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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삼류 글쟁이가 쓰는 오징어 게임 작가에 대한 후기(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댓글수 (18)]
글쓴이 : 게임인생40년   날짜 : 2021-10-20 (수) 08:07   조회 : 12462   공감수 : 61

들어가기에 앞서 제목처럼 저는 삼류 글쟁이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시도 쓰고 소설도 쓰고 게임 시나리오도 쓰고 잡다하게 평생 이야기를 주절거리며 살아왔네요.


창작자의 의도를 예상하는 건 직업병과도 같은 거라서 

저는 '오징어 게임'이라는 드라마 자체가 아닌 '왜 이런 글(이야기)을 쓴 걸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개인적인 주저리니,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비난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제 말이 작가의 오피셜도 아니고 제 생각일 뿐이니까요.

생각이 다름을 두고 서로 차이점을 보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지만.

서로 옳고 그름을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고역이 됩니다.




오징어 게임은 데스 게임 장르를 표방한 군상극입니다.


여기서 일단 일차적으로 호불호가 많이 갈리죠?

보통 데스 게임은 주인공이 자신만의 능력이 있고

그 능력을 기반으로 게임들의 파훼법을 찾아 헤쳐나가는 게 주를 이룹니다.


하지만, 오징어 게임의 주인공 '성기훈'은 전혀 그런 캐릭터가 아닙니다.

머리도 그다지 좋지 않고 특출한 능력도 없죠.

그리고 대부분의 게임에서 운으로 살아남습니다.


보통, 이런 장르는 데스 게임이 메인이고 군상극은 그 데스 게임의 변수를 만들고

긴장감을 조성하는 장치로 사용되지만, 오징어 게임은 아닙니다.


즉, 데스 게임보다는 군상극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거의 극단적으로 말이죠.

게임이 주는 원초적인 쾌감은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저는 계속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을 보면서 군상극에 치중한 것은

분명하게 작가가 의도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극 중엔  여러 사회 체제와 철학을 상징하는 캐릭터들이 나옵니다.

외국인 노동자, 조직폭력배, 부모를 살해한 염세주의자, 사기꾼, 화이트 컬러 소시오패스 등등.

어떻게 보면 아주 평면적인, 클리셰 가득한 스테레오 타입의 캐릭터들입니다.


군상극이기에 전부 어디서 본듯한 캐릭터 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들은 내 친구이고 아는 지인이고 나를 괴롭혔던 어릴 적 누군가니까요.

이 부분에서 식상함을 이야기하면 정말 끝도 없을 것 같습니다.


아무튼, 작가는 그런 '평범하지만 평범해 보이지는 않는' 그들이 문제에 직면했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남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조명하죠.

결정적으로 한국에서 지옥의 삶을 사는 탈북민이 여주인공으로 나오며 작가의 의도에 방점을 찍습니다.


'나는 한국 사회 여러 계층의 사람들을 다룰 거야.'


그리고 뒤로 갈수록 메시지는 선명해지죠.

저런 등장인물들 그리고 평범한 소시민, 아니 서민 이하 천민의 삶을 사는 주인공을 내세우면서

인간에 대한 믿음 하나만으로 정글 같은 세상(데스 게임)에서 살아남는 건

'돈도 체제도 아닌 인간성 그 자체'라는 극단적인 인간 예찬이 느껴졌습니다.


아마 이쯤에서 작가는 호불호가 갈릴 거라는 걸 알았을 겁니다.

저도 가끔 캐릭터를 조형하고 이야기에 넣을 때, 그런 생각을 합니다.


'얘는... 이야기를 늘어지게 하고 분명 재미없게 만들 텐데... 그래도 넣을까? 말까?'


하지만, 작가는 아마 감수했을 겁니다.

계속 캐릭터 하나하나의 삶을 조명하는 장면들을 보면서

'작가가 메시지를 전하는데 변태처럼 집요하다'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대중은 메시지를 이해하기 위해 고찰하는 걸 싫어합니다.

그렇기에 '거장' 칭호를 받는 창작자들은 대부분 자연스럽게 메시지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창작물을 만들죠.


메시지를 억지로 넣거나 이해할 수 없도록 비틀면 싫어하는 사람들이 나오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이 메시지를 받아들이는 감수성은 모두 제각각이기에 호불호는 강해집니다.


제 기준에 오징어 게임은 변태적이긴 해도 억지로 메시지를 주입하는 드라마는 아니었습니다만.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무리한 캐릭터와 무리한 장면은 포함된 드라마였습니다.


몇몇 장면을 꼽아 보자면.


"너처럼 어린놈이 왜?"

중간 뽑기 게임에서 주최 측 간부의 가면을 벗긴 남성이 아주 뜬금없이 한 말이었죠.

전 이 장면에서 메시지를 주기 위해 억지로 대사를 넣은 것처럼 보였습니다.


MZ 세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패배자 장년층.

살아남기 위해 기성세대를 억압하고 죽일 수 밖에 없는 신 세대.

모두가 살기 위해 플레이어가 될 수 밖에 없는 잔혹한  데스 게임(인생사)을

표현하려 억지로 저런 대사를 넣은 건가? 싶었죠.


그리고 VIP의 존재와 오징어 게임을 기획한 것이 억만장자 캐릭터라는 점에서

진부함이 극에 달하기도 했습니다만.

메시지를 구겨 넣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으리라 생각합니다.

마지막 9화는 메시지를 폭력적으로 보여주며 나름 잘 쌓아올린 이야기를 다 붕괴시킬 뻔하기도 합니다.


'다시 보며 작가의 의도를 오밀조밀 느껴보고 싶다.' 할 정도로 감동을 받진 않았지만

그래도 그저 피 튀기고 사람이 죽어나가는 오락 영상물에서 그친 게 아니라는 생각에

드라마를 보고 한참을 내용을 되짚어 보았습니다.


나름의 여운과 배울 점을 느끼기도 했고요.

어찌 됐든  '이건 호불호가 꽤 크겠다'하는 생각은 확실했네요.

전체공감수61
  • 다시돌아갈까… 2021-10-20 (수) 09:44
    저는 게임이 주는 재미와 인물간의 갈등을 5대5로 보는데..
    글쓴님은 군상극이 90프로 이상이라 생각하시나봐요
    게임도 재밌는데..  무궁화꽃이,줄다리기,달고나...
  • 못끼끼칸타 2021-10-20 (수) 08:07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제가 감상한 느낌이 요건가 싶었습니다.
    추천 0 반대 7
  • 귀때기슛 2021-10-20 (수) 08:07
    좋은 글이네요 잘 봤어요!
    추천 0 반대 0
  • 소심한호랭이 2021-10-20 (수) 08:07
    좋은 리뷰네요. 제가 생각 못한 부분도 있고, 저와 생각이 같은 부분도 있네요. 제 개인적인 평은 그냥 평작정도네요.
    차라리 에피소드를 늘리고, 각 인물 캐릭터 빌드업을 조금 심도 있게 했다면 더 좋았을거 같습니다. 예를들면, 메인 스토리는 주인공이 끌고가되, 각 게임에서 조명을 각기 다른 주요인물들에게 맞춰 각기 다른 군상의 심리묘사를 깊숙하게 했다면 더 좋았을거 같네요.
    추천 0 반대 12
  • 진환2 2021-10-20 (수) 08:07
    저도 그부분이 뜬금 없게도 세대간의 경쟁을 상징하는 장면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제 눈에 들어온 것은 2화 파출소에서의 경정 책상위에 놓여 있던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 와 황인호의 고시원 방에 놓인 여러 책들을 보고 감독이 궁금해졌고 그의 필모그라피를 보면서 나름의 확신이 들더라고요.

    그저 오락용으로만 만든 드라마가 아니구나.
    추천 3 반대 0
  • 방귀쟁이 2021-10-20 (수) 08:53
    호오. 듣고보니 고개가 끄덕여 지는군요.
    추천 2 반대 0
  • 부호279 2021-10-20 (수) 09:19
    좋은 글이네요
    근데 우리나라 네플릭스에서도 오랫동안 1등 했는데 호불호가 갈린 게 맞나요
    초반에 일뽕인지 왜뽕 병슨들이 카이지 표절 어쩌고 폄하하면서 싸지른 글이 많아 그렇게 보인 것일 수도 있어요
    추천 1 반대 0
  • 무림공적 2021-10-20 (수) 11:21
    @부호279

    이부분은 단순히 오해의 소지가 있다기엔
    데스게임의 특성상 본문에 거론된 것처럼 복잡하고 어려운 게임과 그 게임을 파훼하는 지략 모종의 전략이나 사건 등을 기대한 사람들이 느끼기엔 '아 나는 내가 생각한 데스게임 장르와는 조금 달랐어' 라는 부분으로 접근 한다면
    호불호의 영역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더라구요

    실제로 주변에서 저런 부분으로 이야기 나누는걸 자주 접하기도 했구요
    추천 1 반대 0
  • 보스노이즈 2021-10-20 (수) 09:32
    유투브로 짧막하게 코멘터리 영상본게 있는데
    기훈역의 이정재씨가 감독과 기훈역을 어떡해 하면 더 공감가게 할수 있을지 고민하고 토론을 많이 했다고 해요
    그런 고민들이 처음 1화에 새벽이와 부딛혀서 커피 쏟는 장면에서 원래 대본에 없던 빨대까지 꽂아주는 장면까지 만들어내고
    매화마다 이런 작은 장면들로 노모밑에서 노름이나 하고 무능하지만 미워할수 없는 캐릭터로 만들어 내었고
    딱히 잘난것 없는 기훈이 게임을 이겨가는 과정에서 주는 메세지가 강하면서도
    그 메세지를 전달 하는 방식이 억지스럽지 않아서 전세계인들이 보면서 공감하기 쉽지 않았을까 합니다
    추천 2 반대 0
  • 다시돌아갈까… 2021-10-20 (수) 09:44
    베플로 선택된 게시물입니다.
    저는 게임이 주는 재미와 인물간의 갈등을 5대5로 보는데..
    글쓴님은 군상극이 90프로 이상이라 생각하시나봐요
    게임도 재밌는데..  무궁화꽃이,줄다리기,달고나...
    추천 4 반대 0
  • Leego 2021-10-20 (수) 10:25
    선생님은 삼류가 아닙니다.
    추천 2 반대 0
  • 석천이형 2021-10-20 (수) 11:51
    감독이 도가니도 만들었으니 메시지를 원하는 사람은 맞는듯
    추천 0 반대 0
  • 레오니다스 2021-10-20 (수) 12:35
    간단하게 말해서 한국사회가 패자는 죽어도 상관없는 서바이벌 사회라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입니다.

    학교에서 도퇴되는 아이들, 취업시장에서 도퇴되는 청년들, 실직한 중년층, 가난한 노년층....

    한국사회에서 죽어도 상관없다고 다 버리고 온 사람들입니다. 아무도 이들의 얘기를 하지 않는다.. 이게 주제입니다.



    사회에선 그냥 공부못하네, 일못하네, 합격못했네, 실직했네 지만...    사실상 사형선고나 다름없습니다.

    간단하게 중학교때 공부 열심히 안하면 고등학교때 수업을 전혀 따라갈수 없습니다.  이 학생들 수업시간에 사실상 좀비입니다. 잠자는거 말고 할게 없어요...
                 
    공부를 잘해서 카이스트같은델 갔는데도 영어 몰입교육이니 뭐니해서 영어로 수업하는 말도 안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그래서 그 공부잘한다는 카이스트 학생들중 영어 못해서 자살한 학생이 한두명이 아니에요...

    이것이 한국사회입니다.
    추천 0 반대 0
  • 노빈손50 2021-10-20 (수) 12:49
    여기에 좀더 더하면... 공정함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호스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군상(지능, 힘, 여성의 성, 기술, 사랑, 종교등을 대표하는 인물들)들의 모습이 무한 경쟁이라는 구조안에서 어떻게 갈려나가는가를 감독이 강조하고있다고 생각하고...
    이러한 무한 경쟁은 아무리 공정을 이야기한다 하더라도 결국은 망가질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무한경쟁이라는 틀(개인적으로는 신자유주의를 이야기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체가 문제이고 이것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아무리 공정하다고 하더라고 좋은 결말은 나오지 않는다는것을 말하고싶은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거기에 공권력이 작용하지 못하는것 역시나 양념으로 첨가를 하구요...

    감독은 도가니에서도 잘못된 사회적 구조앞에서 개인이 얼마나 나약한가를 보여준적이 있고, 남한산성에서도 잘못된 관료체제에서 개개인들의 노력이 얼마나 부질 없는가를 보여준적이 있습니다...

    이런것들로 유추해보면

    감독은 무한경쟁사회에서 인간들의 군상들을 통해 무한경쟁의 구조 자체를 문제삼고 있으며, 현재 MZ세대들이 강조하는 공정함으로는 극복되지 않는 구조적인 문제를 이야기하고 싶은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P.S. -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꼽혀있는 책장... 그리고 그 정의로도 해결되지 않는 구조...
    그리고 그 다음 저서는 "공정함이란 무엇인가" 입니다...
    추천 1 반대 0
  • 이탁규 2021-10-20 (수) 13:10
    오징어게임을 아직도 못보고 읽었지만, 글을 무리없이 되게 잘 쓰십니다. 잘 읽었습니다.
    추천 0 반대 0
  • 감숙왕 2021-10-20 (수) 13:24
    평론가를 사로잡는 무결점에 가까운 작품은
    대중에게는 외면받는 경우가 많죠.

    재미있고 짜임새있고 참신한 이야기를
    중학생도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야한다는 건데..
    추천 0 반대 0
  • 이년술사 2021-10-20 (수) 13:49
    마스크를 벗은 얼굴을 보고 저는 젊은 애가 왜 저 곳에 갔고 어떻게 네모가 됐지? 라는 의문이 생겼고
    "너처럼 어린 놈이 왜?"  라는 대사는 제 의문과 다를 게 없어서 억지스럽진 않았습니다.

    "MZ 세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패배자 장년층" 은 과한 해석인 듯.               

    호불호가 강했다면 83개국에서 1위를 할 수 있었을까요?             
    그렇더라도 한국과 일본 한정인 듯.
    추천 0 반대 0
  • 초까이호까이 2021-10-20 (수) 14:14
    저도 오징어게임을 보고나서 느낀점은 이런것이었습니다. 결국 죽고 죽여서라도 살아남아서 거액의 돈을 차지하려고 했던 사람들은 죽고, 최후의 1인이 된 성기훈은 그사람 자체도 삶의 끝에서 쓰레기처럼 살던 사람이지만 그 게임안에서 최소한의 인간성과 따뜻함(본래의 성격)을 지켜낸 자라는것. 특히 최후의 1인인 성기훈이 지적 수준이 높거나, 눈치가 빠르거나, 운동능력이 탁월하다거나, 싸움을 잘하거나 하는 등의 특기가 단 1도 없는 아무 능력도 없는 그저 운좋은 한사람이라는것. (물론, 오징어게임 이전에 이정재라는 배우는 한국인에게 미중년, 간지남으로 이미 익숙해서 구질구질한 무능력자라는게 공감이 좀 덜되지만ㅎㅎ)  권선징악적인 클리셰를 통해서라도 감독(작가)가 주고자 했던 메세지는 따뜻함, 인간성 뭐 이런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ㅎㅎ 차기작에 대한 부담감이 엄청날텐데 시즌2 제작이 확정이라느니 이런 기사를 본것 같네요. 기대가 됩니다.
    추천 0 반대 0
  • 검쉐키 2021-10-20 (수) 18:09
    디테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넷플릭스 시리즈 특유의 작은 나사가 빠진 느낌 때문에 다소 빈약해 보이지 않을까 싶은데. 오징어 게임도 그렇죠. 일본과거 드라마나 명작 호러 영화들이 스쳐가긴 했지만 그래도 메세지가 분명했다는 점은 좋았습니다. 인간수업이나 마이네임 만든 감독은 몇개 작품 짜깁기한 느낌이 강하던데 그보다는 훨 좋았다고 생각합니다만.. 인기의 이유에 대해서 명작이라기보다는 한류와 오리엔탈리즘으로 인한 것이라고 더 생각하는 편이라서. 재미는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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