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는 지난 리그 글로벌 서버에서 시작했고, 이번 리그에 정착한 뉴비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아이템 보는 눈이 고인물에 비해 어두울 수 밖에 없고,
그러다보니 템을 까서 추려서 파는 것보다, 카오스 레시피에 의존해서 게임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 효율이 그렇게 나쁜게 아니다. 하루에 카레만으로 60카 이상 벌기도 한다.
쿼드창고에 때려박아 놓고 한쪽 창고에 74미만 템을 넣어 둔후, 74짜리 하나 먼저 컨택하고
나머지로 맞추는 식으로 하면 시간도 많이 걸리지 않을 뿐더러 카오스를 버는 효율도 그리 나쁘지 않은 편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레벨은 92렙 사이클론 슬레이어인데, 야생 엑잘은 5개, 엑잘급 템은 두개밖에 먹어보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폐지 모아 스타포지도 중저급으로 구해서 잘 쓰고 있다.
아직 코어템을 다 갖춘 것은 아니지만, 우버엘더까지 혼자 잡은 상태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금도 카레를 한다.
스타포지를 구할 때까지 엑잘을 딱 1개 먹었다.
1엑잘짜리 장갑을 하나 먹었었고, 나머지를 카오스 모아서 스타포지를 샀다.
그 바람에 카오스가 1400개에 육박한 적도 있었다.
나는 장사도 잘 할 줄 모른다. 그냥 쌩으로 모은거였다.
각종 커런시를 모두 카오스로 환전햇다가 그걸 다시 엑잘로 환전해서 스타포지를 샀다.
그렇게 스타포지를 샀을 때의 충만감은 말로 다 설명하지 못한다.
3. 이제 리그가 시작한지 25일 정도 지났다.
이번 리그는 유난히 카오스가 싼 리그라고들 한다. 그래서 그런지 카레의 가치도 조금 퇴색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더구나 수십, 수백 엑잘로 다음 캐릭 추천받는다는 사람들 보면 뭔가 교차하는 양가감정을 느낀다.
정말 운이 좋아 헤드헌터나, 미러를 몇개 먹지 않고서야, 어찌 저 많은 돈을 모은 사람이 다음 캐릭을 추천 받고자 할까?
나처럼 지금 가진 모든걸 털어도 15엑잘도 안 되는 사람도 그간 캐릭터 키운 깜냥으로 다음 캐릭터 정도는 탐색해 나갈 수 있는데...
괜한 질투심에 현질한 사람일거야라고 애먼 사람을 잡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저렇게 쉽게들 돈을 모으는데 폐지 모아 카레 하는게 부질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4.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다시 카레를 한다.
그들은 그들의 방법이 있고, 나에겐 나의 방법이 있을 뿐이다.
물론 현질은 게임 내 경제를 망친다.
그렇지만 게시판에 올라오는 상당수의 글이 자랑글이고 실력도, 시간도 부족한 사람이 그렇게 앞서 달려간 사람들과의
갭을 좁힐 수 있는 수단은 오지는 쌔뽁 아니면 현질 뿐이다. 그 유혹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리고 산 사람이 있으면 판 사람도 있을건데, 주로 파는 사람들이 초기에 앞서 달려간 후에 사람들로 하여금 질투심을 유발하고,
그 질투심을 부추겨 템 장사를 하고, 그렇게 번 커런시를 현질러에게 파는거니.. 어찌 보면 현질러는 좀 피해자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기에 나는 현질러를 비난하지 않는다.
그들 때문에 물가가 오르긴 하지만, 그건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어차피 몇개월 있으면 초기화 되기에... 내가 즐기고자 하는 만큼 즐기면 된다.
2캐릭 정도 키워 엔드컨텐츠 맞보면 충분한 것 아닌가?
그렇기에 나는 다시 카레를 한다.
조금씩 아이템 보는 눈을 키우고, 컨텐츠들을 배워나간다.
5. 제목으로 돌아가 카레 유감이라고 한 것은...
카레가 귀찮고 너무 싸서 별 의미 없다는 식의 발언들 때문이다.
사실 나는 이 발언들이 현질을 부추긴다고 본다.
그렇게 폐지 주워봐야 엑잘급에서 노는 나와는 물이 다르다라는.... 마인드다..
어쩌면 이게 인싸마인드일지는 모르겠는데, 그 사회에 그다지 좋은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
카오스가 싼 이유는 카오스가 많이 풀렸기 때문이다.
그 얘기는 다수가 성실히 카오스를 벌어 시장에 내놨기 때문이다.
6. 국부론에 보면 이런 얘기가 나온다.
가난한 농부가 자기 먹고 살려고 정말 열심히 일한 나머지 자기가 먹고 남을 만큼 감자를 수확하게 되고
그렇게 남은 감자를 시장에 내 놓음으로써 부가가치가 발생하고 이것이 국가가 부유해지는 길이라는 내용이다.
잉여가치의 발생은 성실한 노동력을 기반으로 하고, 그 기반 위에에서만 자본가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자본가는 이 잉여가치를 우습게 여긴다.
자기의 자본이 자신의 재주만으로 형성된 거라는 얕은 믿음에 빠지곤 한다. 그것은 미신과도 같은 경지여서
너무나 맹신하게 된 나머지 감자를 수확하는 농사꾼의 가치를 절하한다.
7. 가끔 엑잘 하나 못 먹어봤다는 글들이 보인다.
징징은 과학이라며 엑잘 하나만 달라고 글을 쓰는 사람들을 보면
나는 그들의 수고를 생각하곤 한다. 그들이 모아서 팔았을 카오스가 이 시장을 형성하리라 넌지시 가늠해 본다.
나 역시 그들 중 한명일 뿐임을 잊지 않는다.
8. 우린 그런 존재인가 보다.
게임을 하면서도 잠깐의 기회가 생기면 나르시즘에 빠지는 존재인가 보다.
나도 헤드헌터 먹어서 졸부가 됐더라면 그들처럼 노는 물이 다르다는 인식을 갖게 될까?
다 부질 없는 생각이다.
나는 그저 오늘도 카오스를 모은다.
하루에 100카오스 정도면 족하다. 그러다 엑잘이라도 하나 먹으면 계라도 탄듯 좋아한다.
갑자기 맵에 3카오스 쓰는게 그다지 부담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9. GGG가 나같은 사람이 엄청 많을 줄 알고 카레를 만들어 놓은 것 같다..
드럽게 고마운 쉐키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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