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팜플렛에는300년 후라고 되어 있던데, 영화에서는 몇 세대가 지난 뒤...라고 나옵니다. 문명이 붕괴한 시대니까 저런 계산법이 더 느낌이 와닿더군요.
- 스크린 X로 봤는데, 그냥 평면으로만 봤다 해도 카메라 워크가 굉장히 좋아서 입체적으로 다가올 것 같더군요, 이게 고층 빌딩 숲...진짜로 숲이 된 그 숲을 잘 표현하고 있고, 다리에서의 장면도 그랬습니다.
- 반면에 캐릭터들은 전혀 입체적이지 않습니다. 캐릭터를 어떤 갈등 속에 놓아두고 중요한 선택을 하도록 만들지 않고, 서로 다른 가치관, 성격을 가진 단순한 캐릭터를 여러개를 등장시키고 그 사이에서 갈등을 만듭니다. 애초에 시저 사후의 유인원 사회의 변화상을 설명할 분량이 생략되었기 때문에 복잡한 구조보다 이렇게 단순하게 캐릭터를 심어놓고 이야기를 풀어나간 방법이 좋았다 봅니다. 다만 그 덕분에 영화가 무게감에 비해 서사는 가볍습니다. 주제만 무겁달까.
- 시저의 장례로 시작하는 프롤로그와 이어지는 노아의 등장, 그리고 누가봐도 완전히 시저 닮은 꼴인 모습에서 그가 시저의 후손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시저에 대해 아무것도 모릅니다. 이런 클리셰와 클리셰를 부수려는 전개가 서로 앞뒤로 엮여있는 게 이 영화 플롯의 특징인데, 최근에 이런 이야기 구조는 본 적이 없는 듯 합니다.
- 마찬가지로 영화 서두 자막에 인간이 지성과 언어를 잃었다... 하고 시작하지만, 실제로 인간은 바이러스로부터 살아남아 여전히 생존 중입니다. 여전히 전기를 돌려 쓰고 있고, 말도 할 수 있죠. 다만 지구를 지배하던 인류는 없습니다. 이게 이 영화가 내내 던지는 화두입니다. 인류는 생존과 동시에 문명 사회를 유지하려 하고, 유인원은 과거로 회귀할 수 없으면 이제 그들의 세상이 도래했다고 여깁니다. 3편의 부제였던 종의 전쟁은 여전히 잠재적으로 현재 진행 중이죠.
갈등 구조와 별개로, 앞으로의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소재는 인류가 치료제를 찾아내는가 하는 점입니다. 인류 문명이 다시 부활하기 위한 기본이 바이러스가 있는 바깥 세상으로 나와야 하는데 그게 되려면 치료제가 필수일테니까요. 어쩌면 유인원을 생체 실험하는 소재도 나올 수 있을텐데 이런 건 오히려 독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원작의 레퍼런스를 잘 썼으면 하네요. 이번 작은 사실 그냥 쏘쏘했는데 던져놓은 주제가 좋습니다.
영화 월간 추천 (더보기)
카카오톡
페이스북
트위터
스크랩
