기였습니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났고, 지금은 그 인식이 많이 변한 상황입니다. 10~20대의 남성들은 페미니즘이라면 치를 떨 정도로 혐오를 하는 상황이지만, 현재까지 국가의 정책 결정에 영향력이 없던 그들의 의사는 소위 말하는 X86 세대의 페미니즘에 대한 인식에 밀려 여태까지 무시당했고, 그 필두에 자리했던 여성가족부의 행태에 반향으로 30~40대에게까지 반페미니즘에 대한 공감대가 펼쳐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남녀갈등이 심화되는 동안에도  평범한 남성들은 이념이나 사상 갈등보다는 평범하게 가정을 꾸리고 소박한 행복을 영위할거라는 믿음을 버리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각종 커뮤니티에 유머글 처럼 퍼지던 기혼 남성의 실종된 권위에 대한 글들과, 여성시대나 맘카페, 네이버판 같은 여초 커뮤에 올라와 여기저기 퍼지던 일부 여성들의 떳떳하지 못한 고백글이나, 남편을 사람 대접도 안해주는 듯한 글을 통해서 그런 평범한 남성들에게는 불안감이 싹트고 있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그런 글들을 남성판 82년생 김지영 처럼 하나의 이야기로 정리한게 바로 설거지론이죠.

82년생 김지영이 소위 말하는 페미니스트의 경험과 기억을 바탕으로 페미니즘의 교과서가 됐을까요? 그게 그들에게 교과서가 된 이유는 여러가지 설명할 수 없거나 받아들이기 싫은 감정에 대해 정당성을 부여하기 때문입니다.

설거지론이 갑자기 퍼진건 마찬가지 이유로, 남성들이 느끼던 불안함과 현재 페미니즘에 대해 느끼는 이해할 수 없는 요소들을 어느 정도 설명해주기 때문입니다.

설거지론을 요약하면 그 내용은 이렇습니다.

[나는 가장으로써 가족을 위해 헌신하지만 돌아오는건 나에 대한 가족의 사랑이 아닐 뿐더러 사람 취급도 제대로 못 받는것 같다. 왜 그럴까? 사랑 없는 결혼이기 때문이다. 왜 사랑이 없는가? 나는 사회가 요구하는 결혼 적령기 남성의 자격을 충족하기 위해 많은 희생과 노력을 통해 그것을 갖추고 결혼에 성공했지만, 나의 아내는 그런 나의 자격만을 보고 나를 배우자로 선택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사랑 없는 결혼이라는 명제가 많은 것을 설명해줍니다.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결혼했기에 사랑해주지 않는 것이고, 그런 사람의 아이를 낳았기에 육아에 충실하지 않으며, 그런 사람의 가족이기 때문에 아내는 시댁과의 갈등을 겪는 것이다.

그리고 결혼 자격을 갖추기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한 가장은 남녀관계에 능숙하지 않기 때문에, 아내에게 주도권을 빼앗기게 되고 그 중에 핵심인 경제권을 넘기는 순간, 자신의 노동의 대가에서 불과 몇%의 용돈만이 자신에게 보상으로 돌아오고, 나머지는 자기 것이 아니게 된다.]

정답이 아닐 수 는 있으나, 오답이라고 단정 지을 수도 없는 이 이야기가 일파만파 퍼지면서 계속 살이 붙고, 발전을 하고 있는게 지금의 상황입니다.

그리고, 10대 20대 남성들은 지난날 반페미니즘과 비혼주의에 대해 열등감 덩어리로 치부하며, 조롱하고 상대적으로 우월감을 느끼던 한 세대의 위의 기혼 남성들에 대한 반발과 연민, 조롱 등을 압축 시켜 퐁퐁남이라는 단어로 정리를 한게 현재 상황입니다.

이런 논란에 대해서 공감을 강요할 필요도 없고, 누군가가 느끼는 공감을 억지로 부정하는 것도 옳지 못하다는게 제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