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 살면서 그들을 직접 느끼고,

또 인터넷이나 주변에서 들리는 베트남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어느 정도 많은 이들이 베트남에 대해 몇 가지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 편견에 대해서 몇 자 적어볼까 합니다.

1. 치안.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치안이 좋은 나라에서 살기 때문인지 몰라도,

소위 개발도상국인 베트남의 치안에 대해서 굉장히 안좋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면 실제 베트남의 치안은 어떨까요?

결론만 말씀드리면 한국 만큼은 아니더라도 안전한 편에 속하는 나라 입니다.

베트남 사람들이 말하기에도 좀도둑 같은 경범죄는 좀 있다고 하는데,

강력범죄는 굉장히 드문 편 입니다.

워낙 공안(경찰) 조직이 방대하고 힘이 센 편이라 치안은 안전합니다.

극소수의 불법 총기류가 있다고는 하는데 보통 그런 곳은 산간 오지 같은 곳 이고,

우리가 흔히 접하는 도시나 관광지 같은 곳에서는 볼 수가 없죠.

그 외에 마약 문제가 좀 있다고 하는데 사실 주변에서 본 적이 없어서 뭐라 말을 못 하겠네요.

베트남에서 오래 사신 분들 이야기로는 예전에는 마약이 정말 가격도 싸고 흔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요즘에는 마약 문제는 많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암튼 베트남은 안전한 나라에 속하니 치안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2. 일반적인 사회주의 국가에 대한 편견.

일반적인 사회주의 국가에 대한 편견이 베트남에도 작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가 흔히 스테레오타입 처럼 생각하는 온갖 감시, 정보 통제, 종교 탄압, 사유 재산 불허 등등

그런데 베트남은 독립 과정이 조금 독특하기 때문에 그런 것과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습니다.

베트남의 경우 사회주의자들이 주도를 해서 독립 운동을 하고 통일도 했는데,

문제는 민족주의 세력이 꽤 컸다는 겁니다.

국부라는 호치민 마저도 유럽 유학 때 자신을 도와 줬고 망명 생활 와중에도 자신을 도와 줬던 세력이

사회주의 세력이었기 때문에 그 쪽으로 많이 기울었던 것이지 기본적으로는 민족주의자였습니다.

그래서 베트남이 독립 선언을 했을 때 제일 먼저 한 행동 중에 하나가 바로 미국에 도움을 요청한 것 이었습니다.

미국의 OSS가 죽을 뻔한 호치민에게 치료제를 줘서 살린 인연도 있었고,

호치민이 미국에 대해 굉장히 호의가 있었기 때문에 미국의 도움을 요청했었죠.

만약 미국이 자신들의 독립을 인정해 준다면 영원한 미국의 우방으로 남겠다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미국의 입장에서 2차대전이 끝나고 유럽에서 세력권을 넓히고 있는 소련을 견제해야 하는데

프랑스의 위치가 매우 중요했기 때문에 거절을 하고 프랑스 편에 서죠.

당시 미국에서 베트남의 독립을 지지했던 세력은 호치민에 대해 잘 알았던 CIA 였습니다.

결국 독립은 해야 하는데 도움을 줄 만한 외부 세력이 없었던 베트남은 소련 쪽으로 기울게 됩니다.

그리고 사회주의국가가 되었죠.

이런 과정이 있다 보니 베트남은 다른 사회주의 국가와는 조금 다른 독특한 체제를 갖고 있습니다.

우선 제한된 종교의 자유가 있습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천주교나 개신교를 믿는 것에 대해서는 과거에 어느 정도 불이익이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식민지 시절 부터 해서 통일 되기 전 까지 베트남 내의 천주교 세력들이 

프랑스에 부역을 많이 했고 또 남베트남에서 정권에 빌붙어서 여러 가지 못된 짓들을 많이 했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베트남에서 천주교나 개신교도들의 경우 어느 정도 부역 세력이란 편견이 있었습니다.

그로 인해 과거에는 탄압을 받았던 경우가 왕왕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공산당원의 경우에는 저 종교들을 믿으면 여러 가지 불이익이 있다던지 하는 거죠.

뭐...지금은 그런거 없습니다.

베트남의 경우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종교를 믿을 수 있습니다.

단, 제가 알기로는 포교는 금지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중국의 문화혁명의 여파 때문인지 많은 분들이 사회주의 국가들은 전통을 구습이라 해서 배격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베트남의 경우 오히려 자신들의 전통 문화를 자랑스러운 것이라 하여 적극 장려를 하고,

지키려 노력을 했습니다. 

우리로 따지면 단군 과도 같은 존재가 베트남에서는 흥왕 입니다.

그의 사당이 비엣찌시에 있는데 매년 총리가 주관하는 제사를 흥왕탄신일에 지내고 있을 정도지요.

또한 사회 체제는 공산당 일당독재지만 내부적으로는 나름 민주적(?)으로 운영이 됩니다.

베트남 같은 경우에는 다른 공산주의 국가들과는 달리 아직까지 독재자가 등장한 적이 없습니다.

그것은 집단 지도 체제 하에서 서로 견제와 균형이 아직까지는 나름 기능을 발휘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내부적으로 논의되는 내용들은 흔히 사회주의 국가에서 볼 수 없는 파격적인 내용도 있습니다.

몇 년 전에 베트남의 원로 지도급 인사들 수십명이 연판장을 돌려서 당 중앙에 건의를 한 내용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사회주의를 폐기하고 민주주의를 도입하자는 것 이었습니다.

다른 사회주의 국가 같았으면 당장 난리가 나고 반역자니 뭐니 했을 텐데...

아무 일도 없었고 지금까지 내부적으로 논의가 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일단 논의해 볼 가치는 있다는 것 이지요.

3. 게으르다.

열대 지방에 사는 이들에 대해 우리가 흔히 갖는 편견 입니다.

그런데 그 속을 들여다 보면 그들이 게으른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열대 지방에 사는 이들에 대해 게으르다고 생각하는 것의 주된 요인 중에 하나는

소위 시에스타라 불리는 낮잠 문화 때문일 것 입니다.

한낮에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낮잠을 즐기는 모습에서 게으름을 연상하지요.

그런데 그것은 그들의 생활패턴을 모르고 하는 소리 입니다.

베트남의 경우 해가 일찍 뜨기 때문에 아침을 굉장히 일찍 시작합니다.

5시만 되도 벌써 바깥이 시끌씨끌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회사들과 조직들도 보통 7시 30분 정도에 업무 시작을 많기 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아침에 굉장히 일찍 일어 납니다.

아침은 주로 외식을 하는 특유의 베트남 문화로 인해서 5시 30분만 되도,

식당이고 어디고 인산인해를 이룹니다.

7시면 벌써 어린이집의 등원이 완료가 되는 시간 입니다.

이렇게 일찍 아침을 시작하기 위해서 상인들은 도대체 몇 시에 일어나야 할까요?

모르긴 몰라도 적어도 3-4시에는 일어나서 장사를 준비해야 겠지요.

그리고 베트남의 한낮은 정말 살인적인 더위를 자랑합니다.

요즘에는 우기라서 조금 덜하지만 건기의 경우에는 오후 12시 부터 오후 3시 정도 까지는

정말 밖에 돌아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한산합니다.

그것은 낮온도가 40도를 오르내리고 체감온도는 50도를 훌쩍 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 시간에 뙤약볕 아래를 돌아다겠다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이 없죠.

그러다 보니 전통적으로 점심 시간 이후에 한두시간 낮잠을 자는 문화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문화는 도이모이(개혁개방) 정책을 실시하고 외국계 기업들이 대규모로 들어오며 

많이 사라지고 있는 추세죠.

왜냐하면 점심시간이 한시간이기 때문이죠.

뭐..그래도 점심을 후딱 먹고 공장 여기저기 아무데나 자리 깔고 잠시라도 눈을 붙이는 문화는 여전히 남아 있고,

농사를 많이 짓는 시골 지역의 경우에는 여전히 낮잠 문화가 많이 남아 있습니다.

사실 아침을 일찍 시작했으니 그 시간 정도 되면 피곤해 지는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 합니다.

베트남의 경우 해가 일찍 지기 때문에 6시만 되도 벌써 어둑어둑 합니다.

그리고 딱히 즐길꺼리가 많지 않기 때문에 많은 베트남 사람들은 보통 9시에서 10시 사이면 

잠자리에 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인들의 경우 모두가 쉬는 설 연휴를 제외하고는 

연중 무휴로 일하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로 부지런합니다.

따라서 우리가 그들이 게으르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느 정도 편견일 뿐 입니다.

처음 글을 쓰려고 했을 때 몇 가지 주제가 더 있었던 것 같은데

글을 쓰다 보니 까먹었네요 ㅎㅎㅎ

그래서 대충 이 정도만 쓰고 갈무리 합니다.

만약 생각 나시는 편견 같은 것이 있으면 댓글 달아 주세요.

그것이 편견이 맞다면 제가 설명을 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