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어 2가 불편한 이유 (약스포)

사람에게는 누구나 기본적으로 파괴에 대한 욕구 가 있음.

게임은 이런 부분을 자극하고, 나아가 해소 시켜주기에 좋은 수단임.

하지만 문명화 된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은  ' 파괴라는 행위를 경계해야 함' 을 꾸준히 교육 받음.

때문에 게임은 그 행위에 대한 정당성 을 부여하고 결과에 따른 죄책감 과 같은 불편한 감정들을 배제하기 위해 특별한 장치 를 만듬.

그게 바로 몬스터 , 절대 악 혹은 라오어와 같은 아포칼립스 세계관에서 나오는 좀비 와 같은 설정임.

이렇듯 사람들은  현실에서 해소할 수 없는 욕구 를 가상세계 속에서 불편한 감정들 없이 해소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게임을 원함.

거기에 더해 적당한 계몽적 메시지 까지 담을 수 있다면 작품성까지 챙기는 갓겜이 되는 것이고.

그리고 그 갓겜의 칭호를 쟁취한 게임 중 하나가 라오어 1탄임.

좀비건 같은 인간이건 다 때려잡으면서도 부성애 라는 따뜻한 메시지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불편한 감정을 줄임.

또한 그 과정속에서 서로의 입장이 모두 이해가 갈 만 한 스토리 텔링까지 받쳐줬으니, 갓겜이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았음.

하지만 이번 라오어 2탄은 다름.

애초에 포커스를 잡은 메시지부터가 복수가 낳는 파멸 이었기에 복수, 파괴의 행위가 갖는 부정적인 면 이 부각됨.

따라서 유저들이 파괴, 복수로부터 얻기를 바라는 짜릿함 과 통쾌함 과 같은 긍정적인 면은 그만큼 줄어들게 됨.

이런 불편한 메시지를 게임의 엔딩에 몰아 넣었다면, 게이머가 느낄 불편한 감정들이 짧은 플레이 타임에 집중되어 조금은 나았을 지도 모름.

물론, 라오어 2탄은 그렇게 스토리를 구성하지 않았음.

오히려 에비와 엘리의 플레이 타임을 지속적으로 교차시킴으로써 게이머로 하여금 불편한 감정을 게임 내내 안고 가도록 강제함.

뿐만 아니라 '누구나 저마다의 사연이 있다' 라는 메시지를 담은 각종 쪽지들을 게임 곳곳에 배치함으로써 불편함을 주기적으로 일깨움.

그렇다고 해서 게이머가 모두가 파멸로 치닫게 될 복수가 아닌 다른 선택을 취할 수 있는  자유도 를 쥐어 준 것도 아님.

결국 게이머는 파멸이 기다리는 강제된 행로 를 욕구의 해소는 커녕 불편한 감정만 가득 끌어안은 채로 나아가야 하는 것임.

게임을 통해 얻기를 기대했던 짜릿한 파괴 행위 와 후련한 복수 , 시간 낭비로 여기지 않을만한 적당한 교훈 이 아니라,

찝찝한 파괴 행위 와 허탈한 복수 , 그리고 플레이 내내 성가실 정도로 들려오는 듣기 싫은 훈계 만 얻은 것.

PC 적인 요소는 그런 불편한 요소 중 하나인 곁가지에 불과할 뿐, 라오어 2는 게임 전체적인 설계부터가 틀려먹은 것임.

결국 전작의 영광과 그에 따른 기대감은 오히려 더 큰 기폭제가 되어, 라오어 2는 온갖 조롱과 비판의 중심에 서게 됨.

우리가 게임에게 바라는 것은 순수 문학에서 찾을 수 있는  현실을 꼬집는 거창한 통찰력 같은 게  아님.

제발 이번 라오어 2 사태를 계기로 전세계의 개발진들이 그 점을 깨닫기를 바람.

게임은 게임답게, 제발 초심을 지켰으면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